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송죽이 모(母)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관우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줄곧 관우의 뇌리에 맴돌던 말이었으나 막상 식당주인의 입을 통해 확인되니 아픔이 아닌 허탈함이 밀려와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이 생경스럽지도 익숙하지도 않았다. "왜?"라는 말은 의미도 무게도 없었다. 의미 없음이 화가 되어 관우에게 돌아왔다. 식당 주인이 따라주는 술을 연거푸 두어 잔을 비우고 관우는 일어섰다.
동짓달의 짧은 해가 어느덧 서산마루에 걸쳐 있었다. 매서운 형산강 바람이 걸음을 더디게 했다. 찬바람 때문인지 취기(醉氣) 때문인지 얼굴이 얼얼했다. 어둡기 전에 빨리 집에 가야겠다고 발길을 재촉했다. 읍내를 벗어 나자 인적이 드문 신작로 길에 들어섰다. 자주 다니는 신작로이지만 산기슭을 지날 때에 산짐승들 울음소리에 오싹함이 들었다.
온몸이 추위에 휩싸여 무뎌가고 있었다. 어깨에 메고 있는 지게의 무개조차 느끼지 못할 지경이었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지나는 바람에 부딪쳐 깨어지고 지워졌다. 송죽이 어미를 만났던 지나간 기억들을 떠올리려 해도 좀처럼 생각이 모아지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살아온 지난 몇 해가 관우의 인생 중에서 사람 사는 세상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일가족이란 뿌리가 되리라 믿고 시작했던 삶이 송죽이 모녀(母女)가 졸지에 떠나가고 관우는 다시 혼자의 삶으로 돌아왔다. 마지 막에 변변한 모습으로 보낼 수 있었다면 가지 말라는 말이라도 건네었을 텐데 관우는 너무도 어설프게 모녀와 헤어졌다는 후회가 깊었다. 세상을 떠돌며 그래도 삶에 대한 이치는 아는지라 기태의 피붙이가 일가를 이뤄 사는 게 옳다는 판단은 하고 있었다.
농촌의 삶이란 심고 거두는 일이 한 묶음이 되어 일 년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계절의 흐름이 도회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꽃이 피는듯하다가 낙엽이 지고 대지(大地)의 얼고 녹음이 조석(朝夕)처럼 빠르게 반복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송죽이 모녀(母女)에 대한 기억도 지워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관우는 마음이 가빠졌다. 서로를 훤히 들여 다 보고 살아가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혼자 외톨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초라한 모습이란 것을 관우도 잘 알고 있었기에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