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말해야 낫는 병
이 말이 참 좋다. "말하면서 자유로워진다' 원하는 만큼 이해를 받지 않아도 기대만큼 위로받지 못해도 말해야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마음이 요동친다. 그때 이렇게 말할 걸 그랬어. 바보같이 듣고만 있었어. 자신에 대한 비난과 상대에 대한 비난이 끊임없이 오간다. 관계를 끊고 안 보고 살고 싶다. 상대가 밉다. 그동안 얼마나 애쓰면서 살았는데 마음을 몰라준다 싶어 공연히 억울하고 슬프다. 진정시키려고 쉼 호흡해 본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산책하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 지나가는 사람 볼까 봐 고개를 숙이며 걷는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속상한 일을 털어놓는다. 애써 밝게 이야기하지만 중간중간 울먹거린다. "내가 자기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니?" 말하면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하마터면 소리 내서 엉엉 울뻔했다. 눈물을 보이지 않고 전화를 통화만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리 친구지만 우는 모습까지 보이면 창피할 것 같다. 한참 쏟아내고 나니 크게 숨이 쉬어진다. 쏟아내고 나니 딸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 지도 나 때문에 힘들겠지. 내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딸도 엄마한테 맞추며 사느라 할 말 못 하고 살았을 거야." 이런 마음이 든다. 딸에게 사랑을 쏟은 만큼 내가 기대한 대로 하길 바랐나 보다. 결국 내 기대가 문제다. 내가 그 정도고 기대 못하고 사나? 생각하니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자식이지만 많이 의지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듣기 책의 일부이다. " 아이들은 목소리와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귀를 필요로 한다. 누구에게든 어리광을 부려도 괜찮다. 만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아이들은 입을 꼭 다물게 되고 그들의 재능은 썩는다." 학교에서 시무룩해서 돌아왔을 때 부모가 가슴을 열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무슨 얘기를 해도 들어준다. 옳고 그름으로 재판관 노릇을 하지 않고 들을 때 마음에 쌓인 독소가 방출된다. 쏟아내고 나면 원래 있던 생기와 활력이 회복된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고 쌓아두고 표현하지 못하면 생각과 감정과 경험은 내부에 머물게 된다. 점점 오염이 된다. 말함으로써 자유로워진다.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잘 들어주는 듣기는 쏟아내기다. 감정의 하수구를 쏟아내야 편안해질 수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어른도 말하면서 자유로워진다. 화가 나면 아이큐가 30으로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화가 나면 자기중심적이 된다. 화는 상대가 잘못했다는 판단으로 생겨난다.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 건 자신의 감정이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공감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 말하고 싶어도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감정이 꽉 차서 답답해 미칠 것 같아서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혼자 비난했다 자책했다를 되풀이해요. 말을 하다가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될까 봐 제 자신이 두려웠어요. " 이렇게 말하고 나니 홀가분하고 편안해요. 어떤 말을 해도 괜찮다는 안전함을 느끼니까 편안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안전함과 신뢰가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를 주었어요. 숨이 깊이 쉬어지고 평온해지는 것 같아요. 말하고 나니까 홀가분해지는 느낌이에요. 그동안 저는 괜찮다고 수없이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했어요. 감정을 억누르고 안 보려고 한 거죠. 사실은 전 안 괜찮았던 거예요. 수시로 감정이 요동쳐서 감정과 싸우느라 더 힘이 들었어요. 말하고 나니까 속 시원하고 후련해요. 어떤 상황에도 난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어요. 괜찮은 사람은 어떤 상황이 와도 늘 평온해야 해요. 감정을 쌓아두고 혼자 끙끙 앓더라도 상대에게 들키면 안 되잖아요. 브레네 브라운 책 '수치심 권하는 사회'에 나오는 글이다. "내가 잘못했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에게 이야기해요. 정말 수치수러운 경험을 비밀로 감추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요. 움츠려 드는 대신 이야기하면서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 키우면서 너무 힘든 젊은 엄마들이 댓글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혼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만큼 남편이 미운데 그 화가 아이들에게 폭발해서 힘들다는 얘기다. 남편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육아를 잘 못해서 그런다고만 하고 나 몰라라 한다. 경상도 집안이라 보수적이어서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뭐 달리 해 준 말이 없는데 글을 주고받다 보니 길이 보이는 것 같고 숨이 조금씩 쉬어진다는 답이 올라왔다. 다소 숨이 쉬어진다 하는 말을 듣고 남편에게 기대지 말고 철저히 버리라고 하면서 남자들은 그래야 외로워서 제 발로 들어온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더니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라고 깔깔거린다. 사람들은 어디라도 대놓고 말할 곳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숨 쉴 수 있다. 꽉 막혔던 감정에 숨통이 틀 바늘 한 구멍을 내줄 바로 그 사람이 있으면 살 수 있다. 그 한 사람이 배우자, 가족이길 바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삶이니 모두 외롭다. 외로워서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 하나만 기억하자. 말할수록 꽃 피어나고 말하면서 자유로와진다. 누구라도, 어디라도 막힌 감정을 뚫어줄 한 사람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