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날 때 언제 말해야 할까?

분노 처방전/ 화를 낼 때 파도타기 처럼 타이핑이 중요하다.

by 남정하

핸드폰이 꺼져있어 연락이 되지 않던 현석이는 학원도 빠지고 아주 느긋하게 집으로 들어

오는 길이다. 현관문이 띠디딕 열리고 현석이 신발 벗고 들어온다.

현석이 얼굴을 보자마자 팔짱을 끼고 있던 엄마 한 소리 한다.

"어디 갔다 왔어? 휴대전화기 왜 안 받아?" 부글부글 끓는 화를 간신히 참고 말을 건넨다.

" 친구 집에요! " " 친구 집? 친구 누구? 다 전화해봤는데 벌써 "

엄마를 속일 생각은 아예 포기하란 투로 캐묻는다.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엄마 입에서 친구 이름이 나오자 아들은 확 짜증을 낸다.

" 엄마가 뭐 제 친구 다 알아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대꾸

하는 아들이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순간 현석 엄마는 참았던 화가 폭발한다

" 너 이리와. 너 이 자식. 뭐라고 말했어. 다시 한번 말해봐! 뭐라고? "

" 숙제할 거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 방문을 닫고 들어간 현석이는 밥 먹으라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 문이 안으로 잠겨 있어서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엄마 말이라면 고분고분 잘 듣던 현석이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사춘기라 어쩔 수

없다 생각하지만 막상 아들이랑 한판씩 붙고 나면 심장이 벌렁벌렁 분하고 억울하다.

" 어떻게 엄마한테 저럴 수가 있어. 나쁜 자식! " 아들 키워 아무 소용없단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그 심정 아무도 모른다.



TV에서 파도타기 서핑을 지켜본 적이 있다. 파도타기를 선택할 때는 타이밍이 완벽해

야 한다. 너무 일찍 출발하면 파도가 삼켜버리고 너무 늦게 출발하면 파도가 그냥 지나쳐

버린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파도를 타려고 할 때 언제 탈지만 알아서는 안 된다. 파도

를 탈 것인지의 아닌지도 결정해야 한다. 서핑 애호가들은 타야 할 파도와 그냥 보낼 파

도를 분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타이밍은 분노를 표현할 때도 중요하다. 말할 때와 들을

때 대면할 때와 침묵할 때 앞으로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분노를 표현할

건지 말 건지, 언제 표현할 건지 선택하는 일은 분노 표현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살릴 수

도 있고 깨트릴 수도 있다.

분노 표현은 세 가지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일 수 있으며, 나중일 수도 있고, 아예

안 할 수도 있다. 분노 표현에서 아예 하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

를 들어 직장 상사나 시부모님처럼 지위나 나이, 연배가 높은 사람에게 분노를 직접 표현

할 때 매우 조심스러울 수 있다, 섣불리 표현했다가 이해와 공감을 받지 못한다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사춘기 자녀와 말할 때 언제 말할 것인가? 는 중요하다.

서로 멀어지면 안 볼 수 있는 사이라면 오히려 편하게 화난 상황에 대해 표현할 수 있

다. 잘 못 말했다가 오해가 커질 수 있는 사이일수록 타이밍이 중요하다.

분노 표현의 타이밍이 언제가 됐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분노를 표현할 때는 충분히 자신

의 감정이 가라앉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대에게 자신이 분노한 이유를 이해 받

거나 인정받기 위해 표현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분노 표현은 상대와의 사이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분노가 생긴 이유는 순전히 원했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서다. 상대의 행동과 말,

태도는 나의 분노를 터트린 자극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충분한 자각이 필요하다. 분노의

원인이 네 탓이 아니라 내 안에 분노의 씨앗이 있다. 그걸 표현하고 싶다는 의도가 명확

해질 때 분노 표현의 적절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서로 믿고 아끼던 좋은 관계가 깨지는 걸

원치 않기에 표현하고 상대의 어떤 행동과 말이 분노를 자극했는지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다.


tip 사춘기 자녀와 대화하는 법

우리가 안전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있을 때는 몸과 마음을 방어할 필요가 없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감정과 이성이 동시에 균형 있게

작용한다, 대뇌가 하위 동물의 뇌를 조화롭게 잘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 위협이 감지되면 싸우거나 도망가기 방어기제가 작동되고, 얼어붙는

방어기제를 쓴다. 방어기제가 작동되면 더 이상 인간의 뇌가 작동하지 못하고

한 마리 동물이 된다.

쉽게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곧잘 화를 내는 부모들 모두 싸우기 방어기제

가 너무 쉽게 작동되는 사람들이다. 위험이 느껴지면 인간의 뇌가 작동하지 않고

동물처럼 본능적, 반사적 반응을 한다. 사춘기 시기는 감정조절이 잘 안 되지 않고,

부모의 잔소리를 위협으로 감지해서 싸우거나 문 닫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표출한다.

특히, 이 시기는 부모보다 육체적 힘이 강해지면서 부모와 힘겨루기를 통해 부모를

이기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사춘기 자녀와는 특히 부모가 감정적으로 화가 났을 때 멈추고, 편정심을 유지할 수 있

을 때 대화할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잔소리, 설교, 비교, 감정적인 대응 등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화가 충분히 가라앉은 후에 부모가 길게 얘기하지 않고 바라는 점만

간단히 전한다. 늦어서 걱정돼서 친구들한테 연락했더니 모른다고 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연락이 안 될 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마음 졸였다. 다음부턴 늦으면

연락 줬으면 좋겠다. 부모가 가장 자녀에게 원하는 바람을 편안할 때 얘기하면 알아듣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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