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요?
자꾸 물어봐서 짜증 나요!

분노 처방전/ 관계가 좋아야 감정에 대한 소통이 된다.

by 남정하

6학년 아들을 둔 엄마가 자녀에게 ‘지금 기분이 어때? “ 감정을 물어보는 과제를

일주일 동안 해 보고 발표를 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요즘 자주 다투게 되는 아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학교 다녀온 승호에게 “승호야! 엄마가 요즘 부모교육

배우러 다니는데 네 기분을 일주일 동안 물어오는 숙제가 있어. “

"승호야 지금 기분 어때?" 학교를 다녀오면 승호를 붙잡고 엄마는 열심히 물어봤다.

승호는 처음엔 마지못해 “ 그저 그래요. 별로예요. 괜찮아요” 답을 하더니 횟수가

잦아지자 짜증을 냈다. “ 몰라요. 엄마는 왜 자꾸 물어요. 귀찮아요. 지금 기분이 어떤

지 모르겠어요. “ ” 엄마가 자꾸 물어봐서 짜증 나요. “ 라도 대답했다. 승호 엄마는

안 그래도 승호가 6학년 되면서 자주 말대꾸하고 엄마와 멀어지는 것 같아 신경이 많이

쓰이던 차였다. 배운 대로 아이 기분을 물어보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끼리 이야기

를 조금씩 할 줄 알았는데 승호가 이렇게 말하자 엄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모두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해서 그래.‘ 곧 사춘기가 될 텐데 승호와 사이가 더 나빠지면

어떡하지? 내가 그동안 너무 기를 죽여서 반항하는 걸지 몰라 ‘

승호 엄마는 자녀의 감정을 물어보는 과제를 하면서 승호와 서먹한 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한 주 동안 승호랑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승호 엄마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자녀의 감정을 물어볼 때 특정 감정을 콕 집어서 “너 지금 화났지? 속상하고 당황 스러

워?” 물어보면 " 아뇨 화 안 났어요" " 엄마 맘대로 생각하지 마세요 " 하고 입을 다물

어 버리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어떨 땐 “엄마 감정에 저를 맞추려 하지 마세요”

오히려 화를 낸다. 특히 자녀가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는 연령인 경우 그럴 수 있다.

자녀에게 기분을 물어볼 때 평소 부모와 어떤 관계인지가 영향을 미친다. 평소 혼이 많

이 난 자녀에게 " 너 오늘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구나. 무슨 일 있었어?" 물으면

" 저 기분 괜찮은데요" 하고 나가버린다. 마치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다가와서

친한 척할 때 느껴지는 감정과 비슷하다. 감정을 묻고 대답할 때 기대가 생긴다.



마음을 열려면 상대에게 이해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감정을 말한다는 건 상대

에게 위로받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평소 감정이 불편한 부모가 감정을 물어

온다면 선뜻 말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부모는 말하기 싫어하는 자녀의 감정을

공감해 준다. “ 엄마가 갑자기 네 감정을 물어봐서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네가 좀

더 편안한 시간에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 “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지금 기분을

먼저 읽어주고 표현할 기회를 준다면 자녀가 이해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부모뿐 아니라 친구끼리라도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을 물어보면 거부

감이 생길 수 있다.

자녀마다 상황에 따라, 이전 부모 자녀 간의 관계가 어땠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감정을 읽어주고 표현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자녀 편이라고 느낀다. 공감받는 느낌

이 들고 무슨 말이든 다 해도 되겠구나 안심이 된다. 단 끝까지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다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승호 엄마가 승호의 반응에 놀라 울음을 터트린 후, 강의 간간히 자주 발표할 기회를

주고 어떻게 자녀에게 적용하는지 살폈다, 마지막 날 강의를 듣고 소감 발표를 할 때 승호

엄마가 손을 들었다. “승호 감정을 물어보는 과제를 하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친

한 친구랑 아들의 감정뿐 아니라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승호 엄마 자신의 감정,

힘들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승호에 대한 불

만은 남편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었더라고요. 남편에게 채워지지 않던 기대를 승호가 채워

주길 바랬던 거죠. 승호가 제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참지 못했어요. 저 때문에 아이

많이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느낄 수 있었어요. 승호한테 많이 미안해요. 수업을 듣

고 이제 승호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됐어요 “ 한다. 한 생명을 자유롭게, 아이 자신

으로 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승호 엄마가 어찌나 대견하고 고맙던지,

마음이 행복해진 순간이었다.

“ 결혼해 자녀 키우면서 제가 얼마나 육아와 가정 일에 집중했는지 제 감정에 대해 이

야기했어요. 제 꿈과 힘든 육아에 대해서 친구에게 털어놓으면서 지금 아이와 갈등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 강의를 마치고 승호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 이 대목이 오

래 가슴에 남는다.


tip 부모와 대화하려 하지 않는 자녀와 대화기술


엄마: 아들! 엄마가 너 오면 먹으려고 샌드위치 만들어 놓고 있었어

얼른 손 씻고 와.

승호: 엄마 오늘 뭐 혼낼 일 있으세요? 갑자기 친절하게 왜 그러세요

엄마: 엄마가 갑자기 친절하게 말하니까, 오히려 걱정되는구나. 혼내려고 그럴까 봐.

승호야 엄마가 부모교육을 배우고 있는데 이번 주 숙제가 네 기분을 물어보고

오는 거야. 너랑 숙제를 같이 하면서 요즘 어떤 기분으로 생활하는지 알고 싶

어.

승호: 아~~ 난 또 왜 그러시나 했죠. 숙제라고요?

엄마: 갑자기 네 기분을 숙제라면서 물어봐서 당황스러웠구나. 평소에는 빨리 간식

먹고 학원가라고 잔소리만 하더니 부드럽게 물어봐서 어색하지? 적응 안되고,

그래서 말하기 싫구나.

승호: 맞아요. 엄마는 무조건 엄마 마음대로 해야 속이 시원하잖아요.

엄마: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엄마가 반성이 많이 되네. 그동안 네 기분을 알아주고

이해하기보다, 엄마 할 말만 한 것 같아 미안해

승호 기분이 어떤지 한 번도 물어보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미안해, 잔소리만 하다 갑자기 네 기분을 물어봐서, 지금 생각하니까 나 같아도

대답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승호: 그렇죠. “엄마 맨날 학원 늦는다, 성적이 이게 뭐냐? 노력을 안 한다. ” 잔소리

만 하잖아요. 제가 기분 말하면 또 꼬투리 잡아서 혼낼 거잖아요

엄마: 그동안 엄마한테 불만이 많았구나. 네 기분도 모르고... 엄마 생각만 했네

엄마가 이번 부모교육 듣는 동안에는 승호 기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볼게

승호: 글쎄요... 두고 봐야죠. 숙제가 뭐예요?

엄마: 응, “ 승호야, 지금 기분이 어때?”


tip 안전해야 말문을 열어요!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에게 감정을 물어보면 이렇게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 자녀에게 감정을 물어볼 때 강한 반응을 보일 경우 먼저 자녀와

관계를 좋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부모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자녀 입장에서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충분히 공감하는 걸로 시작

하면 된다. 자녀가 부모의 친절한 말투에 부담을 느끼고, 오히려 불편해할 때 자녀

감정이 어떤 느낌일까? 나라면 그럴 때 감정은 뭘까? 느껴가면서 대화해 나간다.

부모가 진심으로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는 마음이 전해진다면 성공이다.

아이 감정을 물어볼 때 특정 감정을 집어서 “ 너 지금 화났지?”“ 얼굴에

선생님한테 혼났어요라고 쓰여있는데, 무슨 일로 혼났어 응? 얼른 말해봐 “ 이렇게

물으면 “ 아뇨, 화 안 났어요” “ 엄마 마음대로 생각하지 마세요” “ 넘겨짚지

마세요. 엄마는 언제 저한테 신경 쓰셨다고 그러세요 “한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도 대부분 감정을 느끼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이 뭔지

적절히 표현하는 일이 힘들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연습

을 하는 동안 자녀는 자연스럽게 부모의 감정표현을 함께 익히게 된다.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자녀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읽어주는 과정을 통해

자녀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자녀와 소통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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