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처방전/ 육아는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절호의 기회
자신이 언제, 어떤 일로 자녀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지 살펴본다면 부모에게 어떤 욕구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기를 쓰고 무엇을 해주고 싶어하는 그 사랑이 바로 자신이
받고 싶던 사랑일 경우가 많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에게 받고 싶었던 사랑이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할 기회가 된다. 이런 의미
에서 '육아는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절호의 기회'가 된다. 좋은 부모는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이다. 자신이 기를 쓰고 주고 싶어하는 사랑을 주려고 할때 부모는 자신이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자책하고 비난하게 된다. 좋은 부모는 자녀에게 주고 싶은 사랑이 자신에게도 절실히 필요했음을
알고, 함께 채우고 성장하는 부모이다.
하지만 대체로 부모의 결핍을 아이를 통해 대리 만족시키려는 경우가 많다. 자녀에게 그토록 주고
싶어하는 사랑이 부모 자신의 결핍이란 걸 모르기 때문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녀에게 집중한다.
얼마전 TV에서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을 보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인생의 첫번째 슬럼프 초 4병'을 다룬 프로그램이었는데 4살 무렵 한자 7급 시험을 통과하고
한달에 책을 110권 읽었다는 영재 우찬이 소개가 나왔다. 우찬이는 공부에 그렇게 호기심과
흥미가 많다가 초등 4학년이 되자, 갑자기 부모가 잔소리를 해야 겨우 책상에 앉을 정도로 슬럼프에
빠졌다. 영재 판정검사인 웩슬러 검사 상위 1%인 영재 우찬이의 달라진 일상과 함께 우찬이 부모
인터뷰가 나왔다.
' 영재발굴단'을 보다가 어디서 많이 본 엄마인데 잘 떠오르지 않아 한참 집중하고 봤다.
순간 "아!" 하고 기억해 냈다. 한 학기 전 경기도 동탄에 있는 유치원에서 강의를 했는데 그때 만난
학부모였다. 강의 후에 잠시 상담을 요청해서 차를 마신 기억이 났다. 그때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어머님이 초등생 남자 큰 아이 때문에 고민이 있다. 그동안 자녀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한 점이 많이
걸린다. 자녀가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표현을 당당하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바라보는 엄마 마음이
무척 힘들다. 엄마 자신도 어린 시절에 하고 싶은 말을 자신있게 하지 못해 늘 답답했는데 큰 아이가
그렇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어머님이 학창시절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부모의 반대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나니 공부하러 다니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
직장생활 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 하다가 몇해전 일을 그만두고 자녀교육 관련 공부를 하러 다닌다." 고 자신을 소개한 것 같다. 뭔가 아이에 대한 고민이 있어 보였는데 어머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셔서 맘 편하게 들었던 것 같다.
영재발굴단에 나온 우찬이가 큰 아이였나 보다 싶었다. TV를 보면서 우찬이 엄마가 교육을 받으면서
특히 자녀의 감정을 읽어주고 아이 입장에서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느껴졌다.
상담할 때는 우찬이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아서 우찬이 엄마 마음을 잘 몰랐다. TV에 비친 우찬이 엄마는 초등 4학년이 되자 학습에 의욕을 잃고 핸드폰 게임에 빠져 있는 우찬이에게 화가 나 있었다.
잔소리를 해야 겨우 방에 들어가서 책상에 앉고, 그것도 몇 시 까지 공부할 분량을 해 오라고 했는데
우찬이는 시키니까 어쩔수 없이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얼마 전까지 호기심 많은 영재였지만
지금은 공부에 지친 다른 아이들과 똑같아 보였다.
우찬이 어머님은 부모교육이 열리는 곳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찾아다니면서 배우고 있었다. 우찬
어머님의 공부가 어머니 자신의 결핍을 돌보고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우찬이가 슬럼프에서 빠져
나올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녀에게 주고싶은 공부에 대한 열정을 어머님
이 채우신다면 자녀를 키우면서 받는 선물일 것이다. 많은 영재들이 주변의 높은 기대와 또래 아이들과 놀 시간이 부족해 생기는 사회성 결여로 영재로서 가능성의 문이 일찍 닫히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 영재성만 그런 게 아니다. 저마다 갖고 태어난
보석같은 선물을 세상에 펼치지 못할 수 있다. 그 곳에 부모가 있다. ‘부모의 결핍’과 ‘부모의 사랑’은
자녀에게 독이 될 수도, 선물이 될 수도 있다. 부모 자신의 자각이 선물의 열쇠이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좋은 부모가 되는 부모교육의 핵심은 ‘좋은 부모 대신 좋은 나 되기‘이다.
’좋은 부모는 행복한 나‘에서 시작된다. 부모가 육아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돌보고 보듬어서 채울 수
있다면 육아는 부모에게 선물같은 시간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자녀는 받는다.
관점을 바꾸면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받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고 돌보게 하는 본능적인 힘과 더불어 자신이 어린 시절 길러져 왔던 방식 그대로 실천하게 된다. 인수분해나 영어 철자법처럼 지식이 아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자녀의 행동, 말투에 순간 자극 받았을 때 즉각 반응한다. 뇌의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던 감정들이 튀어나온다
평소 생활태도로는 상상할 수 없던 감정, 행동들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경험을 한다. 결핍을 채울
절호의 기회란 이럴 때 발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