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솔직하게 말하려면 어떻게 말할까?
5학년 1학기 교과서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다. 국어, 도덕 시간 첫 시작을 감정 조절( 화, 분노), 공감으로 열어야 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수업 전반에 도움이 될 강의 자리였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면 먼저 선생님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교실 현장에서 선생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사례 공감 나누기 시간이다. "선생님 옆 짝이 이유 없이 때려요. 선생님 제 짝이 제 연필 가져가서 안 줘요. 선생님 식판에 얘가 자기 먹다 남은 반찬 갖다 놓았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 선생님을 부르는 통에 " 얘들아 제발 선생님 좀 그만 불러라!" 하게 된다. 올해 처음 학교 발령받은 남자 선생님 차례다. 첫눈에 봐도 아이들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돌보고 싶어 하는 의욕이 엿보였다. 아이 하나하나 억울한 사연을 이야기할 때마다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 그러니까 옆 짝이 네가 창밖을 볼 때 먹기 싫은 반찬을 몰래 갖다 놨다는 거지? 너 이리 와봐. 정말 그랬어? " " 아니요. 제가 안 그랬거든요. 반찬 다 먹어서 먹고 싶다고 했거든요" " 내가 언제 그랬어. 난 딱 한 번 만 먹고 싶다고 했지 언제 다 달라고 했어!" 누가 잘못했는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에 선생님은 아이마다 공감해 주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교사 연차가 되는 분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함께 걱정해 준다. " 애들한테 너무 신경 쓰면 지쳐요 " 지금은 능숙해져서 편안하게 대처하지만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모두 들어주다 보면 가장 먼저 지치는 사람이 선생님이란 걸 알고 있었다.
틱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다. 만약 당신 집에 불이 났다고 쳐 보자 그러면 당신은 무엇보다 먼저 그 불을 끄고 해야 한다. 방화범의 혐의가 있는 자를 잡으러 가서는 안된다. 집에 불을 지른 자를 잡으러 간 사이 집이 다 타버릴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불부터 꺼야 한다. 화가 치밀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계속 입씨름을 한다면 마치 불이 붙은 집을 내버려 두고 방화범 잡으러 가는 것과 같다.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연결이 먼저다. 우리는 아이들이 싸울 때 시시비비를 먼저 가린다. 학교에서 친구와 다툼이 있었다면서 울면서 들어온 아이에게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묻는다. 순간 잘못 이야기하면 혼날지 모르겠다 생각한다면 눈치가 빠른 아이다.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 앞에서 머뭇거린다면 아이와 연결되지 못한다. 정작 선생님을 찾아온 이유는 그래서 얼마나 속상한지, 선생님의 위로와 공감이 절실한지 그 마음을 알아달라는 소리이다.
아이들이 연결하는 자기표현을 하도록 돕는 대화
선생님: ( 생각과 판단을 잠시 거두고 아이에게 본 그대로, 들은 그대로 어떤 행동에 대해 말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네가 본 대로 들은 대로 다시 한번 말해 줄래?
학생: 음~ 그러니까. 짝이 오이무침을 숟가락에 담아 제 식판에 놓았어요.
선생님: 그래, 그렇게 짝이 오이무침을 식판에 놓을 때 네 느낌은 어땠어?
학생: ( 그 상황을 잠시 돌아본 후) 짜증 났어요. 오이 무침 한 개만 먹고 싶다고 했는데 왕 창 갖다 놓았어요. 화났어요.
선생님: ( 그 느낌에 함께 머무르면서 ) 그래서 화가 났구나. 오이무침 하나만 달라했는데 친구가 떠넘긴 것 같아 억울했어?
학생: 네, 억울했어요. 저보고 자기 먹기 싫은 반찬 다 먹으라는 얘기잖아요.
선생님: 그렇지, 나 같아도 억울하고 화났을 거야( 억울하고 화 난 감정에 함께 머무르기)
그럴 때 짝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 뭐라고 짝한테 말하고 싶어?
학생: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는 거요. 내가 달라고 한 만큼만 줬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네 의견을 존중해 주길 바라는구나.
학생: 네 ~ 싫다고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할 때가 많아요.
싫다고 하면 제 말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 부탁 )
선생님: 짝한테 그렇게 부탁하고 싶니? 그럴 때 괜찮은지 물어봐 주고 싫다고 하면 네 마음을 존중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
학생: 네~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과 연결하는 자기표현 첫 단계는 어떤 행동, 말을 보고 연결하고 싶은지 관찰로 말하는 것이다. 이미 " ~ 이유 없이 때렸어요. ~ 연필을 가져갔어요. ~ 반찬을 갖다 놓았어요" 란 말속에 판단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 안 때렸어요. 빌려줬어요. 반찬 달라고 해서 줬어요" 공격과 합리화, 비난이 쏟아져 나온다.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집이 모두 타 버리는 꼴이 된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유 없이 때렸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억울한 감정이 더 커진다. 상대를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으면 서로 깊이 공감하고 연결되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우리가 자기표현을 통해 대화를 하는 목적은 그 순간만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내려놓고, 상대가 왜 그랬는지 듣고 그럴 때 나는 어땠는지, 뭘 원하는지 표현하면서 다시 연결하기 위해서다. 새롭게 연결하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본 대로, 들은 그대로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 우리 아이는 약속을 안 지켜요. 게을러요. 이기적이에요. 형편없어요. 딴짓을 잘해요. 한 번도 일찍 일어나 본 적이 없어요!" 모두 올바른 관찰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평가( 긍정, 부정 모두)는 모두 꼬리표가 되어 되돌아간다. 한번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그 꼬리표로 보게 되고 나중에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 된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