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 <2>

해외로 향한 시선(視線)

by Morpheus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이며 살았고 택시도 버스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잠시의 짬도 없이 세상 모든 게 한 덩어리가 되어 돌아갔다. 사람들은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다녔다. 삶을 달리기 하듯이 살았다.


해마다 서울과 대도시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땅은 좁았다. 좌우 앞뒤로 치이니 건물들은 조밀하게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청계 고가도로 옆에는 아침 출근 때 보이지 않던 건물이 퇴근 때 보인다는 농담이 진담처럼 들렸다.

서울의 각 변두리에서 출발하여 도심으로 향하는 버스들은 종로와 을지로 명동 정류장에 젊은이들을 끊임없이 토해내고는 휑하게 떠나버린다.


출근 전 말쑥하게 차려입은 정장들은 구겨지고 반짝였던 검정 구두는 여지없이 짓밟혔다. 그래도 사무실로 들어서는 청춘들은 "굿모닝"이다.


사무실 한 귀퉁이에 있는 회의실에는 여권 신청서류를 작성하는 해외지점 부임자들이 북쩍였다. 업무에서 열외(列外)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해외 출장자들은 단수 여권만 발급되기에 매번 여권을 신청했다. 그런데 주재근무자 들에게는 복수여권을 발급해 주었다.


여권을 갖고 있다는 게 자랑이 되었다. 입사 초기에 그들을 보며 참 많이 부러워했다.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인가?


국가적 차원에서 1963년부터 시작된 서독 광부와 간호사 파견은 해외 진출의 서막이 되었다.


1970 년대 중후반부터는 중동지역 건설붐 으로 많은 인력의 해외 진출이 이루어졌다. 항공운송 분야도 객화(客貨)의 증가로 신규 취항과 증편이 봇물처럼 터질 때였다.


아무리 해외 진출이 빈번해도 냉전 구조하 에서 해외여행 절차는 깐깐하고 촘촘했다.

첫 해외출장 기회가 70년대 중반에 찾아왔 다. 영국 토후국 바레인 공항에 도착한 때가 8월 중순이었다. 마치 대장간 풀무 앞에 선듯한 열기가 얼굴을 덮쳤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히잡과 부르카를 두른 열댓 명의 현지 여직원 앞에 섰다.


회사의 업무 절차와 국제 규정을 교육하는 출장이었다. 3일 동안 교육 현장에서 까만 눈동자의 깜빡거림 외에 단 한 마디의 대화나 반응도 없이 최종 평가지를 걷어 귀국했다.


평가지는 완벽하게 작성되어 있었고 오류는 없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해외출장 에 대한 환상이 깨진 바레인이었다.


왜 하필이면 8월의 중동 지역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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