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杭州)의 향기(香氣)
이른 새벽 서호(西湖)의 물안개는 잠잠히 물비늘 위를 피어오르며 하루를 맞이한다.
육화탑(六和塔)에서 바라본 서호(西湖)
항주(杭州)야, 항저우야! 너를 떠난 지가 아득한 세월인데 아직도 너를 그리워하는 이 심사(深思)는 무엇이란 말인가?
소동파(蘇東坡)의 시(詩) 한 수로 시작하자.
欲把西湖比西子(욕파서호비서자)
淡妝濃抹總相宜(담장농말총상의)
"서호(西湖)를 a서시(西施)에 비견 (比肩)하면, 옅게 화장하든 짙게 화장하든 모두가 아름답도다."
13세기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가 항주(杭州)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장대한 도시"라고 그의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 항주가 있다 (上有天堂 下有蘇杭)"는 그가 한 말이 아니다. 중국인이 오랜 시간 쌓아온 쑤저우(蘇州)와 항저우(杭州)에 대한 애정(愛情)의 언어(言語)인 것이다.
상해(上海)에서 b호항(滬杭) 고속도로를 타고 항주(杭州)로 내려가다 보면 저 멀리 c전당강(錢塘江) 옆 언덕에 육화탑 (六和塔)이 보이기 시작하면 항저우 (杭州)의 묵은 향기가 폐부(肺腑)를 적신다.
마치 우리의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 (慶州)의 향기를 닮았다고나 할까?
강남수향(江南水鄕) 항저우(杭州)의 이미지는 서호(西湖)에서 시작한다. 자연과 인간사(人間事)가 빚어낸 조화로운 풍광 (風光)의 공간이다.
쑤저우(蘇州)의 정원(亭園)들이 인공 (人工)의 극치라면 항저우(杭州)의 서호(西湖)는 자연을 다듬어 예술의 공간으로 탄생시킨 걸작(傑作)이다.
d소식(蘇軾)은 이 서호(西湖)를 중국의 사대미인(四大美人) 중의 한 명인 서시 (西施)의 아름다움에 비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서시(西施)가 화장을 옅게 하나 짙게 하나 아름답듯이 서호(西湖)도 흐린 날도 맑은 날도 절경(絶景)이란다.
항저우(杭州)를 논(論)함에 있어 송나라 (南宋)의 충신 e악비(岳飛)를 놓칠 수없다. 그를 따라다니는 언어는 정충보국 (精忠 報國)이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충. 무. 원(忠武寃)의 상징인물로 여겼다. 충성스럽고 무술에 능했으나 f막수유 (莫須有)의 죄목으로 처형된 가장 억울한 장군이었다.
여해(汝諧) 이순신 장군이 연상되는 인물이다.
항저우(杭州)의 무인(武人) 악비(岳飛)가 있었다면 문인(文人)은 소식(蘇軾)이 있다.
소식(蘇軾/蘇東坡) 자료그림
소식(蘇軾)이 황주(黃州)로 유배되었을 때 동쪽언덕(東坡)의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었다. 스스로 동파거사 (東坡居士)라 했다.
항저우(杭州)의 서호(西湖)에는 두 시인이 등장한다. 소식(蘇軾)과 백거이(白居易)다. 얕아지는 서호를 준설(浚渫)하여 언덕을 쌓았는데 소제(蘇堤)와 백제(白堤)라 했다.
소식(蘇軾)은 절강성(浙江省)을 대표하는 음식에도 이름을 남겼다. 바로 동파육 (東坡肉)이다. 소식(蘇軾)이 항주 태수 (泰守)로 있으면서 서호(西湖) 준설공사에 동원된 군사들을 먹였다는 돼지 삼겹살 (五花肉) 요리다.
비이불이(肥而不腻)-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은 절강성(浙江省) 음식의 특징이다.
요즘은 하늘길과 땅의 길이 속도를 가름 하지만 예전의 중국은 물길이 세상을 움직였다.
바다가 닿지 않으면 강물에 배를 띄웠고 강물이 막히면 운하(運河)를 팠다. 항주 (杭州)와 북경(北京)을 물길로 연결하는 1800km의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가 중국의 남북 대동맥이었다.
수로(水路)의 북쪽 끝에 북경(北京)이 있었고, 강남의 미곡(米穀)이 항주(杭州)와 소주(蘇州) 그리고 양주(揚州)에서 실려 북쪽으로 밀어 올렸다. "천하의 재물과 조세가 동남에서 나왔다 (天下財賦 出於東南)" 하니 중국 역사에 가장 부유한 도시들이다.
맑은 하늘과 잔잔한 바람, 서호(西湖)의 용정(龍井) 옥색(玉色)의 차수(茶水)는 항주사람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서호(西湖)의 소동파 후예들이 이제는 디지털을 말하며 현대를 살고 있다.
고전(古典)의 수도 항주(杭州)에 전자 상거래의 거상(巨商) 알리바바 그룹 (Alibaba Group)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註)
a중국 역사상 사대미인(四大美人)
*서시(西施): 물고기가 서시(西施)의 미색을 보고 물에 빠졌다(침어沈魚) *왕소군(王昭君): 기러기가 떨어졌다 (낙안 落雁)
*초선(貂蟬): 달빛이 얼굴을 가렸다 (폐월閉月)
*양귀비(楊貴妃): 꽃이 부끄러워했다. (수화羞花)
b호항(滬杭): 상해(滬)와 항주(杭州) *호(滬)는 상해의 어부들이 장강(長江)이나 바다에서 고기잡을 때 대나무로 만든 어살(滬)을 사용했는데 상해의 상징 단자(單字)가 됨
c전당강(錢塘江): 항주를 흐르는 강. 錢塘은 항주의 옛 이름. 전당강은 동중국해로 흘러간다.
d소식(蘇軾): 소동파(蘇東坡)의 본명(本名)
e악비(岳飛): 금나라 정벌을 주장하다가 화평파(和平派) 진회(秦檜)에 밀려 처형됨
f막수유(莫須有): 악비(岳飛)가 처형된 죄목 "아마도 죄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