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Flat White Please (2)
# 플랫 화이트 한 잔 주세요 (2)
## One Flat White Please (2)
나는 플랫 화이트를 고집한다. 더워 죽어도 따듯한 플랫 화이트다. 음료 자체의 양(170~230ml)이 많지 않고 온도(65~68도)도 따듯한 아메리카노(95~98도)처럼 뜨겁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냥 5분 만에 후루룩 마셔버리기 십상이다. 사실 플랫 화이트와 카페라테의 재료는 차이가 없어서 플랫 화이트는 차갑게 나오지 않는다. 차갑게(아이스로) 마실 경우 어차피 두 음료 모두 에스프레소, 우유, 얼음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냥 카페라테만 존재한다.
플랫 화이트를 고집하는 또 하나의 이유도 있다. 따듯한 플랫 화이트(혹은 카페라테)가 그 카페의 실력을 보여준다. 플랫 화이트와 같은 커피 음료는 에스프레소 추출 기술과 커피 머신 관리, 우유 스티밍 기술, 그리고 푸어링 기술이 만나서 탄생한다. 사실 에스프레소 추출 기술은 미리 세팅된 그라인더와 커피머신만 있다면 1시간만 배워도 바르게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평소에 커피 머신을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하였는지에 따라 다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추후에 다루어 보겠다.
우유 스티밍*과 푸어링은 조금 다르다. 말이나 글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직접 체득해야 하는 기술이다. 테니스를 글로 배울 수 없듯이 직접 머신 앞에 서서 우유 스팀을 해보고, 스팀 된 우유를 커피잔에 부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유 스티밍은 완드**와 스팀피처의 각도, 세기, 우유가 스팀피처에서 회오리치며 생기는 거품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결코 하루아침에 배울 기술이 아니다. 또 우유를 잘 스팀 했다고 그냥 부어서도 안된다. 에스프레소 크레마***위에 스팀 된 우유를 붓는데 그냥 부어서는 모양이 빠진다. 크레마를 적당히 부셔가며 보기 좋게 마무리해야 한다.
* 우유 스티밍: 우유를 데우면서 동시에 우유 거품을 만드는 행위
** 완드: 커피 머신 양측에 달려 있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막대, 뜨거운 공기가 나와 우유를 데워주고 우유 거품을 만들어 준다.
*** 크레마: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생기는 갈색 거품, 원두의 기름으로 되어 있다.
커피잔에 스팀 된 우유를 어느 정도 부었다면 보기 좋게 하트를 그리며 보기 좋게 마무리하는데 이를 라테아트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많이 하는 라테아트의 모양은 하트, 튤립, 로제타(나뭇잎)가 있고 응용으로는 스완(백조), 인디언, 장미 등이 있다. 대충 붓고 이쑤시개로 모양을 내는 것은 에칭(etching)이라 한다. 에칭을 하면 티가 날뿐더러 그 시간 동안 커피가 식기 때문에 라테아트의 핵심은 푸어링을 하면서 모양을 내는 것이다. 한 번에 푸어링을 하며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이쁘게 모양을 내고 손님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바리스타의 덕목이다. 바리스타도 라테아트를 망치면 종종 에칭으로 무마한다.
다시 돌아와 따듯한 플랫 화이트와 카페라테는 그 카페의 실력을 보여준다. 물론 에스프레소 추출 기술, 우유 스티밍, 푸어링만 가지고는 그 카페의 실력을 모두 반영할 수 없다. 핸드드립이나 더치커피에 특화된 카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카페 가서 커피음료를 시킬 때 핸드드립을 많이 시키는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를 많이 시키는가? 주로 후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따듯한 플랫 화이트를 시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