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by 진진

아파트 뒷산 산책길을 따라 가다보면 고양이들이 종종 눈에 띄였다. 산에 사는 고양이들은 뭘 먹고 살지. 거리의 고양이들은 눈에 띄이는 만큼 위험도 높아지지만 먹을 것도 많다. 그중에 운이 좋은 놈들은 안전한 구역을 챙기고 때마다 먹이를 챙겨주는 인간도 얻는다.


산책길과 숲은 경계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울타리다.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울타리의 안과 밖(안팎이라 말할 수 있다면)은 문명과 미지의 세계 만큼이나 거리가 있다. 나무가 울창한 쪽 울타리를 넘어보니 고양이 집들이 보였다. 고양이 집에는 동물보호단체에서 만들어 판 것 같은 표시가 있었고 길고양이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건 학대라는 경고도 쓰여 있었다.


"이쯤 어디인데..." 고개를 조금 더 돌려보면 파란 우산하나가 보인다. 색이 바래 파란색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푸른 빛이 남아있었다.


물방울이 '투툭' 하고 어깨에 떨어졌다. 며칠 전부터 비가 내렸다. 이미 나뭇잎이 드리우지 않은 산책길에 빗방울이 이어졌는데, 울타리 너머의 숲속은 아직 비가 들어오진 않았다.


우산을 중심으로 나무들을 조심히 살펴봤다. 나무에 조그만 생채기가 난 곳들이 있었다. 그런 나무 밑에는 병뚜껑같은 쓰레기들이 놓여있었다. 아무 생각 없는 듯 지나면서 천천히 흙을 밟고 지나갔다.


그러다 한 곳에 이르러 바닥에 솟은 손가락 하나가 빼꼼하고 보였다. 손가락 끝 살점이 조금 뜯겨져 나간듯 보였다. 검붉은 빛이 돌았지만 피가 흐르진 않았다. 주변에 흙이 조금 쓸려나간 흔적이 보였다.


"고양이들인가.."


고개를 잠시 들었다. 산책로가 어렴풋이 보였다. 산책길 옆으로 잠시 나와 2~3분 정도 걸었는데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까마귀인지 까치인지 울어대는 소리만 들렸다.


손가락끝을 발로 세게 밟아 놓았다. 주변의 흙을 발로 다시 끌어다 덮었다. 우산을 쓰고 있자니 불편했다. 흙을 조금씩 밟았다.


"나중에 다시 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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