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팩트다 #7. 배운게 이것 뿐이라서

봉탈하지 못했다. 봉탈은 패션계 농담거리로, 패션계 탈출을 의미한다.

by JJLAB

우리는 다시 현실의 길로 들어섰다.


프로모션 업무(제작 대행)를 꾸준히 이어갔고,

블로그를 통한 패션 교육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대출을 모두 갚았다는 것이었다.

5년 동안의 상환 끝에 남은 건,

신용 1등급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브랜드 재고는 있었지만,

신상품은 거의 제작하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힘을 쏟은 탓인지,

열정이 다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오빠는 가끔 프로모션 업무 중

남은 원단으로 새 옷을 만들곤 했다.

그렇게라도 브랜드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러던 중, 우리는 패션창작스튜디오에 지원했다.
나는 떨어졌지만, 오빠의 브랜드는 붙었다.

같이 사무실을 쓰며 생존 업무를 해왔기에,
우리는 그 브랜드를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언젠가 이 브랜드가 나아지면,

내 브랜드도 다시 해보자고 했다.

어쩌면 이 말은 아쉬움이자, 전환점이자,

미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도 차고 먹고 살기에도 벅찼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열망은 여전했지만,

리스크를 감당할 용기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저 생존하기 위해 일을 찾아다녀야 했고, 늘 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돌덩이를 매일 산에 올리는 시지프스의 삶 같았다.

일은 했지만, 무기력함은 쌓여갔다.


그리고 사소한 일로도 사무실에서 죽일 듯이 다퉜다.

왜 다퉜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쩌면 기억에서 지워버린 걸지도 모른다.

남은 건 그저 상처뿐이었다.


매번 뭔가 분하고,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았다.

세상을 산다는 게 원래 이런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광할한 우주속 그저 작은 점 하나일 뿐이었다.


그렇게 무기력해지다가도,

다시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담담히 하루를 이어갔다.


그 무렵, 나는 야간 대학원을 준비했다.

늦었지만,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배운 게 이것뿐이라서, 나는 이 길 위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냥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나아질 거라며…”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용히 하루를 또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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