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해도 들어줄 단 한사람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관계를 살리는 솔직한 표현

by 남정하


자기표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함이다. 무슨 말을 해도, 어떻게 말해도 모두 수용된다는 편안한 느낌이 있어야 긴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떤 말을 해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거라는 신뢰가 있을 때 말을 할 수 있다. 언제 혼이 날지 몰라 불안한 상태에서는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말로 부모가 말하면 다 들어줄 거라고 해도 아이들 마음에 신뢰와 안전함이 자리잡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언성을 높이거나 다그치면 즉시 우리의 뇌는 싸우거나 도망가기 방어기제를 쓰게 된다. 자기변명으로 합리화하거나, 반항하면서 부모와 맞선다. 힘쓰는 일이 통하지 않을 때는 무조건 피하고 입을 닫고 도망간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아파지기도 한다. 부모에게 말을 할 때 아이가 감정적인 취약함을 드러내도 이것이 비난이나 수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편안히 잘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 슬프거나 화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고 이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애착 이론의 창시자인 존 볼 비는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바로 화를 낼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것이다. 감정 특히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안전감을 느끼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부모교육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6학년 자녀의 감정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과제가 있었다. 한 어머님이 한 주 동안 아들 승호와 있었던 일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인 줄 알고 " 승호야 엄마 숙제가 있는데 너랑 이야기 나누고 네가 요즘 자주 느끼는 감정이 뭔지, 친구들이랑은 어떤 일이 있는지 듣고 오는 숙제야" 요즘 어떻게 지내? 했더니 " 그저 그래요. 별로예요. 할 얘기 없어요 " 하더니 물어보는 횟수가 늘자 짜증을 내면서 " 몰라요. 왜 자꾸 물어봐요. 귀찮단 말이에요. 엄마 숙제를 왜 나한테 하라고 해요? 엄마가 자꾸 물어봐서 짜증 난다고요" 해서 너무 놀랐다고 한다.






남편하고 취향이 잘 맞지 않아 아들 승호 키우는데 시간과 정성을 들여온 엄마에게 아들의 이런 반응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 전 아들이랑 친한 줄 알았어요. 평소 제가 시키는 일에 토 달지 않고 잘 따라주었거든요." 아들과 이야기를 해 보니 공부하고 학원 가는 일 말고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며 아이가 왠지 말수가 적어지고 묻는 말 이외에는 말을 하지 않아 마음이 쓰이던 중이었다고 말한다. 아들 승호가 표현이 줄어들고 엄마랑 함께 있는 걸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 잘 듣는 아들이라고 자랑스러워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고백한다. 부모와의 친밀함은 무슨 말을 해도 괜찮고, 어떻게 말해도 수용될 거라는 안전함이 있어야 말할 수 있고 서로 친해질 수 있다. 부부끼리도 마찬가지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자주 다투고 언성이 높아진 경험이 많다면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 표현하기 어렵다. 남편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 여보! 오늘 저녁에 대화 좀 해요 "이다. 그 말을 들으면 " 내가 뭘 또 잘못한 게 있나? 어떻게 얘기해야 싸우지 않고 잘 모면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엄마가 자녀의 말을 들어보려고 " 너 지금 화났니? 속상하고 억울해?" 이렇게 물으면서 공감하려고 노력하면 안전하게 표현을 해 본 경험이 적은 아이는 " 엄마 맘대로 생각하지 마세요. 엄마 감정에 저를 맞추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하고 도망간다. 그러니까 자녀가 부모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맘 편하게 한다는 건 그만큼 부모와 관계가 편안하고 어떤 말을 해도 혼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쌓여 있다는 말이다. 아이가 부모를 안전한 상대로 여긴다면 관계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여기까지 오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 두해 바짝 잘 대해 준다고 형성될 신뢰와 안전함이 아님을 안다면 자녀가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은 부모가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라 할 만하다. 이 안전함과 신뢰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생활하게 될 사회의 모든 관계에 적용된다. 아이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믿을 만한 대상이 된다. 든든한 안전 기지를 확보한 아이는 불안과 긴장을 풀고 더 멀리, 새로운 세상으로 탐험할 힘을 얻는다. 어딜 가든, 어디에서든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있을 거란 신뢰를 갖고 자신을 펼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안전하면 감정이 조절된다. 안전을 느끼는 것은 감정조절이 필수적이다. 내가 안전하면 방어할 필요가 없고 싸우거나 도망가야 할 긴급한 필요도 없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내 감정조절이 된다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감정조절이 잘 된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반응에 방어적, 공격적이 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며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아이가 어떻게 얘기해도 부모에게 수용된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안전하다는 신뢰가 형성된다. 아이의 부정적인 행동, 부정적인 감정에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말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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