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화났다고 인정하고
도움을 청해라

분노 처방전/ 화가 났다고 표현하는 것은 " 자신과 상대방"를 위한 길

by 남정하

혼자 세면대에서 이를 닦겠다고 우기는 3살 희수 엄마는 남편의 권유로 부모교육에

참여했다. 남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3살 난 딸과 싸우는 아내가 못 마땅하지만 부부싸움

이 될까 봐 아무 소리 안 하고 지낸다. 그러던 차에 부모교육이 유치원에서 열렸고 부부가

함께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을 마칠 때 즈음에야 희수 엄마는 3살 딸이 이해가 되기 시작

했다. 무슨 말로도 달래지지 않던 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이제 알 것 같다.

수업을 통해 아이가 떼를 쓸 때 아이 마음을 공감해 주는 법을 익히게 됐다. 3살 딸과 날마다

싸우면서 희수 엄마는 편치 않았다. 그 쪼끄만 3살 아이를 이기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힘들어했으니 딸한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희수네 집에서 저녁마다 일어난 일들이다.

아이가 세면대에 서서 치카를 하겠다고 떼를 쓰고 있다.

“ 우리 희수, 엄마 아빠처럼 거울 보면서 치카 치카 하고 싶구나!”

“ 응, 나도 거울 보면서 치카 할 거야”

“ 근데 치약 뚜껑이 잘 안 열려서 답답했구나, 희수”

“ 응, 요렇게 열면 열려야 하는데 안 열리잖아.

엄마 불렀는데 엄마가 안 왔잖아. 난 빨리 치카 하고 싶은데 “

“ 엄마 도와주세요. 불렀는데 안 와서 우리 희수 기다렸구나”

“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늦게 와서 화났지? 방에서 오빠 책 읽어 주느라 잘 안 들렸어 “

“ 엄마는 나한테 화만 내구”

“ 늦어서 미안해. 울다가 화장실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구나 저런. 큰일 날 뻔했네

근데 희수야. 엄마 늦게 온다고 소리 지르고 울면 엄마도 힘들어. 엄마는 오빠랑

너 둘 다 돌봐야 하거든 “

3살 희수 엄마는 희수가 소리 지르고 떼쓰는 게 버릇없이 키워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오냐오냐 받아주면 딸이 더 막무가내가 될까 봐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희수에게

아이 입장에서 어떤 기분일지 감정을 읽어줬더니 와! 달라지기 시작했다. 떼쓰고 소리

지른 행동은 결국 자기 마음 알아달라는 표현이었던 거다. 아이 기분이 어떨지 그 감정

을 읽어주고 이해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희수 엄마는 이제야 빛이 보이는 것 같다.

3살 희수에게 엄마의 감정도 표현하기 시작했다.

“ 희수야, 네가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막 울었잖아. 그때 엄마도 많이 속상하고

힘들어. 어떻게 해도 달래지지 않으니까 엄마가 짜증 나고 화가 났어. 엄마도 하루 종일

집안일 하느라 힘들거든. 희수 네가 혼자 치카 해 보고 싶어서 엄마 불렀는데 얼른

가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엄마도 그걸 만한 이유가 있었어. 오빠 잠 잘 이불 펴고 있어

거든 “ 3살 난 아이가 엄마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 줄까 싶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면 훨씬 엄마 말을 잘 들어준다.

화가 났다고 표현하는 것은 "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위한 길이다. 자신이 화 난 이유를

공감받고, 이해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3살 아이에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화난 감정을 표현하고 엄마도 힘이 드는구나, 도움이 필요하구나! 서로 이해하는 동안

자녀 또한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받는 법을 배우게 된다.


화가 났다고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가 난 이유는 상대 때문이 아니란 점이

다. 화의 씨앗은 나에게 있고, 내가 원했던 기대나 원했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거나

무의식에 쌓인 어린 시절의 충족되지 못한 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도움을 청하

는 거다. 이렇게 말하고 행동해 주면 내 기대와 욕구가 채워질 수 있다고 알려주는 거다.

비난이나 상대에 대한 탓으로 화가 있었고 표현한다면 도움을 받기 어려울뿐더러 다시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희수 엄마는 딸 셋 중 막내로 자라서 싸울 일이 없었다고 한다. 충분히 원하는 만큼 사랑

을 받으면 자랐던 어린 시절과 달리, 고집이 세고 손이 많이 가는 희수가 버거웠다.

큰 아이 낳고 한참 후에 희수가 생겨 산후 우울증을 심했다. 육아에서 홀가분해질 만 한

시기에 다시 발목을 잡힌 답답함이 희수를 낳고 오래 지속됐다 한다.



tip “내가, 내가 할 거야” 생떼 쓰는 3세

아이가 급격하게 떼를 부리기 시작하고 엄마가 ‘안 돼’라는 말에 반응을 보이는 시기

는 3세이다. 엄마 품에서 벗어나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탐색하면서 호기심, 자율성을 획득하는 연령이다. 위험한 것, 해서는 안 될 것 구분하지 못하고 뭐든지 “내가,

내가 할 거야 “를 입에 달고 사는 시기이다. 이를 조심시키기 위해 엄마는 자녀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보살피느라 육체적으로 육아가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이럴 때 부모는 “안 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주의를 주게 되고, 자녀는 하지

말라는 부정어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화가 커진다. 부모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와 하고 싶은 데 자기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좌절 등으로 화를 내기도 한다.


tip 발달단계 자율성 시기 3세 아이와 대화하는 법

1. 아이가 자신이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시도하는 일을 충분히 칭찬해 준다.

2. 혼자서 하다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때 공감해 준다.

- 혼자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돼서 지금 화가 많이 나고 속상하구나

3. 차근차근 할 수 있도록 부모가 곁에서 어떻게 하는지 직접 보여준다.

4. 부모가 시간이 없거나, 자녀가 지나치게 떼를 쓸 때 “안 되는 이유”를 단호하게

말한다. 안된다고 했다가 아이를 떼를 쓴다고 허용해선 안된다.

5. 위험할 때는 안전한 장소에서 하도록 가르친다. 제한과 허용범위를 정해준다.

( 벽에 낙서를 할 때 하얀 종이 붙은 곳까지는 괜찮아. 맘대로 그려도 돼, 하지만

그 이상은 벽이 지저분해져서 안돼, 나중에 벽지를 모두 다시 붙여야 하거든)

6. 부모의 감정조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감정조절이 잘 안 될 때는 부모 마음의

상처가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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