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어떤 말과 행동에 화가 났지?

분노 처방전/ 자녀의 어떤 말과 행동에 특히 자극을 받았는지 인식한다.

by 남정하

초등 3학년인 승민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다 신발주머니를 화장실 쪽으로 휙 던 지

더니 “내일부터 학교 안 갈 거예요” “ 담임선생님 졸라 재수 없어요”한다. 승민 엄마는

간식 얼른 챙겨주고 시장 다녀오려고 했는데 뜬금없이 학교 안 간다는 소릴 하니까 신경

이 쓰인다.

“승민아 무슨 일이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우리 아들”

“ 말했잖아요. 내일부터 학교 안 간다고요”

“ 우리 승민이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궁금해”

“ 오늘 준비물 못 챙겨갔거든요. 저만 그런 거 아니라고요. 수업시간에 교실 뒤에 가서

서 있으라고 해서 다리 아파 죽겠는데 중간에 들어가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선생

님이 제 얼굴 보더니 승민이 너 지난주에도 준비물 안 가져왔지? 승민이만 남고 모

두 들어가! “ 하는 거예요.

여기까지 듣자 승민이 엄마 얼굴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 뭐 잘 했다고 지금 집에 와서 가방을 던지고 난리야! 응!

내일부터 학교 안 간다고? 그래 가지 마. 준비물을 챙겨가길 하나, 학교 가서 벌만

받고 다니고 창피해서 얼굴 들고 다닐 수가 있어야지. “

처음에는 차분하게 승민이 말을 다 들어주고 승민이 마음부터 읽어줘야겠다 마음 먹어

었다. 막상 아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잘 한 행동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간식 주려고 챙겨놓은 피자빵을 승민이가 먹으려고 하는데 어찌나 밉든지

뺏어서 못 먹게 하고는 집에서 나왔다.

볼 일을 보는 내내 어찌나 화가 나는지 물건 파는 분에게 짜증을 부릴 뻔했다.



승민이 엄마는 승민이 어떤 말이나 행동에 더 화가 났나요?

1) 오늘 준비물 못 챙겨갔거든요.

2) 저만 그런 거 아니라고요.

3) 수업시간에 교실 뒤에 가서 서 있으라고 해서 다리 아파 죽겠는데 중간에 들어가라

고 하는 거예요

4) 승민이 너 지난주에도 준비물 안 가져왔지?

5) 신발주머니를 화장실 쪽으로 휙 던지더니 “내일부터 학교 안 갈 거예요”

6) “ 담임선생님 졸라 재수 없어요”

승민이 엄마는 특히 오늘 준비물 못 챙겨갔다는 말에 화가 났다. 뒤에 한 말은 화가 이

미 난 상황에서 들었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고, 지난주에도 준비물 안 가져왔단 말을

들었을 때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오늘 준비물 챙겨가라고 아침부터 승민이한테 얘기했고, 신발 신는 현관 앞에 스케치북

을 갖다 놓았다. 눈에 잘 보이라고 혹시 잊어버리고 갈까 봐. 화장실 잠깐 다녀온 사이에

학교를 가고 없어서 오전 내내 신경 쓰다 속으로 “ 자기가 챙겨 버릇해야지, 혼이 나야

챙기지 내버려두자. 앞으로는 준비물 챙기든 안 챙기든 절대 신경 쓰지 말아야지 “ 다짐

했기 때문이다.


부모들 마다 자녀의 말과 행동 중 특히 화를 자극하는 지점이 다 다르다. “담임 선생님

졸라 재수 없어요 “ 할 때 화가 많이 난다면 그 말을 듣고 자녀에게 바라는 욕구가 있을

거다. 그래도 선생님한테는 존중과 예의가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녀가 이렇게 말하면 화가 날 수 있다.

자녀에게 화가 날 때 자녀의 어떤 말과 행동에 특히 자극을 받아 욱하게 되는지 세심하

게 살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순간 느낌이 다 다르고, 부모가 원하는 욕구가 달라

진다.


tip 특히 화가 난 행동에 대해 표현하기

자녀의 문제행동만 보지 말고 그 밑에 자녀의 마음을 읽고 표현한다.

“ 넌 어떻게 된 애가 그렇게 산만하니?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지 정신없어 죽겠어. 그러니까 친구들이 안 놀아주잖아. “

집에 오면 엄마 TV 보는 꼴을 못 보는 현수는 오늘도 혼이 난다. 유치원 선생님한테 친

구랑 놀다가 다퉈서 얼굴을 할퀴었다는 전화를 받은 후라 엄마는 더 속이 상한다.

이럴 때 자녀가 엄마가 TV 보지 못하게 왔다 갔다 하고 누워서 몸을 빙빙 돌리면서 엄마

시선을 끌려고 하는 마음을 읽으려고 한다. 저렇게 행동하는 밑에 원하는 게 뭘까?

“ 집에 오면 심심해? 엄마가 현수랑 저녁 먹고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TV 봐서 현수 속

상하구나 “ 자녀의 행동을 잘못했다고 자꾸 지적하면 오히려 고쳐지지 않는다. 부정어

보다는 긍정어, 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이렇게 해 줄래?로 표현할 때 훨씬 그렇게 할

확률이 높다. 우주는 부정어 보다 긍정어에 반응한다는 사실 알아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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