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아야 표현할수 있다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관계를 살리는 솔직한 표현

by 남정하


공감 모임에 참여하는 분 이야기다. 혼자 장 거르기를 해야 한다며 친정엄마한테 도와달라고 전화가 왔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도와달라니 거절하기 미안 하만 주말이라 선뜻 대답을 못했다. 주말부부여서 집을 비우려니 남편이 신경 쓰였다. 같이 가려니 번거롭고 두고 가려니 마음에 걸린다. 혼자 비닐 걷는 일을 못할 게 뻔하다. 친정 엄마 일이라면 언제나 짠하다. 시간이 안되더라도 다른 약속을 취소하고 가야 덜 미안하다. 남편은 같이 가서 돕겠다고 나서는데 괜찮다고 거절했다. 얼른 다녀올 테니 애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있으라고 했다. 남편에게 친정집 들를 때 부모님 싸우면서 지내는 모습 보이기 싫어 자주 혼자 간다. 남편이랑 같이 가면 괜히 신경 쓰여 마음이 불안하다. 행여 남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친정 속 사정을 들킬까 봐 편하지 않다. 혼자 베란다에서 장독 옮기고 물 퍼 나르고 잔심부름하고 나니 허리가 휘청거린다. 속으로 남편이랑 같이 올 걸 하는 후회가 올라온다. 남편에게는 굳이 같이 갈 필요 없다고 했지만 서운함이 남는다. 혼자 다녀올 테니 애들 잘 보고 있으라는 말에 " 어! 그래? 그럼 난 친구 만나고 올게 하고 외출 준비하고 나서는 남편이 철없다. 그래도 장모님 뵌 지 한참 됐는데 인사도 할 겸 같이 가겠다고 나설 줄 알았는데 말 만 던지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난다. 시어머니 장 볼 때는 아무리 아파도, 할 일이 쌓였어도 “ 내가 움직이고 말지!” 하면서 다녀온 생각이 난다. "자기 엄마만 소중하지! " 시어머니가 떠오르니 친정엄마가 불쌍해진다.






살면서 이런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다. 속에 있는 억울함을 모두 이야기하고 사는 자체가 힘들다. ‘이중 생각’이라 해야 하나? 한 번에 한 생각만 떠오르면 좋으련만 여러 생각들이 그것도 모순되게 일어난다. 애들은 뭐 건강하게만 잘 자라면 된다 싶다가도 공부 잘하는 옆집 아이 보면 너무 방치하나 싶다. 커서 원망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까지 든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친정 부모님 싸우는 모습 보이기 싫어 혼자 가겠다고 한 일이 남편에 대한 서운함으로 이어지더니 주말마다 호출하는 시어머니에게 가서 닻을 내렸다. 중심에 남편이 있다. 운전하고 돌아오면서 남편 욕을 하다가 화살이 자책, 자기 비난, 잘못으로 이어져 입을 닫았다. 사는 일이 답답하고 슬프다. 왜 이렇게 사는 게 복잡하지? 자신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헤매는 게 싫다. 처음부터 뭘 원하는지 알았더라면 매번 되풀이하는 후회, 자책은 없을 거다. 그런 자신이 힘들어 공감 모임에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됐다. 고민은 “ 제 마음을 잘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선택이든 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결국은 집으로 와 달라는 친정엄마 요청에 응할 때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자신의 상태를 잘 살피고 선택해야 한다. 친정엄마가 힘들어 전화했는데 거절하기 힘들겠지만 오늘 컨디션이 갈 상황인지 먼저 살핀다. 남편과 의논하기 전에 함께 가고 싶은지 아닌지, 마음에 머물러 본다. 얼른 가서 도와주고 돌아오고 싶다면 효율성, 편안함, 홀가분함 이런 욕구가 있을 거다. 친정 사정 들키고 싶지 않다면 편안함, 정서적 안전 이런 욕구이다. 남편이 집에서 아이들과 휴식하길 원한다면 배려, 돌봄, 편안함의 욕구가 있을 거다. 어떤 욕구가 가장 중요한지 머무른 다음 선택한다. 남편과 함께 간다 안 간다는 선택보다 어떤 걸 원해서 혼자 가길 선택할지 욕구에 머무를 때 만족스러울 수 있다. 후회가 적을 수 있다. 선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먼저 살핀다. 책임과 의무로 하려는 게 아닌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친정 다녀올 에너지와 힘이 있는지 보고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게 아닐지 살핀다. 그렇지 못한 상태라면 솔직하게 거절하거나 남편과 동행한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가장 기꺼운 마음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에너지가 차 있어야 한다. 다음은 남편이 3주 만에 집에 왔는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지, 아니면 각자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식사를 함께 하길 원하는지 먼저 생각해 본다. 매 순간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명확하게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가장 먼저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물어봐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 존중은 자기와 대화 과정에서 생긴다. 나다니엘 브렌든의 자기 존중에 나오는 글이다. “ 자신을 존중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것, 원하고 욕망하는 것,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무엇 때문에 놀라고 화를 내는지 기꺼이 알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그런 감정을 경험할 귄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





대화법을 강의할 때 부모가 자녀에게 이중언어로 말할 때 가장 혼란스럽다고 강조한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성적은 신경 쓰지 않으니까 잘 먹고 건강하게 인성만 올바르게 자라면 된다고 말하고 나서 성적표 보고 화를 낸다. 아이는 엄마가 말로면 공부 못해도 된다고 말하는 걸 안다. 성적표를 받았는데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책상 서랍에 숨겨두고 모른 체 하고 있는데 엄마가 발견했다. 엄마가 공부보다 인성이 먼저라고 했지? 혼을 내지만 아이는 엄마 말이 진실로 들리지 않는다. 이중언어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선택을 할 때 상대에게 맞추게 된다.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그때그때 분위기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상대에게 원하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솔직한 표현이 된다. 선택의 순간 여러 가지 배려들 보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떠올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주말에 남편이 쉬고 싶을 거라는 배려, 함께 친정에 가서 남편 신경 쓰느라 마음 써야 하는 불편함에서 편안하고 싶은 자기 보호, 시간적인 효율, 부모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책임을 다하고 싶은 자기만족. 여러 마음들 중에서 지금 가장 살아 움직이는 마음을 찾는다. 그 마음에 따라 선택하고 움직인다.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느낌과 원하는 것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뭘 원하는지 알아야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네 생각을 말해봐, 넌 어떻게 하고 싶어?"란 말을 들어보질 못했다. 대신 " 사람은 원하는 거 다하고 살 수 없어. 만약 네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돈, 명예, 직업 모든 걸 갖추면 네 마음대로 살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해. " 이런 말을 수없이 듣고 살았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이런 말을 들으면 머리가 휑해진다. " 남편이 함께 가서 도와주고 싶어 했으면 같이 갔을 거예요. 결국 갈 마음 없이 형식적으로 물어본 거죠. 그러니까 화가 난다고요!" 남편이 애들 챙기면서 집에 있으라고 한번 물어보고 말아서 실망했다는 얘기네요. “ 그럼 남편에게 진짜 원했던 건 뭐예요? 따라나서길 원했는지, 아이들이랑 집에 있길 원했는지 그걸 묻는 거예요. " 그러니까 말이에요. 남편이 정말 갈 마음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정말 네가 남편이랑 같이 가고 싶었는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자신을 잘 알아야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선택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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