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돌봄, 공감연습모임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말할 수 있게 하는 힘, 공감

by 남정하


삶에 대한 공부는 두 가지로 나뉜다.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과 가슴으로 느껴 ‘ 경험’ 하는 영역이다. 책을 읽어 이해하는 영역은 지각에 해당한다.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하는 일은 머리로 이해하고 지각해서 자각하는 영역에 속한다. 지각하고 자각할 수 있어야 반복되는 자신의 습관에서 벗어나 다르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 가슴으로 느껴 ‘경험’하는 영역은 머리의 이해와 다르다, 이해는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이론을 통해 학습이 가능하다. 느껴서 ‘경험’하는 영역은 온전히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리고 원인을 공감해가는 내면의 자기 대화 과정이다. 오랫동안 부모교육 강사로 주로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했다. 책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인지적으로 지각해 반복되는 생각, 감정, 행동에 대한 패턴을 알아차리는 공부였다. 머리로 이해하는 공부는 곧 ‘경험’으로서의 느낌, 공감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진정으로 자신에 대한 치유가 일어나는 지점은 화가 날 때 누군가 진심으로 들어줄 때 회복된다. 할 말을 못 하고 있을 때 무슨 말을 해도 안전하게 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 따뜻하게 들어준다면 말해볼 용기가 생긴다. 상대와 멀어지거나 소외될까 봐 말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고 진심으로 들어줄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책으로 읽고 강의로 들어도 존재로 수용되고 존중되는 한 번의 경험이 그 사람 인생에 원하던 사랑을 채우는 계기가 된다. 그런 욕구를 충분히 채울 수 있었던 곳이 바로 비폭력센터 공감 연습모임이다. 비폭력센터에는 가장 기초단계 레벨 1 과정을 수강하고 나면 연습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서 편안하고 표현할 수 있으려면 자극을 받은 일에 대해 자신의 느낌이 어떤지, 그때 원하는 욕구가 뭔지 자신의 가슴으로 느껴 ‘경험’해서 이해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는 장이다. 누구나 기초단계를 배우고 나서 참여할 수 있고 일주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요일마다 다양한 연습모임이 진행되고 있어 원하는 시간에 참여할 수 있다.






공감 연습모임에 몇 번 참여한 후 진심으로 감사했다. 내가 찾고 싶었던, 찾으려고 애썼던 모임이 바로 이런 모임이었다. 마음을 다해 들어줘야 한다는 이론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실제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공감이 주고받아지는 곳이다. 어떤 말을 해도 비난이나 판단 없이 수용되는 공간이다. 사람들의 개별적인 고통을 들으면 “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 내 고통이 함께 공감되고 객관화된다. 나도 모르게 생긴 상대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고 보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할 때 축하해 준다. 솔직한 자기표현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고 그 말을 들어준 상대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전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불편하게 말을 해서 서로 상처가 돼도 시간이 지나 자신의 욕구와 연결하면서 스스로 회복할 힘을 각자가 갖고 있다는 믿음이 있는 공간이다.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있어도 누가 뭐라고 비난하지 않을 안전한 공간이라는 믿음이 있다. 내가 찾고 싶었던 건 책을 통한 이론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느낌을 “경험”하고 싶었고 그 경험이 곧 치유였고 살아있는 공부였다. 비폭력센터 공감 연습모임은 나에게 심리적 돌봄을 위한 인큐베이터였다. 어린아이가 말을 하기 전에 수십 번 듣고 오랜 망설임과 기다림 끝에 첫 단어를 하듯, 안전하고 따뜻한 인큐베이터였다. 처음 연습모임에 참여할 때 진행자가 자유롭고 유쾌하고 따뜻하고 세심한 성향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따뜻하고 섬세한 공감을 받으면서 내 존재가 있는 그대로 수용되고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다.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어떤 말이든 수용될 거라는 안전함과 신뢰는 내가 갖고 있던 무거운 책임과 해야만 한다는 의무를 내려놓게 도와주었다. 서로 고통을 공감할 때 놀랄 만큼 친밀함이 느껴진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 같다. 그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고 내 삶의 무게 역시 그들의 삶의 무게와 같다. 나이, 학력, 성별, 하는 일은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존재로 만나고 존재로 교류하는 기쁨을 경험하게 된 공간이다. 돈을 주고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교류와 연결의 기쁨을 느끼면서 자신을 회복하고 치유한다. 이 놀라운 재경험을 하고 나서 나는 다시 명랑해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웃기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내가 있는 곳이 활기 있고 즐거웠다. 재미있게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무겁고 긴장되는 일들은 내가 원하는 일들이 아니었다. 자유롭고 홀가분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선택이 바로 나에게 있었다. 자기표현은 이렇게 살기 위해 내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표현하는 것이다. 가족들한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듣고 싶었던 공감과 감사를 듣는다. 당사자에게 직접 들으면 가장 좋겠지만 당사자에게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듣고 싶은 공감과 사과를 듣고 나면 마음의 상처가 지워지고 상대에 대해 마음이 가벼워진다. 어떨 때는 직접 표현할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직접 듣지 않았지만 듣고 싶은 사과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들은 걸로 편안해지기도 한다. 대체로 상담이 이런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공감 연습모임에서는 누구나 상대가 되어줄 수 있다. 정혜신 선생님이 적정 심리학이란 용어로 책을 냈듯이 공감 연습모임에서는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다면 누구나 사람들 치유할 힘을 갖고 있다.






‘자기표현’을 위해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단단한 유대감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서로 지지, 돌봄, 공감, 인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있다면 어떨 것 같은가? 남이 나에게 공감해 주는 게 큰 선물인 만큼 나도 남을 공감해주는 일이 존재로 선물이다. 특별한 공감 기술이 없어도 괜찮다. 서로의 존재가 위로가 되는 그런 모임이 있다면 외로워지지 않을 것이다. 공감을 나누는 유대감 네트워크는 내 삶에 든든한 지원군이다. 영국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정서적 돌봄 네트워크는 노인들을 위한 정서적 돌봄 시스템이다. 자신과 가족을 돌보는 일이 개인에게 있지만 않기에 사회 시스템으로서 유대감 네트워크에 관심이 있다. ‘자기표현’은 상대에게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자기표현’이 중요하다는 이론적인 설명으로 부족하다. 자기표현은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하게 받아줄 유대감 네트워크는 표현 연습을 하는 인큐베이터다. 이곳에서 자기 표현력이 길러진다. 입을 열어 말해보는 연습이 정말 중요하다. 용기보다 안전함이 중요한 이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감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