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그물(黑網)의 정체
참새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참새친구들이 어떤 바람골을 타고 날아가면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웠다.
마치 참새들의 "버뮤다 삼각지"처럼..
그러나 그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모르기 때문에 공포는 더 컸다.
그것은 나무와 나무 사이, 혹은 담벼락이 길게 늘어선 골목이라든가, 처마의 끝과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어둑한 곳에 숨어있었다.
검은 사냥꾼들의 참새몰이 추격을 피해 잽싸게 날다 오싹한 기분이 들 때면 이미 늦다.
그들의 머리와 날개쭉지는 보이지 않는 덫에 감겨 꼼짝하지 못한다. 움직일수록 사지(四肢)는 더 단단하게 감겨버린다.
참새몰이꾼들이 쳐놓은 검은 그물(黑網)의 덫이다.
참새들은 그들을 저승사자라 불렀다.
참새들이 검은 빛깔의 물체를 보지 못한다는 속설을 참새사냥꾼들이 믿는 듯했다.
참새들은 검은색의 물체를 인지한다. 단지 참새떼들이 겁을 먹고 잽싸게 도망치다 보면 갑자기 그들 눈앞에 넓게 펼쳐있는 검은 세망(細網)을 피할 수 없는 것인데..
그 그물에 한 번 걸리면 절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공포스러운 것이고, 피하는 방법을 아무도 모르니 대책이 없는 것이었다.
참새들은 엽총(獵銃)이란 무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 가공할만한 성능을 직접 목도했을 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직접 보았으니 말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낯선 이방인들이 어깨에 맨 기다란 물건이 바로 공포의 엽총이다.
참새들은 흑망(黑網) 몰이꾼들이 마을 어귀에 출현하면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들이 고함을 지르거나 장대를 휘저으며 참새떼들을 어느 특정한 곳으로 몰아갈 때는 가급적 높이 멀리 도망가는 게 상책인데, 참새들이 즐겨 훔쳐먹는 곡식이 사람들 주변에 많으니 어쩔 수없이 마을을 기웃거린다.
사람들은 참새들이 성질이 참 급하다는 것을 잘 안다. 참새들은 잠시라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황새나 두루미는 느긋게 걷고 날지만 참새나 맵새같이 작은 새들은 맥박도 사람의 열 배나 더 빠르다. 그러니 자주 먹어야 산다. 멀리 도망가지 못하는 이유다.
오늘은 흑망(黑網)의 희생자가 꽤 많이 나왔다. 수수밭에서 정신없이 수수를 쪼아 먹고 있는데 몰이꾼들이 휘두르는 장대에 놀라 급히 안골의 돌담 사잇길로 도망가다가 골목 끝에서 흑망(黑網)에 일망타진 (一網打盡) 당했다.
"캬, 오늘은 수지맞았다."
통통한 참새 친구들이 망태기에 소복했다.
몰이꾼들이 휘파람을 불며 읍내 포장마차로 향하고 있는 등뒤로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