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힌 커피
# 카페모카 주세요.
## 이제는 잊힌 커피
카페모카는 에스프레소에 초콜릿을 섞고 카페라테처럼 우유를 넣어 만든 음료다. 카페에 따라 휘핑크림을 올리기도 한다. 한때 카페베네, 할리스 커피 등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이 생기던 시절에는 카페모카라는 메뉴가 있었고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메뉴판에서 사라진 음료가 되었다.
카페모카는 영어로 Cafe Mocha라고 적는데, Mocha는 예멘의 한 항구도시에서 유래된 단어다. 모카라는 항구도시는 커피 역사에서 생산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가정용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카 포트로 만들어진 음료가 모카커피다. 그러나 카페 모카에서 Mocha는 흔히 초콜릿이 들어간 음료를 지칭한다.
카페모카를 생각하면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던 날이 떠오른다. 호주에도 중국인이 많은데 중국인이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면 주문을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에 찾아온 손님이 카페모카(Cafe Mocha, 혹은 모카라테 Mocha Latte)를 시키면 손님의 국적이나 배경을 추측한다. 중국계 손님으로 보인다면 모카(Mocha)인지 마차(Matcha, 말차, 녹차)인지 되묻는다. 주문한 음료가 녹차(Green Tea)가 들어간 것인지 혹은 초콜릿이 들어간 것인지 묻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국인에게 모카와 마차의 발음은 상당히 유사한 것 같다. 카페모카를 주문하고 자신이 주문한 음료가 아니라고 말하는 중국계 손님이 많았다.
카페모카의 인기가 많았던 당시,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싸구려 초콜릿 시럽을 에스프레소와 섞어 카페모카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플라스틱 케첩통이 올라간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그것이 초콜릿 시럽이 들어있던 통이었다. 초콜릿 시럽의 온도가 내려가면 딱딱해지는데 카페모카를 만들 때 초콜릿이 잘 나오지 않게 된다. 때문에 항상 따뜻한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싸구려 초콜릿 시럽 말고도 진짜 초콜릿을 녹여서 카페모카나 핫초코를 만드는 카페도 있다. 초콜릿을 벌크로 사서 뜨거운 물에 중탕하여 녹여서 사용한다. 문제는 한번 녹인 초콜릿을 계속 따듯하게 유지하여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걸쭉한 액체상태로 유지해야 했다. 이때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올리거나 온장고를 구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형 초콜릿을 에스프레소 추출을 내리면서 같이 녹이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미리 초콜릿을 대량으로 녹이지 않아도 되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바(Bar)가 보이는 구조라면 에스프레소가 초콜릿 위로 추출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 후 초콜릿과 에스프레소가 잘 섞이도록 섞어준 후 우유를 첨가하여 카페모카를 만든다.
이제는 메뉴판에서 카페모카를 찾아보기 힘들다. 흔히 인스타에서 핫한 카페를 가면 메뉴판에 카페모카라는 음료는 보이지 않는다. 구시대의 혹은 구식 커피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일까? 아니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쓰던 싸구려 초콜릿 베이스가 싫어진 것일까? 휘핑크림이 싫어진 것일까?
개인적으로 카페모카에 휘핑크림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카페모카는 커피와 초콜릿의 조합이지 휘핑크림이 중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휘핑크림을 올려줄까요 하고 묻는다면 반드시 빼 달라고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