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들은 아주 권위가 있다고 하더라구. 한 10년 전인가, 미국에 간 적이 있는데 차를 타고 다녔어. 운전이 서툴 때였는데 우리로 치면 동부간선도로 같은 곳을 지나고 있었는데 말이야. 깜깜한 밤이었지. 잠깐 일해주던 사장님 트럭을 타고 있었지. 벤이라고 하던가. 그 스타랙스 같은 각진 차. 하여튼 그걸 타고 가는데 운전이 서툴러서 천천히 가고 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헤드라이트를 어떻게 켜는지도 몰랐지. 그래서 헤드라이트 없이 그냥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사이렌이 켜지더니 삐용삐용하고 아주 깜짝 놀랐어. 그래서 뭐야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내렸지. 하하 차에서 원래 내리면 안 되잖아. 그래도 한국사람들은 다 차에서 내리고 왜 그러냐 하고 원래 그러잖아. 하여튼 차에서 내리니까 뒤에서 경찰이 손을 흔들면서 뭐라고 하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겟백!'(GET BACK!) 뭐 이런 말이었을 것 같은데, 하여튼 그래서 차를 다시 타고 뭔가 삐용삐용 해서 앞으로 천천히 갔어. 다른 곳에 세우라는 것 같았어. 다른 곳에 세우라는 의미가 맞더라구.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네. 하여튼 세우고 나서 차에 앉아 있었지. 룸미러로 보니까 경찰관 1명이 천천히 다가오더라구. 나는 뭘 잘못했나 해서 차를 이곳 저곳 만져봤는데 그때 딱 깨달았어. 헤드라이트를 안 켰구나. 그래서 급하게 헤드라이트를 켰지. 경찰관은 흑인이었던 것 같은데 키가 컸어. 조수석 쪽으로 와서 창문을 열었지. 그때 국제면허를 가지고 갔을 때라 그걸 보여줬어. 뉴욕주 경찰이더라구. 면허증을 좀 보더니 '무슨 문제있냐?' '왜 이렇게 천천히 가냐' '헤드라이트 왜 안 켰냐' 이런 질문을 하더라니까. 헤드라이트 쪽을 스윽 보더니 다시 면허증을 살펴보더라구. 제대로 못 알아들었는데 아마 그런 내용이었을거야. 그래서 '노노노. 노 플라블럼. 드라이브 낫 웰~' 이랬지. 운전 못한다 이거잖아. 하하. 그러니까 경찰이 면허증 주고 '오케이' 하더라고 그러더니 뭐라는 줄 알아? '두 낫 겟 아웃오브 유어 카' . 대사가 정확하진 않은데 그런 말이긴 했지.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말라는 거지. '덴 유 겟 샷'. 뭔지 알아? 총에 맞는데 차에서 내리면. 하하 새끼 겁주기는.
정 경사님은 항상 말이 너무 많다. 같이 순찰 나오면 쉬지도 않는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물어보지도 않은 말이다. 그날은 그냥 짜증이 났다.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요즘 난다. 외롭고 슬프고 힘들고 그런 거 때문이 아니야. 죽는 사람은 그런 걸로 죽지 않아. 그냥 죽는 거야. 그냥 그럴 수밖에 없는거지. 그래서 순찰을 나올 때 실탄으르 챙겼다. 입안에 구겨넣고 당길 예정이었다. 정 경사님은 항상 구석에 차를 박아두고 편의점에 다녀온 뒤 빵쪼가리를 씹으면서 이빨을 깐다. 이빨을 다 까버리고 싶다. 미국 경찰 얘기를 하면서 입에서 빵부스러기가 내 얼굴에 튀었다. 실탄이 충분한가. 머릿속으로 잠깐 생각했다. 한발 쏘고, 또 다시 쏜다음에 마무리로 ... 딱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