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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Oct 14. 2020

이적 엄마 박혜란의 남편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시어머니 사표는 없나요?



아들 셋을 훌륭하게 키워낸 여성학자 박혜란을 좋아한다. 그분이 쓴 책을 한때 모조리 빌려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첫 책을 출판하고 나서 여성학자 박혜란처럼 살고 싶었고 책을 꾸준히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다. 예순, 칠순을 지나며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 나이 듦에 따라 달라지는 생각들, 며느리, 손자가 생기면서 할머니가 된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고 있다. 책 속에는 결혼, 노년의 삶,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하게 된 고민들을 담고 있어 인생선배를 만난 든든함이 있었다. 내 나이 또래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살아온 것 같아 존경스러웠다. 박혜란은 가족을 돌보는 엄마 역할뿐 아니라 여성으로서 자기 삶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분 책 중에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이 있다. 첫 장을 넘기면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에 혼자 가서 공부하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아내인 박혜란은 한 번도 남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보지 않았다는 거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남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 않냐? 가서 좀 챙겨주고 오지 그래 한 번도 가보지 않고 혼자만 잘 사냐?”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며 주변 지인들이 뒷말을 했다. 박혜란은 누구보다 남편은 혼자 잘 살 사람이라면서 주변 반응에 신경 쓰지 않는다.





 라디오에 서천석 정신과 의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박혜란이 초대되어 대화를 나누는 걸 우연히 들었다, 여성학자로서 부모교육 강사로 바쁘게 살아가는 그분의 일상과 자녀양육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물어보고 대답하는 내용이었다. 진행자 서천석이 박혜란에게 묻는다. “ 선생님 책이나 강연에 남편 분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남편 분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 이런 질문이었다. 박혜란은 큰 소리로 웃더니 “ 없었던 일이 아니에요. 남편도 내가 하는 이야기에 수긍할 거예요.” 한다. 부부 사이 일은 아무도 모른다. 박혜란은 남편과 사이에 속내를 감추거나 포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남편에 대해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물어보면 솔직하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 속을 감추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을까 두려워 좋게 포장하지 않는다, 이런 그녀가 ‘결혼해도 괜찮아’라는 책에 이렇게 고백한다. “ 솔직히 남들에게 털어놓자니 쪽이 팔린다. 혼자서 잘난 척 다 허니 싸다 싸라는 비웃음을 받을까 봐. 그래서 처음 얼마 동안은 ‘행복한 신부의 가면’을 쓰기도 하지만 그런 날이면 마음이 더 불편하다” 그녀의 이런 솔직함이 유쾌하고 좋다. 주변 사람들의 염려는 그녀 특유의 솔직함이 남편에게 상처가 될지 모른다고 염려한다. 솔직한 표현이 갖고 있는 양면성이다. 누구나 결혼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결혼생활로 익히 알고 있다. 아이를 낳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거다. 여자들에게 가장 외롭고 힘든 시기가 바로 홀로 육아를 책임져야 했던 시간들이다. 그럼에도 아이 셋 키워 훌륭하게 성장시켰다. 육아를 하면서 자신의 일을 찾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여성학자. 작가, 인문학자가 되었다. 우리 부모세대 여성들에게 보기 드문 캐릭터다.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엄마 역할도 중요하지만, 여성으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일도 소중하다는 걸 삶에서 보여주고 있다.  ‘ 여성, 결혼, 늙어감’ 이란 주제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며 글을 쓰고 활동하는 그녀는 나이 듦에 대한 모델이다.





시어머니가 되고 나서 ‘아들 집 현관 비밀 번호를 공유해야 한다 vs 아니다’ 공방도 마찬가지다, 서로 존중하고 일정한 거리 유지를 수용할 수 있고 아들, 며느리가 자신들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받아 들일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릴 것이다. 마음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열리지 못한 상태에서는 세상의 모든 관계가 상호적일 수 없다. 우리 문화에는 부모 자녀 간, 혹은 결혼해서 시댁 관계에서 존중문화가 부재하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말이나 행동이 자칫 잘못 부모를 밀어내거나, 시댁 식구가 싫어서 그런다는 오해를 받는다. 존중은 부모 자식 간에, 새롭게 맺게 된 시부모 관계에 더 중요하다. 특히 이 관계에서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언제든지 거절해도 괜찮다는 안전함이 존중받는다는 믿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일정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를 키워 독립시킬 때 부모 자신의 자녀 의존성을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뚝 떼어놓고 자기들끼리 재미나게 살도록 하고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살아야 한다. 부모의 의무와 책임을 벗고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 또한 솔직하게 자녀들에게 의견을 표현하고 자녀의 요청과 부탁을 미안하지만 거절할 수 있어야 자녀와 분리된 삶을 살 수 있다. 자신이 행복한 삼이 어떤 건지 한 번도 자기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부모세대, 중년 세대 모두 자기 삶을 찾고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자기표현은 나이 들어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 지팡이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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