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관계를 살리는 자기표현
대화에 대해 배우는 워크숍이었다. 각자 원하는 파트너를 정하고 공감을 나누는 시간을 길게 가질 거라 했다. 파트너와 의논해서 어디서 어떻게 공감을 나눌지 정하라고 했다. 강의장에 그대로 있어도 좋고 강의장 바깥 주변 골목을 산책해도 좋다. 바람을 쐬면서 걷다가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와도 괜찮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이 모두 열려있다는 강사의 요청을 듣는 순간 마음에 벨이 울린다. 산책하면서 살랑살랑 바람결을 따라 걸으면서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었다. 순간 상대가 어떨지 몰라 신경이 쓰인다. “ 어디서 이야기 나누고 싶으세요? ” 먼저 물었더니 파트너는 망설임 없이 말한다. “ 지금은 좀 피곤해서 움직이기 싫어서요. 전 그냥 이 장소에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 상대 얘기를 듣는 순간 산책하면서 공감을 나누고 싶던 마음을 접었다. “ 저는 산책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에 대해 염려해서였을까? 공감을 나누면서 계속 상대에게 맞추고 만 나 자신이 답답했다. 나보다 남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말을 듣기 원하는지 더 신경 쓰는 나에 대한 자책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 일이 자기표현의 분수령이 됐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진실하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다. ‘ 진짜 나 ’ ‘ 나 다운 나 ’로 살기 위해 내가 뭘 원하고 어떤 말을 듣기 원하는지 상대에게 듣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공감하고 내가 원하는 욕구를 이해할 줄 알아야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자각했다. 상대에게 표현하지 않으면 ‘ 나 다운 나 ’로 살기 어렵다는 것과 남들에게 솔직하기 못한 채 속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자신을 자책하는 에너지가 훨씬 뒤끝 작렬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느꼈다. 진짜 나롤 살기 위해서는 자기 공감능력, 자기 수용, 자신과의 유대감이 필요했으며 무엇보다 내가 느끼고 원하는 것에 대한 자기 이해와 신뢰가 중요하다. ‘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이다.
“ 욕구 ”란 말의 의미를 비폭력대화를 배우면서 비로소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욕구는 에너지이고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고 동기라는 것과 우리가 시시때때로 느끼는 느낌은 욕구가 잘 충족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등이다. 내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 그건 내 욕구가 잘 돌봐져서 충족되고 있다는 신호다. 걸핏하면 화가 나고 불편하다면 상대가 나빠서, 부족해서, 나를 꼭지 돌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한 자기 이해를 갖게 된 후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바꾸어서 내 행복을 충족하려 애쓰던 노력을 줄이고 나를 돌보고 내가 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 내가 나를 위해 말할 수 없었던 이유 ’는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뭘 원하는지 아무도 나에게 물어봐 주지 않았고 더구나 나조차 나에게 물어봐 주지 않아서였다. 어떻게 느끼는지, 뭘 원하는지를 모른 채 나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다. 느낌과 욕구는 내가 찾던 ‘ 진짜 나 ’ ‘ 나 다운 나 ’의 살아있는 표현이다. 비폭력대화를 통해 나의 느낌과 원하는 것을 만날 수 있었고 솔직한 자기표현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 누군가와 연결되었을 때 당신은 최고가 될 수 있다. 안전한 결합은 인간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성장할 때 필요한 발사대 역할을 한다. ” 솔직한 자기표현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신과의 연결을 돕는다. 자신을 표현할 수 없을 때 안전에 대해 염려하고 불편해하느라 집중력과 에너지를 쏟으며 새로운 경험을 하기 어렵다. 또한 누군가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으면 새로운 것에 대해 탐색을 쉽게 할 수 있다. 자기표현은 다른 사람의 지원과 지지를 요청하고 부탁할 수 있는 가장 진정성 있는 말이다.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힘은 곧 자신을 가장 든든하게 지지하는 힘을 제공한다. 다른 사람과의 연대와 연결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친밀하게 위로받고 공감받을 수 있는 유대감이 생겨 삶을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갖고 돌보기 시작하면서 내 삶은 생동감 있어졌다. 해야 만한다는 책임, 의무로 일상이 힘들고 답답했던 나를 벗고 자유로와질 수 있었다. 기꺼이 하고 싶은 때 상대의 요청에 응해도 괜찮다고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쉴 수 있었고 여유로울 수 있었다. 내가 나 자신을 잘 돌볼 수 있게 되면서 숨 쉴 여유가 생기자 비로소 상대가 보이기 시작하고 상대를 돌보는 일이 책임이나 당위가 아니라 기쁨이 되었다. ‘ 진짜 나 ’ ‘ 나 다운 나 ’로 살기 위한 노력은 이렇게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자기표현을 통해 찾아가고 있다. 그 과정 동안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던 동안의 고민을 담은 “ 화내는 엄마 불안한 아이 ” 책을 썼다. 책을 쓴 다음 혼자 열흘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남편이 은퇴 겸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오랜 염원이었던 이탈리아 부부여행도 다녀왔다. 두려움, 불안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는 자유롭고 솔직한 자기표현이 주는 당당함은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탐색하도록 지원하고 찾아 나서도록 돕는다. 이 책 또한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이자 나 자신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기표현을 의미한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에드 트로닉은 인간이 서로 협력할 때 정서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진심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면 가까운 이들과 사랑을 주고받게 된다. 이 책을 쓰면서 ‘ 내가 나를 위해 말할 수 있는 자기표현 ’이 ‘자기 사랑’에 이르는 길이라는 사실은 깊이 깨달았다. 내가 사랑받고 싶어 다른 사람을 돌보고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노력했던 모든 일들이 결국 ‘ 자기 사랑 ’을 외부에서 얻기 위한 방법이었음을 온몸을 깨우쳤다. 하지만 외부에서 얻으려는 사랑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자기 사랑, 자기 공감능력, 자신과의 유대감 이런 것들이 중요하구나. 이론으로 백날 읽어도 자기 안의 사랑을 확인하기 전까지 그 말을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기 어렵다. 아하! 자기표현은 ‘ 자기 사랑 ’에 이르는 길이구나. 난 그동안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위해 말할 필요가 있었고 나를 위해 말해왔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자기 사랑하고 자신의 사랑을 꽃피우고 주고받기 위한 목적으로 세상에 왔다는 걸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나에게 자기표현은 자기 사랑에 이르는 길이었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임을 알게 된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