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출입문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 남자가 점퍼 안에 넣어둔 책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내가 이딴 거 훔쳐서 뭐하게!" 경비원도 지지 않았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책 가지고 나가려다 잡혔으니까 절도죠." 바닥에 놓인 책에는 <오뎅 볶음을 먹기 전엔 행복할 수 없어>라고 쓰여있다. 요즘 제일 잘 팔린다는 에세이집이다.
"아저씨 일단 가시죠." 경비원이 남자를 끌고 갔다. 남자는 주황빛이 감도는 오래된 점퍼를 입었고 머리가 조금은 떡졌다. 안경을 쓴 얼굴엔 구정물이 묻은 듯했다.
"가긴 어딜가! 이딴 거 가져가 난 훔친 게 아니라니까!" 남자가 바닥에 있던 <오뎅 볶음~>을 발로 차버렸다. 경비원은 더 힘을 주더니 남자를 끌고 사무실로 들어가 앉혔다.
"아저씨 제가 아까부터 봤어요. 베스트셀러 진열대랑 상품 매대에서 계속 서성 거리면서 이 책만 골라 훔치려고 했잖아요. 자꾸 들고 가져다가다 다른 데 놨다가 다시 와서 가져가고. 안 보이는 틈에 가져가려고 그런 거죠."
경비원은 앉아 있는 남자를 몰아붙였다. 경비원은 마우스를 몇번 클릭하더니 CCTV 녹화 영상을 재생했다. 남자는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물끄러미 보다가 <오뎅 볶음~>을 들고는 사람들이 없는 인문학 코너로 가서 우물쭈물 하더니 '철학' 칸 아래 쪽에 <오뎅 볶음~>을 넣어뒀다.
그런식으로 남자는 몇번을 옮겨다녔다. 그는 정치인들이 쓴 자서전이나 요즘 인기는 있는 경제, 사회 비평 코너들은 비껴서 인문학 코너의 철학, 인류학 같은 서적 코너에 <오뎅 볶음~>을 꽂아두고 왔다. 그러다 몇권을 점퍼 안에 넣더니 다시 인문학 코너를 옳겨다니다가 출입문으로 나서던 중 경비원에게 붙잡혔다.
"오늘 무슨 날이야? 도둑이 이렇게 많아?" 경비원 옆자리에 앉은 다른 직원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날 오전에도 책 도둑들이 잡혔던 모양이다. 분을 삭히던 남자는 고개를 쳐들고는 한 마디 했다. "도둑 아니라니까 이 새끼야."
경비원은 그 사이에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아저씨 경찰 불렀으니까 자세한 건 경찰서 가서 조사 받으면 돼요. 도둑질하고 아까 책 바닥에 던지고 발로 찬 것도 제가 다 신고할 거에요." 경비원이 비웃었다.
"으아아악" 남자는 화를 못 참겠다는 듯 소리질렀다. 그러면서 경비원에게 달려들어 말했다.
"시발 나 그딴 거 안 훔친다니까! 버리려고 한 거야! 그건 책도 아니야!"
"이 아저씨 왜 이래!" 경비원이 남자를 밀쳤다. 주위의 직원들이 하나 둘 모였다.
"그건 책도 아니야 쓰레기야! 쓰레기가 책방에 왜 있어! 왜 제일 높은 데 있어!" 남자는 머리를 긁으며 소리쳤다.
경비원들은 자기들끼리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마침 경찰관 2명이 들어왔고 남자가 계속 소리를 지르자 수갑을 채워버렸다.
"별 미친 사람이 다있네. 책방에서 뭔 짓이야." 경비원들은 자기들끼리 보더니 웃고 말았다. "담배나 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