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21>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어느 해 여름 끝무렵에 어머니와 관우가 으스름한 튓마루에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관우와 송죽이 모(母)가 해어 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머니는 어떻게든 관우가 가정을 꾸려 정착하기를 누구보다 바랬다. 비록 뜨내기 삶을 살아왔지만 관우의 사람됨됨이와 착한 심성(心性)을 속속들이 아는지라 관우가 가엽고 처연(悽然)해서 뭐든지 해주고 싶었다.


관우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그건 안 된다"라고 여러 번 반대하셨다. 관우가 '끝생이'를 데리고 오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말순(末順) 이라고도 불리던 끝생이는 동네 안골에서 이집저집 전전하며 걸식(乞食)하는 처녀 였다. 언제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끝생이에게 말을 걸거나 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말을 할 줄 아는지도 몰랐다. 동네 아이들이 장난을 치느라 걸레 같은 무명치마저고리를 들치곤 하였다.


끝생이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를 못했다. 긴 머리를 산발(散髮)하고 있어 얼굴은 가려있었고 손발을 씻지 않아 사람 들이 '까마귀 할멈'이라고 했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어두운 밤에 움직이는 야행 성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잘 아는 처지라서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안골 사람들이 그녀를 불쌍이 여겨 끼니는 챙겨주었다.


어느 날 저녁 어둑할 때 어머니가 끝생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뒷마당 처마 끝에 남포등을 켜놓고 끝생이의 산발 머리를 자르고 다듬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뒷마당에 얼씬하지 말라고 경계령을 내리셨다.

뒷마당 가마솥에 물을 끓여 끝생이를 씻기는 모양이었다. 어머니의 조근조근한 목소리는 들렸으나 끝생이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씻긴 몸을 감싸서 옆방으로 데리고 와서 어머니가 입으시던 옷을 입혔다. 그제야 끝생이가 사람처럼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어리둥절했다.


며칠을 어머니는 끝생이를 데리고 지냈다. 끼니때마다 같이 앉아 밥을 먹었다. 관우도 툇마루에 걸터앉아 저녁을 함께 먹었다. 끝생이 표정이 약간씩 밝아지는 듯도 하였다. 그런데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좋은지 나쁜지 반응이 없었다. 어머니는 끝생이에게 가르치듯 얘기했다. 밥을 흘리지 마라, 입을 닦아라.. 그러나 끝생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 외톨이 삶을 살아온 그녀만의 방식이 있는지 몰랐다. 어머니의 요구에 모든 게 수동적인 반응뿐 이었다. 관우도 가끔씩 힐끔힐끔 쳐다보며 말을 섞으려 했으나 끝생이 반응은 없었다.

<마지막 22편 11월 1일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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