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었던 15년 전, 지난 날을 꺼내보다
패션 업계에 몸 담은 지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배운 게 이것뿐이라 버텼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처음엔 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좋아서 선택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패션은 ‘꿈’이 아니라 ‘생존’이 되었다.
어릴 적 나는 공부보다 꾸미기를 더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대부분 옷을 사는 데 썼다.
그 돈으로 저녁에는 야간 미용 직업학교에 다녔다.
특별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을 뿐이다.
내가 꾸며준 모습에 친구가 웃으면
나에겐 큰 기쁨이었다.
그게 내가 처음 품은 '꿈'이었다.
그래서 대학 진학도 갑작스럽게 결심했다.
하지만 안하던 공부가 고3 때 갑자기 잘될 리 없었다.
결국 성적에 맞춰 수도권 전문대에 들어갔다.
전공은 ‘패션 디자인’.
난생처음 공부가 즐거웠다.
교수님의 칭찬, 처음 느껴본 인정에 나름 우쭐했다.
그렇게 과 수석 졸업까지..
나는 더 배우고 싶었다.
4년제 편입을 하고, 학원, 공모전을 병행했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와 등록금을 모았다.
시간도 돈도 빠듯했지만 괜찮았다.
나에게 배움은 ‘열정으로 버티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디자인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휴학을 결심하고 갓 오픈한 의류 매장에서 일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매장 콘셉트, 진열, 사입, VMD까지 모두 맡았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실에 써보는 일이 신기했고,
잘된 점과 아쉬운 점을 매일 기록했다.
매출이 오르는 게 마치 성적표 같았고, 그 자체로 성취였다.
그때의 나는 돈보다 배우는 게 기뻤다.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학원비와 등록금을 냈다.
시간도, 돈도 빠듯했지만 괜찮았다. 그 시절의 나에게 배움은,
그저 ‘열정 그 자체’였다.
하지만 꿈은 그저 로망이였을까,
사회에 나간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