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워진다. 아침잠을 비우고 운동을 채우다.
무엇을 얻으려면 무언가를 포기해야하는 순리
나이들수록 사람은 욕심대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살면서 욕심을 잔뜩 머금고 살아가다가 하나씩 잃어보면서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것에 순응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스쳐가면서 기억에 남았던 말이 "비워야 채워진다" 였다. 한참 연애에 열을 올리던 시절에는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을 놓지 못 하면 그 다음 오는 사람을 담을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하며 그 말을 기억해뒀는데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리는 인생 전반을 설명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것 같다.
비운다는 것은 무언가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욕심을 비우기도 하고 사람을 비우기도 하고 안정된 무언가를 놓는 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면 맛은 별로 없지만 몸에 좋은 음식들로 식사를 채우고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야한다.
그런 습관으로 나를 채우려면 달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를, 편하게 누워 유튜브만 보는 편안함을 비워야 하는 것이다. 무엇도 비우지 못 하고 건강한 몸을 바라면 이도 저도 안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은 자신에 대한 한심함으로 돌아오게 되니까 말이다.
나는 운동을 몇년 동안 열심히 시도했었다. PT도 등록해서 2년 동안 해보기도 하고 춤도 배워보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늘 퇴근 후에 운동을 가는 일은 괴로움 그 자체였다. 활기차지도 않았고 익숙해지지도 않는 괴로운 일로 갈때 마다 스트레스를 받았고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은 이상한 해방감에 신나서 배달음식을 시켜 혼자만의 파티를 했다.
그래서 살도 빠지지 않았고 다이어트 강박만 심해졌다.
그러다가 무기력으로 상담을 받으러 간 날 나에 대한 한심함에 대해 토로하던 중 상담선생님이 얘기했다.
"원래 모든 사람의 정식적 , 신체적 체력은 오전에 가장 높고 오후가 되면 될수록 고갈됩니다. 저녁에 운동 가기 싫은 게 어떻게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정신도 몸도 지쳐있는데 운동을 가려고하는 게 난이도가 아주 높은 일이거든요"
그 말을 듣고 문득 아침에 운동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달정도 고민을 했다.
일단 비움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나는 6시에서 6시 30분사이에 깨도 7시 30분까지 뒹굴뒹굴 출근하기 싫은 마음으로 더 잠을 채우는 것도 아니고 깨어있지도 않은 듯이 1시간을 소비했다.
그 편안함과 안락함, 일어났지만 바로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는 왠지 모르는 기분 좋은 게으름을 비우기가 싫었다.
한달만에 마음을 먹고 아침의 안람함을 비우기로 마음 먹고 헬스장에서 바로 출근할 수 있게 목욕가방과 스킨케어 제품을 담을 가방을 사고 짐을 쌌다.
처음 시도한 날은 월요일이였다.
6시에 일어나서 조금 빈둥거렸지만 출근 시간을 고려하면 6시 30분에는 나가야 제때 출근이 가능했다.
편안함과 안락함을 버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씻지도 않고 준비해둔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보통 출근하는 시간에는 회사와 집까지 30분~40분은 걸렸지만 6시반에 출발하니 15분만에 회사 앞까지 도착했고 바로 회사 헬스장으로 이동했다.
헬스장에 들어가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운동하고 있었다.
"다들 이렇게 아침부터 부지런히 살았던거야?"
나도 얼른 옷을 갈아입고 러닝머신 위에 서서 30분만 유산소 운동을 했다. 첫날이니 무리하지 말자 생각하고 30분정도 인터벌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는데 온 몸이 개운했다. 평소의 아침에는 느낄 수 없었던 온 몸에 피가 순환되는 것 같아 상쾌했다.
개운하게 씻고나오니 몸도 가볍고 사무실로 이동하자 오늘 하루가 이미 무언가를 이룬 뿌듯한 하루처럼 느껴졌다.
아침에 운동하니 오후까지 혈액순환이 잘되는 듯이 몸이 개운하고 그날 저녁에는 안 오던 잠이 솔솔와서 일찍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을 전부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만족감에 자유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아침운동은 나의 루틴이 되었다.
아침에 뒹굴거림를 비웠더니 개운함과 뿌듯함 그리고 건강한 몸이 채워졌다. 그리고 퇴근 후에 자유마져 채워졌다. 만약 내가 아침의 뒹굴거림을 비우지 못 했다면 나는 늘 저녁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수행하는 운동을 끝내는 생활을 계속 했을 것 이다.
욕심을 비우고 새로운 것을 채웠는데 그것이 나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다.
물론 어떤 시도는 이만큼의 만족감을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시도한다면 확실히 그에 반대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모두 다 웅켜쥐려하는 건 어린아이의 욕심이다.
밀라논나와 이경신님의 대화가 실린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게 알맞은 옷을 입으려고 조금 더 걷고 조금 덜 먹습니다"
나는 예쁜 옷은 입고 싶지만 야식도 먹고 싶었고 주기적으로 친구들을 만나서 먹고 마시고 싶었지만 가능할리 없었다.
욕심은 비우지 못하게 하고 비우지 못하면 채울 수도 없다.
무심코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는지 욕심 때문에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되기에 걸림돌이 생기지 않았는지 가끔 나를 들여다보면 주기적으로 비우고 채우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