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말할수 있게 하는 힘, 공감
나이 들면서 늙어감에 관심이 많아진다. 노화, 죽음을 피해 갈 사람은 하나도 없다. 열심히 걸어 다녀야겠다 생각하는 것도 걷지 못할 날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은퇴하고 여행 가면 뭐 하나. 유럽은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다녀와야 할 여행지다. 칠레 같은 남미도 힘 있을 때 다녀와야 할 여행지로 손꼽힌다. 늙어감을 함께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지인들이랑 가끔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나라 노인 복지시설은 요양원이 전부다. 늙어가면서 절실히 필요한 도움이 의료, 건강뿐일까? 최근 기사에서 영국의 혁신적인 노인 돌봄 시스템인 ' 서클(circle)에 대해 읽었다. 서클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통적 돌봄 서비스와 달리 이웃끼리 관계를 맺고 촘촘한 관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돌보도록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노인들이 살던 곳에 살면서 누군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일들을 도와준다' 전구 갈기, 은행 가기, 병원 진료 동행하기 등 힘이 들지 않는 일들을 서로 돕는다.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를 맺기를 원한다. 어느 순간 홀로 남겨지게 되면 다시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노인들에게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다. 한마디로 관계 복지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그런 관계를 기반으로 서로 정서적 지원을 주고받는다. '외로움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체계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노인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서적 지원 돌봄 서비스란 생각이 들었다. 병이 들어 한번 들어가면 죽어야 나올 수 있다고 알려진 요양원 서비스가 전부다. 함께 늙어가면서 서로 정서적으로 돕고 관계를 맺어 외롭지 않게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해 왔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공감 모임을 시작한 계기가 이 기사이다. 공감 모임에 참여하면서 서로 함께 한다는 자체가 위로와 힘이 된다는 사실을 느낀다. 사람이 소중하다. 혼자 외로움을 견딘다고 생각하면 늙어감이 두렵다. 각자 가진 따뜻한 체온, 온기 있는 말 한마디가 일용할 양식만큼 중요하다. 삶의 살아가는 자양분은 물질에서 오지 않는다는 확인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힘들 때 그냥 들어주는 무조건적인 공감이면 족하다. 공감 모임은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일정한 시간에 모여 한주 동안 자신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나눈다. 한주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공감을 주고받는다. 한 사람이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안 듣는 것만으로 함께 연결되고 편안해진다. 나만 고통받고 사는 게 아니란 걸 함께 느끼고 나누게 된다. 자신 안에도 동일한 감정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유대, 친밀함은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고 우스꽝스러우며 부족한 사람인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말하지 못하고 있던 자신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나눌 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마음의 이야기는 쉽게 꺼내지지 않는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참석한 사람들을 믿고 안전하게 털어놓을 때 고마움이 생긴다.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상대도 함께 치유되는 선물을 받게 된다.
여성들에게 유대감은 서로 지지하고, 경험을 나누고, 받아들이고, 소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를 맺는 것은 따뜻한 실을 얻는 것과 같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상대를 묶는 올가미를 만들 수 있고, 감싸는 담요를 만들 수 있다. 공감, 용기, 연민을 실천하면 우리는 단절에서 벗어나 유대할 수 있다. 남들의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자유가 찾아온다. 공감 돌봄 모임은 나에게 든든한 노후 적금 같다. 사람만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고 믿는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만이 치유할 수 있다. 우리가 돌아와야 할 행복의 지점은 관계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받고 싶은 사랑, 주고 싶은 사랑으로 함께 협력하고 지원하는 정서적 돌봄 공동체가 내가 해보고 싶은 시스템이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공감 모임이 시간이 가면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물질보다 정작 필요한 건 정서적 지원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돌보는 관계. 서로가 소중한 관계를 꿈꾼다. 이런 취지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공 감돌 봄 모임을 열고 있다. 모임을 열면서 첫 번째 목적은 정서적 연결을 위해 멀리 나가지 않고 살고 있는 집 근체에 모임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 둘째는 공감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이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공감이 뭐 별게 아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모임이면 된다. 여기서 안전하다는 말은 이야기를 하는 도중 토를 달거나 충고, 조언, 비판, 참견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온전히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지 않고 보호되어야 한다. 잘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만 해도 삶의 고통은 가벼워진다. 이런 모임들이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있어서 그런 이야기들을 서로 나눌 때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경험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