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 <9>

La butte Montmartre!

by Morpheus

삶은 이미 파리를 살고 있었다.


마주 보며 앉아가는 METRO, 낮고 고풍 (古風)스런 회청색(灰靑色) 지붕 건물의 사잇길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스물서너 개의 역과 역 사이의 지상에는 도대체 무슨 세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호기심이 아니라 탐험해야 하는 과제였다.


부임 초기의 현실은 13 Allée Buffon의 집과 사무실, 그리고 Alliance Française의 프랑스어 수업 사이에 여유나 이탈은 없었다.


노 교수는 수업 후에도 학생들의 여유작작 (餘裕綽綽)하게 방치하지 않았다. 숙제는 무거웠다.


시간의 단축은 비용절감과 맞물려있었다. 준천재(準天才)의 지위 유지를 위해서도 파리의 지상 탐험은 미루어야 했다. 두 번째 월반(越班)도 순조로웠다.


탈락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입에 단내가 나게 읽고 썼다. 프랑스말을 한다는 단단한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힘듦을 이기는 힘이 되었다.


파리를 숨 쉬며 파리가 좋았다. 그리고 아직도 파리가 그리웠다. 파리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아서다.


파리의 첫여름이 왔다.

여름의 파리는 에뜨랑제(étranger)들의 도시였다. 파리인들이 바캉스를 떠난 자리에 외국인들이 파리로 바깡스를 왔다.

불현듯 파리의 윤곽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에뜨랑제(異邦人)의 지위를 벗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찌릿한 생각이 스쳤다.


노 교수가 적기에 바캉스를 선포했다.


첫 탐험지가 몽마르트르였다. 파리를 조감(鳥瞰)하고 싶었다.

Metro 피갈 (Pigalle) 역 밖으로 나오니 북쪽 건물 사이로 웅장한 대성당 ( Sacré-Cœur) 돔이 하늘에 닿아있었다.

파리가 바로 눈아래 숨 쉬고 있었다.


실선(線)으로 그려진 풍경화 같이 보이기도 하고, 퍼즐(Puzzle) 조각들로 잘 짜인 도시 같았다. 구름이 도시의 색깔을 바꾸며 햇빛은 반사되어 반짝였다.


이브 몽땅과 나나 무스쿠리의 목소리가 어울리고 소피 마르소와 알랑 드롱의 매력을 품은 도시, 그 Paris가 거기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세월 따라..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