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의 수난기 1

엽총(獵銃)의 등장

by Morpheus

참새들은 그들의 등장을 낌새 챘다. 동네 어귀에 있는 가천댁 초가지붕과 감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망을 보던 보초병 참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점점 높아지더니 더디어 초병대장이


"도망 가!"


하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 삼십 마리의 참새떼가 일제히 날아올라 수수밭과 외갓집 울타리 쪽으로 날아가 앉았다.


그런데 외양간에 들어가 등겨를 헤집고 정신없이 싸라기를 쪼아 먹던 몇 마리는 초병대장의 명령을 듣지 못했다.


금번에 출현한 그들은 최신식 무기인 엽총을 매고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무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동네 아이들이 갖고 다니던 고무줄 새총, 소위 스링샷(Sling-shot)과는 차원이 다른 무기였다. 동네 아이들이 고무줄 새총으로 겨냥해도 참새들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새총에 작은 돌멩이를 장전해서 발사를 하는데 발사소리를 들은 후에 달아나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고무줄 새총에 희생당한 참새는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런데 참새잡이 포수들이 무장하고 나타난 그 엽총이란 무기는 발사와 동시에 참새 친구들은 "짹" 소리도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아이들의 고무줄 새총에 어쩌다 운이 좋지 않아 맞은 참새는 부상을 당하는 수는 있어도 사망한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엽총은 백발백중(百發百中)과 동시에 사망이다.


포수들은 군에서 사격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엽총의 조준과 발사는 식은 죽 먹기다. 더군다나 요즘은 한꺼번에 여러 개의 탄알이 동시에 발사되는 산탄총(散彈銃)까지 출현했으니 참새들은 엽총 앞에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삼십육계 줄행랑만이 살 길인 것이다. 그래서 포수들을 감시하는 보초를 강화키로 했는 것이다.





오늘은 참 불행한 날이었다.


가천댁 외양간에 숨어 들어가서 싸라기를 쪼아 먹던 참새 몇 마리가 초병대장의 명령소리를 듣지 못하고 감나무에 앉았다 포수의 앰부쉬(Ambush) 공격에 걸려 떨어졌다.


그리고 초병대장과 함께 수수밭 고랑에 숨었던 몇 마리와 울타리의 느티나무 그루터기 아래 숨어 앉아있던 몇 마리도 포수들의 장거리 사격에 애석하게 희생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참새들이 포수의 출현을 감시하는 보초업무를 강화했기에 비교적 희생이 적었고 땅거미가 지자 포수들은 모두 읍내로 철수했다.




죽은 참새친구들은 새끼줄에 엮여 포수의 허리춤에 차였다. 허리춤에 차여 달랑거리는 모습은 불쌍하다 못해 잔인했다. 죽은 참새들은 여름철과 가을걷이 동안 먹이활동을 열심히 하여 모두가 포동포동 살이 쪄있었다.


새끼줄에 엮긴 참새의 마릿수가 포수들의 엽과(獵果)인 동시에 그들의 사격실력이라고 으스댄다. 하지만 참새 측에서 볼 때는 무기의 성능이 월등히 좋아졌고, 참새들이 포수들을 감시하는 보초활동이 순간적으로 소홀했음이 원인이었다고 강조했다.


포수들은 주로 읍내 대로변의 포장마차에서 참새사냥의 무용담을 쏟아낸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격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고 자랑한다.


"One shot-one kill" 했다나..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무기가 엄청 고가(高價)라고 재력까지 은근히 자랑한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포수들 앞에 놓인 안주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포장마차에는 "참새구이 전문"이라는 걸개가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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