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5>

Ah, Paris, Paris!

by Morpheus

크리스마스이브에 3개월의 香港 출장을 끝내고 귀국했다. 무휴(無休) 강행군으로 가까스로 계획대로 CUTOVER를 했다. 대조직 프로젝트 집행에는 차질 없는 엄중함이 따름을 확인했다.


전산화의 확산과 시스템의 UPDATE는 해외출입을 잦게 했다. 사적(私的)으로는 70년대가 소멸하기 전 짝을 만났고 첫딸도 얻었다. 두 번째 아이가 대기 중이었다.


1981년 초 인사발령이 날아들었다. 첫 주재근무 발령이 숨을 멎게 했다. Paris였다. 어찌 이런 일이...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중동이나 동남아, 잘하면 미국이 아닐까 예상했는데 말이다. 뒷스토리가 있을 것 같다는 수군거림도 있었다.


몰래 공중전화 부스로 나가 집에 알렸다. 종일 속으로 'Paris, Paris!'를 되뇌었다.

퇴근 후 마음이 바빴다. 책장을 뒤져 불어교재를 찾았다. 형의 전공이 불문학 이었다. 그는 파리에 가고 싶어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Alliance française 불어교재를 찾았으나 수준이 높았다. 불어에 대한 방향을 정했다. 꼭 필요한 말만 먼저 익히자. 기초는 파리에 가서 쌓자..


비가 내리는 3월 초하루 Eastern Hemisphere Route로 Zurich를 거쳐 23시간여 만에 파리에 도착했다. Anchorage를 경유하는 Polar Route는 열여섯 시간이 소요되지만 만석이었다.


당시 파리의 주택 상황은 힘들었다. 언제 집을 구할지 모르는 상태라 Rue de Trévise에 저렴한 호텔을 장기로 얻었다.


도착 당일 아침, 호텔 앞에서 개ㄸ에 미끄러지는 엄청난 파리입성 환영을 받았다. 아침 물청소 전 파리 뒷골목은 개ㄸ밭이라고 했다.


부임 후 과외로 주어진 업무가 불란서 대선 상황 파악이었다. 방송국 특파원과 신문사 주재원도 한 두 명 나와 있긴 했다. 본사에서 파리 현장의 대선 분위기 보고를 요구했다.


한국 언론은 집권당인 민주연합(UDF)의 Giscard d'Estaing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파리 젊은이들의 움직임이 심상 찮았다. 바스티유와 꽁코드 광장 등지에서 젊은이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기업 쪽에서는 사회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우려했다. 언론보도와 분위기를 종합해서 보고서를 띄웠다. 결국 François Mitterand이 취임했고 1995년까지 14년간 Élysée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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