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때문에 화가 난다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솔직하게 말하려면 어떻게 말할까?

by 남정하


"화와 친해지기" 워크숍에서 만난 어머니다. 5학년 딸을 둔 어머니는 딸이 해야 할 과제를 미리 해 두지 않아 화가 난다. 토요일 실컷 놀고 TV 보고 있는 딸을 보면 짜증이 난다. " 저러고 있을 시간에 후딱 숙제하고 놀면 얼마나 좋을까?"싶다. 저녁 준비하면서 그릇 씻는 소리, 싱크대 문 닫는 소리에 이미 화가 꽉 차 있다. 딸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밥 먹고 숙제 언제 할 건지 확인해야 겨우 일어난다. 저녁 9시가 넘어서 그제야 숙제한다고 수선을 피운다. 그것도 엄마가 챙기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부터 일어나서 허둥지둥이다. 그런 딸이 정말 못마땅하다. 아무리 예쁘게 봐주려고 해도 이해를 할 수 없다. 화를 폭발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딸이랑 지내는 시간이 고통스럽다. " 그래도 꼬박꼬박 알아서 숙제해 가잖아요. 아휴!~ 전 그런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옆에 있는 아들 둔 어머니가 한마디 한다. 딸이 어떤 말, 혹은 어떤 행동을 할 때 화가 나세요? 짧게 구체적으로 상황을 말해 보실래요? " 휴일 내내 놀다가 일요일 저녁 9시 이후 딸이 숙제하는 모습을 볼 때 " 옆에서 아이 입장이 되어 들은 분이 " 휴일 내내 놀다가 "라고 들으니까 억울함이 올라왔어요. 엄마 나갔을 때 책 보고 동생 숙제하는 거 도와줬거든요 한다.





늘, 언제나, 내내, 한 번도 같은 빈도부사에는 판단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연결하는 대화를 시작하면 다소 걸림돌이 된다.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 휴일 이틀 동안 지내다가 일요일 저녁 9시 이후에 숙제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건 어때요?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 괜찮아요 " 한다. 부모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한 걸 말하는지 듣고 일단 동의하면 연결하는 대화로 한발 내디딜 수 있다. 딸의 말과 행동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모두 찾아보았다. 그런 후, 그 느낌들 중에 가장 강렬한 느낌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 안타까워요!" 화나고 짜증 나고 불안하고 약 오르는 여러 감정들 중에 안타까운 감정을 찾았다. 그리고 안타까운 감정은 어떤 바람에서 생길까요? 물었더니 " 아~ 이유를 알겠어요. 제가 숙제하는 걸 닥쳐서 해가는 버릇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그럭저럭 성적을 유지했는데 중학교 가니까 달라지더라고요. 공부량이 많아지고 과목이 늘어나니까 점점 힘들어지는 거예요. 딸이 중학교 가서 힘들지 않도록 미리미리 숙제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었어요. 도와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 어머니가 찾은 욕구는 " 지원, 도움, 보람, 편안함, 홀가분함, 관심, 사랑" 이런 것들이었다. " 딸을 도와주고 지원하고 싶었어요. 엄마로서 중학교 가서 힘들어서 맘고생할 가봐요. 숙제했냐고 물어보면 엄마는 신경 쓰지 말라면서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얘기할 때 속상했어요!" 한다. 그리고는 딸에게 엄마가 뭘 원하는지 자기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미리미리 딸이 숙제하길 바라는 엄마의 자기표현


엄마: 재민아! 엄마는 저녁 준비하면서 네가 TV 보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두 갈래 야! 혼자서 잘하니까 숙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아님 숙제하라고 말해야 하나? 혼자 속이 끓어

재민: 엄마는 엄마 일하세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엄마: 네가 그렇게 얘기할 때 엄마가 마음이 아파, 상처가 돼!

엄마는 너랑 친해지고 싶고 널 도와주고 싶어.

엄마가 학교 다닐 때 숙제 미루었다 하는 습관이 있었거든. 중학교 가서 한꺼번에 공부하려니 너무 힘들었어. 그때 미루지 않고 차근차근 공부하는 습관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가 후회돼.

제민: 엄마는 짜증 내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될걸 가지고 화내잖아요.

엄마: 엄마가 네 행동을 보고 화가 나는 원인을 잘 몰라서 그랬어.

엄마는 네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 그리고 친구 같은 엄마 가 되고 싶어

제민: ( 듣더니 가만있다가 )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까 엄마 마음이 어떤지 느껴져요.


딸이 중학교에 가서 힘들게 공부할 생각을 하면서 도움, 지원의 욕구와 연결한 엄마는 욕구를 찾은 후 한결 편안해졌다. 상대를 비난하고 판단하는 에너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구와 연결하고 나니 얼굴 표정부터 달라졌다. 자신이 얼마나 딸을 사랑하고 지원하고 싶어 하는지 확인하고 나자, 엄마 역할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딸이 숙제를 미룰 때마다 미워지는 딸에게 자신이 정말 엄마 맞는지? 왜 이렇게 딸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는지 힘들었다. 육아서에 " 엄마가 변해야 한다"늘 말을 수차례 듣지만 미운 아이를 애써서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 수치심이 컸다고 말한다. 우리가 자녀에게 화가 날 때, 자녀에게 주고 싶은 사랑이 있어서다. 그 욕구와 연결할 때 자녀 탓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자녀를 비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연결하는 대화가 된다. 그 핵심에 부모의 욕구가 있다. 계속 질문하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 내가 아이에게 정말 원하는 게 뭐지? 동생을 잘 돌보고 놀아주는 걸 보면 나에게 어떤 욕구가 충족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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