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잘못된 자기표현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관계를 살리는 자기표현

by 남정하


겉보기에 말 잘하고 똑똑해 보여 " 어디 떨어뜨려 놓아도 자기 먹을 밥을 찾아먹을 아이"한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이런 내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혼자 후회하고 자책할 때가 많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놀란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자기 의견이 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로 비쳤나 보다. 돌아보니

대체로 그렇게 할 말을 하고 살았다. 어른으로 성장하고 나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나를 당돌한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한테 아무 말 못 하고 있는데 손을 들고 당돌하게 왜 그러는지 묻고 할 말을 하더라는 거다. 그 얘길 듣고 그래서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었나? 사춘기 때 했던 고민에 대해 답을 얻은

느낌이 들었다. 학창 시절에는 특히 나를 포함해 반 아이들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되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판단될 때 손을 들고 표현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느낀 불공평한 경험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전체를 위해서,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대신 말하는 건 잘하는 그런 아이였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 많다. 자신을 돌봐 달라는 말을 못 하고 다른 사람을 돌보면서 언젠가는 자신도 돌봐줄 거라 기대한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자신도 배려받길 바라는 사람도 많다. 나를 위해서 원하는 욕구를 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의 의견을 대변한다. 다른 사람을 열심히 돌볼수록, 배려하면 할수록, 아무리 대변해도 정작 나는 원하는 만큼 돌보아지지 않는다. 상대 마음을 알아주기 위해 마음을 다하지만 상대가 정작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화가 나고, 속으로 분통이 터진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친구들은 놀란다. 그런 고민을 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비폭력대화를 배우면서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털어놓고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 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이유 중에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들키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있다. 내가 솔직하게 나 자신을 드러내면 상대가 나를 싫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할 거란 두려움 상대와 멀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소속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혼자일 것에 대한 두려움 등. 말하지 못하는 이유야 뭐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정말 다양하다. 매번 말하지 못하는 순간을 의식할 때 무기력하고 슬펐다. 바보같이 사랑해 달라는 말 하기가 왜 그렇게 힘들어? 비폭력대화를 오래 공부하면서 욕구를 의식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표현하기 어려운 욕주 중 하나가 바로

사랑에 관한 말들이다. “ 나를 사랑해줘. 당신의 관심이 필요해, 나랑 함께 있어줘, 좀 안아줘, 위로가 필요해 ”






우리는 오랫동안 사랑은 받기 위해 부모의 기대를 채우려 노력해야 했다. 존재 있는 그대로 사랑을 받은 경험이 없었던 우리는 원하는 사랑을 얻기 위해 우리 자신의 욕구는 포기해야 했다. 사랑받기 위해 부모를 기쁘게

하는 자녀로 살아야 했다. 이후 어른이 되고 나서 까지 사랑은 상대의 기대에 맞출 때 얻을 수 있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정서적 노예상태란 말로 설명한다. 남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항상 애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행복해 보이지 않으면 그 책임을 느끼면서 상대를 기쁘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이 단계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돌보기 위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부인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억압하는 대신 상대를 돌보면서 산다. 비폭력대화 정서적 해방 단계는 다른 사람이 힘들어할 때 그 책임을 자신이 지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자신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에 대해 하지 않으면 혼나거나 비난받을 거라는 죄책감, 잘못했다는 수치심, 관계가 멀어지거나 단절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행동하지 않는다. 온전히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 함께 하고 싶어 연결하고 싶은 마음에서 행동한다, 정서적 해방 단계에서 다른 사람의 느낌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듯, 자신의 느낌에 대해서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진다.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레론( 저자 )에도 창조성이 회복되면서 정직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적고 있다. 날마다 자신에 대해 모닝 페이지를 정직하게 쓰면서 자신 안에 감춰져 있는 실제 감정과 남들에게 드러내는 대외적인 감정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자주 하는 말은 “괜찮아 “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괜찮다는 말을 포괄적으로 쓰고 있다. 실직당했을 때도 괜찮아. 여자 친구가 다른 사람과 데이트할 때도 괜찮아.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괜찮다고 한다. 창조성을 회복하기 시작하려면 솔직한 대답을 써야 한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실제 어떤지 진실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뭔가 감추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한 기분이 들 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 감정과 마주한다. 모든 감정을 피하지 않고

감정이 들 때마다 쓴다. 이렇게 쓰는 모닝 페이지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피하지 않고 직면하게 된다.

비폭력대화에서 말하는 정서적 해방은 보고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말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책임지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행동을 그만둔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순간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위해 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느낀다. 얄미운 단계는 다른 사람의 희로애락 같은 느낌에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의 기분과 기대에 맞추고

살 때 비싼 대가를 치른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 이때부터 자신을 위해 표현하기 시작한다. 자신에게도 욕구가 있다는 걸 인식하지만 아직은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길 어려워한다. ‘아티스트 웨이’ 모닝 페이지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아티스트 웨이’의 창조성과 비폭력대화의 연결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는

의미로 보인다. 솔직한 표현이란 측면에서 비슷한 과정이란 생각이 든다. 자유로움, 자신의 행복을 자신이 책임지고 자신에게서 찾아가는 여정이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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