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처방전/ 직설적인 화 표현과 솔직한 화 표현 사이 차이
수업 중에 만난 한 엄마의 말이다.
“ 저는 감정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네요, 생각해 보니까. 감정을 쌓았다가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고 그때그때 말하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속에 담아두지 않는 편이에요 "
" 감정표현 때문에 힘든 일은 없어요. 솔직한 편이죠 뒤끝 없고요. 근데 이상하게 남편하고 아들이 저랑 친한 느낌이 안 들어요. 왠지 서먹해하고 제 눈치 보는 것 같아 신경 쓰여요. 표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왜 이런 기분이 들죠? 제가 잘하고 있나요?"
이 분은 분노를 모았다 한꺼번에 폭발하진 않지만 그때그때 분출하는 성향이었다.
화날 때 참지 않고 그때그때 큰 소리 낼 때도 있고 야단칠 때도 있다. 화가 나면 참지 않고 말한다.
이 분이 감정표현을 잘 한다는 말은 화를 있는 그대로 상대에게 표출한다는 의미였다
일반적으로 감정표현에 관한 오해가 하나 있다. 하고 싶은 얘기를 상대에게 있는 대로 표현하는 사람,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때그때 표출하는 사람을 흔히 감정표현 잘한다고 말한다.
자녀를 키우면서 나도 감정표현 잘 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제가 진짜 화가 나면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해요" 하면 지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것 같아 부러울 때가 많은데 의외네요! " 한다. 화날 때 화를 참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었던 나를 보고 한 말들이다. 여기서 솔직하게 말한다는 의미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걸 의미한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그러니까 직설적으로 표현한걸 솔직하게 말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들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거르지 않고 표현하는 건 건강한 감정표현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화)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상대의 기분을 배려해서 표현해야 한다. 올바른 화 표현이 아닌 경우, 가족들은 마음속으로 불편함을 감추고 거리두기를 하게 된다. 눈 앞에서는 엄마 말을 따르는 것 같지만 마음속엔 저항감이 생긴다. 서로 마음을 나누는 친밀한 관계가 아닌 일방적인 관계가 된다. 자신은 후련하게 표출했지만 가족들은 불편해진다.
마찬가지로 화가 나면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자녀는 알 수 없다. "내가 꼭 말을 해야 알겠니?"란 표정으로 자녀와 거리두기를 한다.
갑자기 묻는 말 이외에는 답을 하지 않는다거나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얼굴 마주치길 피한다면 화가 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 화난 표현을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분노의 감정이 생기면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한번 생긴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상대에게 시원하게 퍼붓고 나면 속이 후련해서 진다. 문제는 자신은 홀가분해지지만 상대가 죽는다. 나 살자고 상대를 죽이는 격이다. 상대가 표현하지 않더라도 관계가 서먹해진다. 자주 만나야 할 사이가 아니라면 어느 순간 멀어질지도 모른다.
화가 나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상대를 비난하게 된다. 화가 나게 한 원인이 자녀에게 있다. 결국 자신은 옳고 상대가 잘못했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너 때문에 화가 나 힘들어 정말! 네가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니까 엄마가 불안해서 미치겠어 “
자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해요. 나쁜 친구들 아니에요. 엄마 일이나 신경 쓰세요 “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부모가 분노를 표현하지 않는 게 더 현명하다. 분노가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고 분노의 원인이 분명히 이해될 때 차분하게 이야기 꺼내야 한다. 자녀가 대화 도중 화를 내면서 어딘가로 튀더라도 목소리 높이지 않고 할 말을 전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표현한다. 부모가 얼마만큼 참았다 말하든 자녀에겐 똑같이 들린다. 부모의 말은 모두 잔소리다. 엄마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결국 “ 네가 잘못해서 화가 난 거야!”로 듣는다.
화가 났을 때 화를 가라 앉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라. 자녀에게 분노를 쏟아붓는다면 관계가 어찌 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분노의 감정이 생기면 어떻게든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무난히 사춘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1) 자녀 말이나 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핀다.
아이에게 화가 났다면 일단 자신의 감정을 살핀 후 혼자 감정이 상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아니면 아이가 잘못해서 화를 내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세심함이다. 아이가 잘못해서 혼을 낼 때라면 감정이 섞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잘못한 것을 알게끔 하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제대로 잘 혼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소중한 아이가 화풀이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
자녀를 제대로 혼내려면 바로 잡아줄 행동이나 말을 개관적으로 말해야 한다.
“엄마가 승우야! 밥 차려놓았으니까 나와서 밥 먹자라고 세 번 말했는데 알았어요. 대답만 하고 나오지 않아서 “ 화가 났어. 자녀에게 화가 난 말이나 행동을 감정을 섞지 않고 있었던 일 그대로 상황을 표현할 때 자녀는 부모의 말을 수용하고 들어줄 마음이 생긴다. 감정이 섞여있거나 판단, 비난이 섞이면 자녀는 부모가 혼을 내려고 한다고 오해한다.
2) 혼자 감정을 자녀에게 쏟아냈을 때
솔직한 자기표현은 오히려 상대와 친밀한 관계로 이끌어줄 기회가 된다. 자녀에게도 마찬가 지다. 엄마가 꾸물거린다고 불같이 화를 낸 이유는
“네 행동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내일까지 해 내야 할 과제물이 있거든. 집안일 챙길 거 랑 아빠가 부탁한 서류 떼기, 할머니 생신까지 겹쳐 있어서 엄마가 스트레스 상황이었 어. 얼른 집안일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여유가 없었어. 혼자 집안일하려니 힘이 들어서 네 도움이 필요했거든. 근데 방 정리 해달라고 세 번 얘기했는데 “알았어요”
대답만 하고 움직이지 않아서 화가 났어. 엄마가 화를 냈지만 생각해 보니까 너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었어.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