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말할 수 있게 하는 힘, 공감
이제 5살이 된 현아는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더니 이젠 한번 울음을 터트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잘 놀고 간식 먹고 종이접기 하는 걸 보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어서 돌아보니 누워서 발을 사방으로 차면서 울고 있다. 기겁을 해서 달려갔더니 문제는 종이 접기였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종이 접기가 잘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책에 있는 그대로 접어지지 않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엄마가 곧장 달려오지 않아 불같이 화가 났다. 아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잘 못할 수도 있으니 천천히 같이 해보자고 아무리 달래도 다리를 동동 구르면서 운다. 그러더니 벌 떡 일어나서 종이를 다 찢어보리고 다시는 종이접기 안 한다고 운다. 이럴 때 현아 엄마는 심장이 두근거린다. 너무나 사소한 일에 억지 화를 내면서 떼를 부리는 딸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 참았던 화를 폭발하면서 같이 소리 지르게 된다. " 저 입을 당장 막고 싶다. " " 창문으로 아이를 집어던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이가 왜 저렇게 자지러지게 우는지 그 행동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아이 느낌에 집중해서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표현해준다. " 답답하구나, 화가 났구나, 짜증 났겠어, 속상했어? 잘하고 싶었는데, 애가 탔구나" 아이 행동을 보고 어떤 감정일지 추측하면서 표현해 준다.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모른다. 무조건 떼를 쓰거나 울거나 두 가지 방법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 아이의 격한 감정을 가라앉혀 울음을 그치게 한 다음,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이유를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묻고 대답하면서 표현하게 하는 일은 순전히 부모의 몫이다. 우리 뇌는 우뇌와 좌뇌로 나뉜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게 되면 처음에는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른다. 뭔가 불편한데 이유를 잘 모르겠고 지금 어떤 감정들이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재빨리 알아차리지 못한다. 때로 징징거리거나 칭얼거린다. 왜 그러는지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고 엄마 눈 앞에서 알아달라고 왔다 갔다 한다. 엄마가 알아달라는 표현이다. 이럴 때 부모는 몸의 감각을 동원해 자녀의 느낌을 느껴본다. 아이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톤, 행동을 보면서 아이 기분이 어떨지 함께 느껴본다. 그리고 느낌을 추측해 본다. ' 속상한가? 졸린가? 슬퍼?" 느낌은 함께 느껴줄 때 서로 연결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 잘 몰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어른도 느낌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막연하고 복잡한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조절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할 필요가 있다. 감정단 어가 느낌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아이가 이유 없이 짜증을 내거나 징징거릴 때 감정단어로 읽어준다. " 엄마가 도와주길 바랬는데 혼자 하도록 해서 답답했구나. 잘 안돼서 짜증도 났어?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돼서 속상해?" 아이 느낌을 감정단어로 엄마가 공감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그제야 이해한다. " 이럴 때 답답한 거구나, 짜증 나고 속상해 " 부모가 자녀 감정을 이렇게 읽어줄 때 마음이 가라앉고 속상하던 감정이 사라진다는 걸 경험한다. 우뇌가 느낀 감정에 감정단어로 이름을 붙여 공감해 줄 때 좌뇌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감정이 조절된다. 다양한 감정 아래는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연결되어 있다. 화난 이유가 있고 답답한 이유 속에는 원하는 것이 있었다는 얘기다. 감정을 다양하게, 섬세하게 찾아 표현해주고 공감할수록 감정에 대한 이해가 빨라진다. 원했던 욕구를 명료하게 찾아갈 수 있고 감정이 편안하게 가라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의 자기표현을 도울 때 부모의 중요한 역할은 아이 입장에서 감정이 어떨지 함께 느끼면서 표현 주는 일이다.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해 줄수록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다음번에는 감정을 들은 대로 표현할 수 있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거나 떼를 쓸 때 저러다 아이 망치는 게 아닐까 고민할 때가 많다. 감정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어떤 것이 아니다. 삶에서 매우 중요한 ' 신호, 알람'이다. 아이가 원하는 기대가 있는데 채워지지 않았다는 알람이다. 이 신호를 부모가 제때 살펴서 공감하고 표현하도록 하지 않으면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적당한 울음으로 부모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되거나, 울어도 소용없다고 느껴지면 알람이 수시로 울리거나, 한번 울린 알람이 꺼지지 않는다. 아이가 자주 떼를 쓰고 고집에 세져서 도저히 막무가내인 아이를 둔 부모라면 귀 기울여 들어볼 대목이다. 아이가 편안하게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가라앉아서 화난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단계까지 가는데 부모의 감정 단어를 이용한 공감이 필요하다. 아이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죽 살피면서 표현하도록 하면 그중에 가장 화가 났고, 가장 시급하게 원했던 욕구를 아이 표현 속에서 함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