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22>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시골 농촌에서의 삶은 흩어지고 넘어졌다 다시 모이고 일어서며 제나름대로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말라 쓰러진 강가의 갈대도 때가 되면 다시 새순이 올라와 새삶을 살았 다. 개울가에 둥지를 튼 물새들도 큰물이 지면 씻겨 떠내려가기를 반복해도 결국은 그 자리에 둥지를 틀듯이 하물며 사람들의 삶이야.. 관우도 세상이 굴러가는 이치를 알아가듯 무너졌다가도 다시 추슬러 일어 서는 법을 익혀갔다.

어머니는 '끝생이 일'을 꾸며가는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음을 내색하지 않았다. 아무리 엉키고 설킨 세상살이라도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의 눈이 있고 판단이 있을텐데 어머니는 조심스레 끝생이와 관우의 인연을 만들어갔다. 관우와 끝생이 둘이서 소통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관우에게 적극적으로 끝생이에게 다가가게 주문도 했다. 소통은 더뎠다.

가을걷이가 끝난 어느 날 저녁 어머니는 평소와는 다르게 저녁상을 차리셨다. 관우와 끝생이가 같은 상에서 식사를 하도록 했다.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 것 같았다. 저녁상을 물리고 이런저런 얘기로 밖은 어둠이 내렸고 사방은 고요했다. 멀리 건너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이 이슥하여 어머니는 관우와 끝생이를 데리고 사랑채로 들어갔다. 호롱불이 켜지고 한참을 지나서 어머니 혼자 방을 나왔다.

안방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조바심으로 사랑채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들 피곤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달이 지고 나면 농촌은 흑암같이 어둡고 적막했다. 모두가 노곤함에 빠져드는 순간 사랑채에서 끝생이 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게 아닌가.. 손쓸 틈도 없이 사립문 밖으로 쏜살같이 사라 져버렸다. 관우는 허리춤을 추스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멀뚱히 서있었다. 어머니도 실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 앞에 망연자실했다. 다시 밤은 어두움이 깔리고 고요가 찾아왔다.

농촌사람들의 삶은 변화가 늦었다. 사람들이 속한 산하(山河)에서 허락하고 내어주는 소출(所出)에 의존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외부 세상의 문명이입(文明移入)이 제한적 이고 늦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의 전래 방식에 따라 삶을 꾸려갔다. 그리고 그 사람 들은 그것을 관습이라고 했다. 그들에게는 그 관습이 익숙해서 편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살아갔다. 관우도 그들의 방식에 따라 그렇게 살아갔다.


누가 "요새 어떻게 지내냐?"라고 물으면
그는 한결같이, "일성 그렇지요 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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