밑동에 달린 복숭아

by Morpheus

시골 초등학교 시절

배고픔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점심시간엔

허기(虚氣)를 달래려고

클로르칼키 냄새가 지독한 시골학교의 수돗물을 남몰래 벌컥벌컥 마시고는

오후 내내 배앓이를 하곤 했다.


뭔가 먹을 것이라도

있을까 하여

교실 앞 화단을 서성인다.


화단에는

앵두나무도 있었고

복숭아나무도 몇 그루

심어져 있었다.


앵두와 복숭아가

달려있기에는 좀 늦은 여름이다.

그나마 열매가 달려 익을 때까지

아이들은 그냥 두지 않는다.


화단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데

앗! 이게 웬일인가?

잡초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복숭아나무 밑동에

잘 익은 주먹만 한 복숭아 하나!

나는 횡재(横财)를 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배앓이를 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봄철이면

나는 나무 밑동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나무 밑동에

핀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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