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말해야 낫는 병
지극히 사소한 일로 관계가 멀어진다. 그때그때 사소한 일이 쌓일 때 풀지 못할 때 쌓여 커진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는데 상대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혼자 관계를 정리한다. 멀어지가나 피하거나 안 보거나 혼자 정리한다. 일상에서 마음의 갈들을 불러오는 일들이 워낙 사소해서 '이런 일을 말해야 하나?" 기분 나빠하는 자신을 들킬까 봐 혼자 앓는다. 소심하다는 판단이 생긴다. 바보같이 앞에서 말 못 하고 곱씹는 자신이 싫다. 쪼잔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싫다. 사소한 일을 그냥 넘기면 감정을 혼자 삭히느라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사소하지만 불편한 일을 그때 그대 풀지 못해 상처와 원망이 쌓인다. 사소한 일이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상대와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사소한 일을 차곡차곡 쌓아두면 어느 순간 돌덩이가 되어 맺힌다. 마음으로 아끼던 사람을 잃게 될 수 있다. 사소할 때 사소한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일은 진심으로 그 사람과 친하게 오래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어떤 말이든 우선 불편한 감정이 생긴 상태에서 잘 전하기 어렵다. 잘못하면 비난하고 탓하는 것처럼 상대에게 전해질 염려가 있다.
몇 명이 모여 반나절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제안한 장소가 집에서 너무 멀어 망설여졌다. 약속을 하고 내 일정이 맞지 않아 한주 미루게 됐다. 미안한 마음에 차 가져오란 말에 속으로 망설였지만 답을 하고 운전기사 노릇을 했다. 차 가져가면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 많다.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홀가분하다. 얻어 탈 때 참 수월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어 편하다. 운전자 입장은 달라진다. 잘 다녀와서 비용 정산을 할 때다. 애초 감사를 바라는 마음에서 운전을 자처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불편해진 지검이 있었다. 기름값 책정이 너무 터무니없다. 돈 문제가 얽히면 마음이 더 복잡하다. 우리 집 거리를 가깝게 생각했나 보다.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묵직하고 뻐근한데 수고에 대한 인정이 이것뿐이란 생각이 들자 화가 났다. 처음에 뭐 그 정도야 뭐. 봉사 한 셈 치지 했는데 생각할수록 괘씸해진다, "거의 1시간 반을 운전해서 도착한 거리를 기름값 7천 원으로 정산할 수 있지?" 생각이 드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진다. "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이 들어 계속 억울함이 밀려온다. '이번 한 번인데 뭘. 쿨하게 넘기자. 말하면 서로 불편함이 오가고 돈 몇 푼 때문에 사람만 우스워질 것 같아' 잠을 청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혹시 나한테 무슨 감정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며칠 전 전화 와서 하소연하는데 귀찮아서 잘 들어주지 않았던 일이 떠오른다. 아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지. 나들이 잘 다녀와서 오늘 즐거웠다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기름값 때문에 온통 엉망이 돼 버렸다. 이럴 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나에게 물어봤다. " 어떻게 하고 싶어?" 우선 이런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싶고 생각이 일파만파 다른 방향으로 뿌리를 내리는 걸 막기 위해서 공감받고 싶었다. 혼자 생각하고 참고 말면 서운함 때문에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을 때 불편한 마음이 생길 것 같아 풀고 싶었다. 그리고 내 입장을 이해받고 싶었다. 내 감정을 속임으로 해서 사람들을 피하거나 속으로 불편해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편안한 연결, 기름값과 관련해서 내 입장이 이해받고 공감받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한 표현이 중요하다. 화가 나서 표현하면 상대에게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처럼 들린다. 난 기름값으로 불편해지기 싫다. 그렇다고 내 감정과 의견을 숨기고 싶지 않다. 감정을 쌓았다가 엉뚱한 일에 분통을 터트리고 싶지 않다.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표현하고 연결하고 싶다. 생각이 이렇게 정리가 된 다음 차분하게 톡을 보냈다. 직접 만나지 않고 말하는 게 편하긴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기 위해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해소하고 싶은 마음으로 톡을 보낸다. 그래야 오해가 적다. 받고 싶은 이해와 공감, 기꺼이 운전한 수고에 대한 감사를 받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상대가 잘못했다는 비난이 아니라 속상함을 전하고 내 입장에 대한 공감이니까. 감정을 표현할 때는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좋다. 어떤 말이나 행동이 마음에 걸렸는지 말한다. " 즐겁게 나들이 다녀와서 고마웠어. 비용 정산을 보면서 한 가지 마음에 걸려서 말이야. 집에서 영종도까지 98킬로미터로 내비게이션에 나오는데 비용 정산에 왕복 100킬로 만 4천 기름값이 나와서. 좀 서운해서 망설이다 말해야 오해가 없겠다 싶어서 용기 냈어."
이렇게 말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내 말을 듣고 누군가가 공감으로 받아주지 않으면 마음을 정리하고 그 그룹 토크에서 나올 수도 있다. 정말 여러 변수가 많다. 그냥 그렇게 표현하는 건 기름값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오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도로 말해야 한다. 외줄 타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신경 쓰이는 신경전을 한바탕 치러야 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 대부분. 하지만 표현하지 않고 넘어간 대가를 본인이 치르게 된다. 다음에 또 나들이 가게 될 기회가 오면 내키지 않는다. 그때 함께 갔던 사람들과 다시 가는 일이 부담스럽고 불편해진다. 즐겁고 친밀한 관계가 그 일 이후 깨지고 멀어질 수 있다. 뭐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예이다. 너무 사소해서 일일이 표현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다. 하지만 난 감정을 쌓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아서 서로 멀어지는 실수를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요즘은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 밖에 모르기 때문에 말해야 한다. 억울해하고 속상해하는 나를 내가 못 본척하고 싶지 않아서 나를 위해 표현한다. 말해야 내가 무엇 때문에 속상한지 다른 사람이 안다. 원하는 걸 말해야 다음에는 신경 쓴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도움을 받을 때 함께 살아가는 일이 아름답게 생각된다. 말을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는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