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솔직하게 말하려면 어떻게 말할까?
최근 코로나로 달라진 지구촌 소식 중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다. 중국에서 사실상 가택 연금에 해당하는 자가격리 생활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부부간 트러블이 이혼 폭증이 이유가 됐다고 한다. 중국에서 이혼이 많아지는 시기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절 직후, 자녀가 대학 시험을 치르고 난 뒤 6월 즈음인데 이번에는 신종 코르나로 부부가 장장 한 달 동안 집에 틀어박혀 생활하면서 생긴 갈등이 이혼의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다. 같은 동양이라 문화적인 배경이 유사해서 그런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부가 집에서 한 달 동안 생활 후 결국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한 워크숍에 참여한 부인 이야기다. 남편이 은퇴 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아 숨을 쉴 수 없다는 사연이다.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 동기와 자기소개를 나누는데 마음은 딴 데 가 있다. 자신을 소개하는 순서가 되자 말한다. " 모두들 남편이 법 없이도 살 좋은 사람이라고들 해요. 그렇게 좋으면 데리고 살든가요. 결혼해서 평생 제 속이 곪아 터져서 살고 있어요. 집에서 하루 종일 TV만 쳐다보고 있어요. 벽하고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 당신하고 살면 속 터져서 병 걸려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아!" 남편은 말 한마디 없이 말 그대로 꿈쩍도 않고 앉아 있어요. 답답해서 제가 집에서 나와요"
부부간 일은 어느 누구도 모른다. 부부 사이에 오랫동안 쌓아온 일들이 터지기 때문이다. 부부 싸움이라면 나도 징글징글 하게 겪을 만큼 겪었다. 몇 년 전 큰 아이 생일이었다. 가족끼리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중식당을 예약했다. 그즈음 남편과 나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말다툼을 한 이후 지극히 일상적인 교류만 하고 살던 때였다. 그러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얼굴 맞대고 아들 생일을 축하할 기분이 피차 아니었다. 냉랭함이 길어지는 것 같아 아들 생일을 핑계 삼아 관계를 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남편도 못 이기는 척 응하는 눈치였다. 차가 밀려 식당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남편 눈치를 살피니 얼굴빛이 냉랭해 보였다. 뭐 내 기분도 그랬으니까 상대 낯빛이 좋아 보일 리가 없었다. 자주 쓰는 표현으로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 딴에는 평소 먹지 않던 고급 요리 몇 가지를 시켰다. 오랜만에 맛있게 먹을 기대를 갖고 시켰는데 남편은 맛을 보더니 " 너네는 어때? 이 요리가 그렇게 맛있니? 난 집 근처 중국집이 훨씬 나은데... " 그 말에 드디어 폭발했다. 안 그래도 계속 눈치 보느라 불편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적당히 대충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각자 차를 가져간 덕분에 따로 집에 올 수 있었다. 아들 둘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어느 차에 타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먼저 쌩하고 왔다. 남편과 아들 둘은 맥주에 소주 한잔 마시고 돌아오면서 역시 집 근처에서 돼지갈비에 소주 한 잔 하는 게 제일 좋다는 말을 나누었다고 한다.
' 벽하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 ' ' 당신은 늘 당신 생각만 하고 살지?' ' 애는 나 혼자만 키우는 것 같아. 당신하고 결혼한 내가 미쳤지' 오랫동안 감정을 꾹꾹 눌러 참다 화가 나서 하는 말인데 이런 말들은 서로를 더 멀어지게 한다. " 당신이랑 재미있게 알콩달콩 잘 살고 싶은데 기대대로 되지 않아 힘들고 고통스러워. 그러니까 당신 도움이 필요해! 내가 뭘 원하는지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관심 가져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말을 한 의도는 남편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미지만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자신을 비난하는 말로 받아들여 상처를 받는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러니까 나한테 벽창호라고 하네. 나한테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네. 결혼하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화내고 있잖아.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소용없어. 그렇게 생각하려면 마음대로 하세요. " 남편은 아내가 왜 그 말을 하는지 뭘 원해서 하는 말인지 들으려 하지 않고 공격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보호하게 된다. 상대에게 자신이 한 말이 진심으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느낌과 욕구가 표현되어야 한다. 그 일로 내 마음이 어떤지 느낌으로 말하고 원하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 당신이 내가 말할 때 TV를 보고 아무 말하지 않으면 난 답답하고 신경이 쓰여. 남은 인생 둘이 도란도란 재미있게 살고 싶어 " 당신이 음식을 먹고 맛이 없다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당신 눈치가 보였어. 내 딴에는 불편했던 관계도 풀 겸 가족끼리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었거든. 어떤 메뉴가 좋을지 가족 톡방에 물어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정해서 안 그래도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화가 났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