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에 시작하는 내 인생 처음 영어

배우는 사람들 7

by 함께걷는제제

교육은 삶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은 바로 돈이 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살아가는데 용기를 줍니다. 힘이 됩니다.

특히나 말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영어는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어인 한글보다 친숙해 보입니다.


"우리말을 사랑하자!"


"한글을 아끼자!"


하고 한 때는 애국심에 호소하며 외쳐보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전 세계와 하나로 묶여 돌아가면서 영어는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물건 하나하나, 우리가 보는 인터넷 세상, 그리고 해외여행 등으로 영어는 친숙한 언어가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영어는 우리 생활 속에서 국어와 함께 상용어가 되었습니다.


우리말은 맞춤법이 틀려도 문법에 안 맞아도 부끄럽지 않은 듯한데 영어는 아이가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정말 오래 배우고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영어를 편안하게 누릴까요?


"스타벅스에서 만나자는데 간판을 못 읽어서 문 앞에서 머뭇거렸어!"


"딸이 유명한 화장품이라고 사 왔는데 클렌징을 얼굴에 발랐지 뭐야?"


"난 영양제인지 진통제인지 못 읽어서 겁나서 못 먹었어"




난 영어를 몰라요

대놓고 이렇게 말하는 40대 여성을 학습상담에서 만났습니다.


연세가 더 있는 분도 아니고 40대 여성인데 그럴 수도 있다는데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아휴~ 저도 영어 잘 못 해요."


겸손하신 분인가 보다 해서 불편한 분위기를 해소해 보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분은 정색을 하고 다시 간결하게 말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왔어요."


어르신들에게 간판도 읽게 해 드리고, 상품도 읽게 해 드리는 성인 영어 문해교육을 표방한 프로그램에 이렇게 젊은 분이 오신 것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인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평생교육이고 정말 영어 읽기가 꼭 필요한 그녀는 당연히 우리 학습자가 되었습니다.


수강신청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서 마침내 개강을 했습니다.




강사님은 먼저 학습자의 수준을 파악했는데 다행히 영어 스팰링 대문자 소문자는 다 아시는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그래서 영어에 음가를 익히는 연습부터 시작하셨습니다. 같은 문자 'A'도 어느 단어에서는 다르게 발음되는 것을 배우면서 학습자들은 신기해했습니다.


노트에도 써보고, 낱말카드로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익히고, 팝송도 부르고, 율동도 합니다.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을 배우니 역시 성인들의 수업은 더욱 열의가 넘치고 진도가 잘 나갑니다.


매 순간 생활하면서 집안에서 만나는 상품들과 생활 중에 궁금한 영어를 사진으로 찍어서 단체 알림방에 올립니다. 수업에 부교재처럼 새로운 생활 속 영어 단어를 다 같이 읽어보고 궁금증을 해소해 나갔습니다.


어느 분은 '샴푸'인지 '바디로션' 인지만 읽을 수 있으면 매직으로 티 나게 덧붙여 써놓고 있지 않아도 되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학습자는 카페에 가서 메뉴를 주문하는데 좋다고 하셨습니다. 키오스크 앞에서도 이제 겁이 나지 않고 주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중학생 아들과 영어공부를 같이 해서 좋아요."


40대 그 젊은 엄마가 말했습니다. 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영어를 배우는데 울렁증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그전에는 아이들 영어 학습지라도 시작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너무 어린이 대상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이제 영어공부에 용기가 생겼답니다.


그 모든 힘은 같이 영어를 배우는 이 프로그램에서 얻었답니다. 나이는 더 많으시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는 동기들은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수업의 회차는 모두 끝났습니다. 집안 물건 읽기에서 시작한 영어는 간판 읽기, 도로명 읽기로 나가서 공항 안내 읽기로 끝났습니다.


많이 아쉬워하는 학습자들이 동아리를 만들어서 계속 영어 공부를 이어가 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동아리 반장을 해보겠습니다. 남편이 영어 공부 열심히 한다고 아이와 같이 미국여행 보내준대요!"


물론 학습자들은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그 동아리는 매주 한 번씩 모여서 영어공부를 이어갔습니다. 학습자들에게 연락하고, 프로그램실을 빌리는 궂은일을 하는 반장이 열심히여서 동아리가 더 잘 되고 있다는 소문을 학습자에게 들었습니다.


그분은 분명 곧 미국여행을 가실 것 같습니다.


평생교육으로 그 용기를 심어주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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