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처방전/ 화내는 순간 멈추기 위해서 화일기를 쓰자
준희 엄마는 퇴근을 서두르고 있는데 바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늦게 귀가했다.
그 바람에 준희는 배가 고팠는지 과자 봉지를 뜯어먹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냉장고를 뒤져 빨리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 곧 저녁 준비를 할 테니까 과자 먹지 말고 기다려 줄럐!" 몇 번을 얘기하면서 후다닥 어묵국
끓이고 계란말이 해서 저녁을 차려 준희를 불렀다. 서둘러 밥을 차리느라 옷 갈아입을 겨를
도 없었다. 밥상을 차리고 나니 긴장이 풀어져 온 몸에 힘이 없다. 입맛도 없고 눕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런 엄마 마음을 알 리 없는 딸아이는 식탁에 앉자 마다 불평을 늘어놓는다. 돈가스 해준다
했으면서 없다는 둥, 아까는 배가 고팠는데 지금은 안 고프다는 말을 하면서 먹기 싫다는
거다. 배가 고프지 않다면서 엄마 눈치를 본다. 방에 어제 먹다 남긴 과자가 있어 먹었더
니 저녁이 생각이 없다면서 식탁에서 퉁퉁거린다. 순간 준희 엄마는 곧 저녁 차려줄 테니까
먹지 말란 과자 한 봉지를 다 먹었단 말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
숟가락을 준희 손에 다시 쥐어주면서 " 그래도 먹어! 엄마가 널 위해 만든 저녁이야"
화를 누르면서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저녁을 먹여야 저녁 차린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준희는 쥐어준 수저를 던지면서 "싫다니까 왜 자꾸 먹으라고
해요? 엄마는 " 한다.
화를 꾹 참아가면서 그래도 부드럽게 대화하려던 노력이 딸에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생각되자
순간 이성을 잃었다. " 엄마가 너 위해서 옷도 안 갈아입고 저녁 차린 거 안 보여? 소리를 질렀다.
아이 손을 잡고 질질 끌고 거실을 지나 아이 방문을 열고 밀어 넣었다.
" 다시는 얼굴 보기 싫어, 그리고 네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나면 그때 나와서 얘기해!"
방에서 준희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리고 방문을 열려고 발버둥 치는 걸 문고리를
단단하게 잡고 못 나오게 했다. 이렇게 한바탕 난리가 나고 1시간 후에야 잠이 들었는지
방 안이 조용하다. 준희 엄마는 저녁 일을 떠올리면서 허탈하다. 아이 밥 먹이겠다고
죽어라 차린 밥을 죽어라 먹여야겠다고 실랑이하느라 집안의 평화는 둘째치고 의욕마저
바닥으로 떨어진 기억을 떠올리면서 어디서 어떻게 멈추어야 했을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화를 내는 순간 의식할 수 있어야 멈출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화날 때
마다 기록할 필요가 있다. 특정한 형식은 필요 없다. 수첩에 화났던 상황을 떠올려본다.
날자를 적고 화가 난 상황을 적는다. 이때 길고 장황하게 적을 필요는 없다. 화나게 했던 자
녀의 말이나 행동, 태도, 몸짓을 구체적으로 짧게 적는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몇 번 화를
냈는지 적어보는 것도 좋다.
또한, 자주 화를 내게 되는 상황이 어떨 때 인지 적어본다. 어떤 사람은 아이가 징징
대는 소리에 굉장히 예민해지고 몸이 피곤하거나 일이 겹쳐할 일이 쌓여있을 때 유독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다. 내 일상에서 어떨 때 공통적으로 화를 잘 내는지 생각해 본
후, 나의 삶과 연결시켜 봐야 한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을 때, 혹은 공부를 가르칠 때 화가 난다면 배우자
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뭔가 걱정이 있거나 시간이 촉발해질 때 화를 잘
내게 된다. 이럴 경우 할 일을 되도록 줄이거나 가족들에게 미리 계획을 얘기하고 도움
을 요청하거나, 화를 내더라도 가족들 때문이 아니라고 양해를 구한다.
‘ 비교적 잘 참는 사람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화가 난다’하는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세세하게 물어볼 때 마치 잘못했다고 따지는 것처럼 들리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는 잘못을 해 놓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끝까지 우기
는 꼴을 볼 때 못 참는 사람이 있다. 뭔가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는 것이다.
공통된 상황, 유사한 패턴의 반응을 써보는 일이 일상이 된다면 자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화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화내는 횟수가 많이 줄어든다.
나 또한 화내는 횟수를 의식적으로 적어 세기 시작하고 나서 충격이 컸다. 표현하지 안
지만 얼마나 분노 감정에 자주 휩싸이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 분노, 좌절, 화
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느끼지 않으려 해서 의식하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준비하는데 너무 오래 시간이 걸릴 때, 가게가 월요일에 휴업할 때, 가게에 줄
이 길고 서비스가 느릴 때, 음식이 맛이 없을 때, 차가 꽉 막혀있을 때.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찾던 물건이 제자리에 없을 때 등 일상에서 사소한 일에 얼마나 자주
일어났다 사라지는지 알고 놀랐다. 소중한 감정을 귀중한 에너지 원으로 본다면 분노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