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기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말해야 낫는 병

by 남정하



정혜신 박사의 '당신은 옳다'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스펙이 감정이다. 자기표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기를 표현한다는 게 뭘까?" 궁금했다. 늘 답답했다. 다른 사람 말은 잘 들어주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놓치고, 하지 못하고, 후회할 때가 많았다. 머릿속에는 할 말이 쏟아지는데 입을 열 수 없어 멍한 채 지나가는 일이 많았다. " 그 말을 했어야 하는데 왜 그 말을 하지 못했지? 멍청하게 " 늘 뒷문 치면서 후회하고 다시 자책한다. 이번에는 나에 대한 자책이 이어진다. 내 마음에 불편한 감정이 생긴 순간 그때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일이 늘 힘들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원래 타고난 본성 그대로 키우고 싶었다. 부모로서 생각은 원대했으나 실생활에는 실천하기 힘들었다. 아이 있는 그대로 키우는 비책 1순위가 아이가 내 뜻대로 하지 않을 때 화내지 않고 들어주고 아이 의견 충분히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의 자기다움과 아이의 목소리는 툭하면 화를 내는 나의 감정 표현 방식 때문에 점점 위축되고 사그라들었다. 화를 내면서 아이에게 불만족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밖에 몰랐다. 불같이 화를 내고 나서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부모님이 혼낼 때 화내던 그대로 아이에게 표현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말하고 있는 내 목소리가 들리는데 입 밖으로는 습관대로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자신이 미워진다.





세상에 나와있는 커뮤니케이션 책들을 보면 모두 말하기보다 듣기를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대화할 때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 있을 때 서로의 말은 소음이 된다. 아이 친구 엄마들이랑 수다모임 하고 나면 허탈할 때가 있다. 많이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다. 점심을 먹었는데 허전해서 밥통에서 밥 꺼내 큰 대접으로 비벼 먹었는데 덜 차서 냉장고를 기웃거리게 될 때가 있다. 말이 소음인 순간이다. '자기표현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낀 대로 말하고, 다른 사람이 무엇을 알아주길 원하는지 상대가 잘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마음 챙김과 비폭력대화(오렌 제이 소퍼에 나온 설명이다. 자기표현을 하려면 우리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자신 안에서 어떤 경험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명히 파악하고 그로 인해 어떤 걸 원하는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또한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화는 인간관계가 행복의 중요한 요인이 되면서 삶의 중요한 기술이 되고 있다. 부모 자녀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자녀와의 소통, 공감, 연결이다. 대화를 이야기할 때 맨 첫 연결이 듣기라고 강조한다. 상대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한다. 경청이라고 한다. 듣기에는 6: 4, 7: 3 법칙이 있다. 상대가 말을 많이 하도록 잘 듣고 듣는 사람은 말을 줄인다. 부모 자녀 관계도 마찬가지다. 누가 말을 많이 하느냐를 살피고 자녀와 소통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 바로 자기표현이다. 듣기 이전에 충분한 자기표현이다. 엄마가 화가 났는데 아이 말을 먼저 들어야 하기 때문에 참고 듣는다. 듣기 듣는데 들으면서 자녀 말이 잘 안 들리는 이유이다. 집중하려 노력해도 자녀 말을 온전히 들을 수 없다. 충분히 화가 난 이유를 표현하고 엄마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기가 먼저이다. 자기 공감의 과정이다. 자녀의 말을 먼저 들어줘야 한다는 대화법에 맞춰 아무리 노력하지만 작심 3일이다. 화난 엄마 자신을 먼저 따뜻하게 돌봐줘야 한다. 자녀가 뭐라 하는지에만 집중하느라 스테레오처럼 쿵쾅거리는 자신의 감정 신호는 무시한다. 잘 들으려 노력해도 들을 수 없다. 엄마 감정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아이의 어떤 행동에 불편한 감정이 생겼는지 원하는 것이 뭔지 화의 원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기 공감의 과정이고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머무르는 시간 후에 자기표현을 통해 자녀에게 말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중요한 잘 들어주기, 경청이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자기표현이라 하면 자신의 생각을 주로 말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생각보다 감정이 훨씬 그 사람의 고유한 영역에 속한다. 일상의 만남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을 때 보다 감정을 교류했을 때 가깝게 다가선 느낌이 든다. 어떤 사람이 생각을 표현할 때 생각 이면에 그가 느낄 감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느낀다. 생각은 느낌의 원인이 되고, 느낌 후에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좀 더 직접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건 그 상황에서 뭘 어떻게 느꼈는지, 느끼고 있는지를 알리는 감정 표현이다. 자기표현이 어렵고 힘든 이유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보다 억제하고 컨트롤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표출하는 순간 부모의 제재를 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억제하는데 익숙하다. 때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될까 봐 두렵다. 20세기 초반 정신분석가 프로이트는 감정이야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 말했다. 하지만 감정의 세계가 워낙 비합리적이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기 힘들다. 그런 경험 자주 있다.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혼자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라 자책하느라 남들 만나기 두려울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감정을 나누다 보면 활기차게 사는 것처럼 보여도 내면에는 비슷한 아픔, 상처들, 다양한 불편한 감정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확인한다. 마음을 열고 감정을 나눌 때 서로 연결된다. 감정 억제 시스템이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는 문화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힘들다.






마셜은 비폭력대화에서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이란 모델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 감정을 탐색하고 우리가 말하고 싶은 핵심적인 요소를 결정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비폭력대화 모델은 자녀들이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자신의 뜻을 막무가내로 관철하려고 떼를 부릴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비난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부모가 자녀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왜 말로 표현해야 하는가? 감정을 말로 표현할 때 감정이 조절되는 효과가 있다. 감정을 꽁꽁 숨겨두고 느끼지 않으려고 할 때 감정은 더 활발하게 살아 움직인다. 이해받고 공감받지 못한 감정은 자신의 감정이 이해받을 때 편안해진다. 말로 표현할 때 감정이 조절되고 들어주는 사람에게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비우고 나면 그제야 다시 평온함을 회복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소화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가장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을 억제하기보다 표현하도록 도와서 아이들 마음 안에 있는 감정, 원하는 것을 부모에게 표현하고 부모 또한 부모의 감정과 원하는 것을 서로 충족할 수 있도록 표현해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녀 자신의 온전한 자기표현, 부모의 온전한 자기표현이 서로 솔직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자기표현 자체가 감정의 해방 기회이다. 감정은 억누르면 앙금처럼 마음의 그릇에 고인다. 사라지지 않고 감정이 건드려진다. 지나치게 고이면 넘쳐 흐리기도 한다. 감정이 고이면 관계가 불편해지고 행복하지 않다.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기 위한 감정 표현은 버리는데서 시작된다. 버리고 비우는 작업이 바로 자기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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