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사람은 성숙하지 못하다?

분노 처방전/ 화를 올바르게 표현할수 있는 도움이 필요

by 남정하

화가 나면 차곡차곡 쌓았다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습관 때문에 가족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내게 화는 참았다가 결국 폭발하고야 마는 두려운 감정이었다.

" 남 가르치기 전에 당신이나 먼저 변하시지"

" 우리 집은 당신만 변하면 아무 문제없어! "

큰아들은 사춘기가 되자 같은 말 반복해서 말하지 말라고 남편이 핀잔을 주었다.

“한 번만 말하면 알아들어요. 제가 알아서 한다고요.”

“그리고 짜증내지 말고 말하세요.” 아들은 바락 바락 대들면서 대꾸했다.

" 화를 나게 한 사람이 누군데 화를 내지 말라니, 한 번 말하면 알아서 행동한다고?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이렇게 싸웠다.


화내는 사람은 성숙하지 못하다는 생각은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거나 필요한 도움을 받기 어렵게 만든다.


보통 화를 밖으로 분출하는 사람들은 화내고 나서 ‘한결 후련함‘을 느끼는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화를 쏟아내고 나면 곧바로 죄책감, 수치심, 창피함, 후회 같은 감정

에 시달린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여기 있다.

화 낼 이유가 있어서 화를 냈다고 합리화하겠지만, 화를 낸 자신이 불편하고 못마땅하다.

뒤끝 없이 감정이 정리됐다 생각하는 건 자신일 뿐, 화를 내는 순간 상대와의 관계는 서먹해진다.

우리 문화에서 정신이 육체보다 더 우월하다는 이원론적인 사고가 팽배하다 보니,

자신의 행동을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성숙하지 못하다고 비난하고 경멸하는

풍토가 오랫동안 있어 왔다.

이런 풍토 때문에 화내는 사람은 나쁜 사람, 성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거나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 어렵다. 올바르고 적절한 감정표현에

대해 교육받지 못해 화가 날 때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해야 할지 몰라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화는 내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생긴 화를 어떻게 조절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있다.


“자녀에게 화를 내서는 안된다는데, 엄마 자격이 없나 봐요. 사랑이 부족한가 봐요!"

“ 화내는 사람은 미성숙하다”는데 좋은 엄마 되기 너무 힘들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화가 어디서 비롯되고 어떻게 돌봐줘야 할지 몰라 스스로 자책하고 비난

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한다. 화는 죽을 때까지 날 수 있다. 우리에게 충족하고 싶은 욕구가

살아있는 한 불편감은 화라는 형식으로 일어났다 사라질 것이다.

화는 자책하고 비난하고 스스로 절망할 때 더 자주 난다. 자신을 돌보고 화난 원인을

알아달라는 메시지이다.


아무리 부모라도 아직 성숙되지 못한 감정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부터 출발이다

화가 날 때 천천히 숨 한번 들이쉬고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싶어 하는구나,

누구보다 아이를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구나! “ 여기서 출발하면 된다.

다만, 자녀를 키우면서 자신의 미성숙한 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화를 자녀에게 반복해서

쏟아낸다면 문제가 된다. 부모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화란 신호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반복해서 생기는 화의 패턴을 이해하고 그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성숙한 사람, 혹은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감정은 억압되기 시작한다.

“화내는 사람은 미성숙하다!” 아무리 부모라도 아직 성숙되지 못한 감정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부터 출발이다. “나에게 그런 면이 있구나!”

자신의 미성숙한 면을 인정할 수 있어야 자녀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다.

자녀의 사소한 행동이 계속 눈에 걸리고 화가 난다면 이렇게 해 보길 바란다.

어디까지나 자신 속에 있는 화를 계속 관찰한다. 화를 관찰하는 것은 화와 싸우지 말라는 말이다.

화를 없애야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화를 없애려고 하는 마음도 화이다.

화를 인정하고 싸우지 않으면 자신과 싸울 필요도 없고 상대를 공격할 필요도 없다.

그대로 몸을 멈추어라. 화가 나면 멈춘다. 가장 편한 방법이다.

감정이 진정된다는 말은 멈춘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화나는 순간 알아차리고 멈추는 게 힘들다.

빠른 물살에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미꾸라지처럼 화가 빠져나가 버린다.

화를 멈추기 위해서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화를 벌컥 내고 나서 화를 낸 자신을 의식해도 괜찮다.

“화가 났구나, 지금 소리를 질렀구나”하는 자각이 있으면 된다.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나 화를 멈추는 연습을 한다. 화장실, 혹은 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찬물을 한 잔 마시는 것도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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