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좀 아는 여자들

배우는 사람들 9

by 함께걷는제제

코로나 시절에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 격리 수용되었습니다.


우리의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그 무엇이 정말 21세기에 우리를 각각의 방에 가두어 버린 사건이었습니다.


하얀 방독면과 전신 보호장구를 한 119 구급대가 동네 아파트를 다녀가면 수군수군 숙덕숙덕

모두가 집안 구석구석에 소독약을 뿌리며 혹시 모를 세균 침투에 대비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인 출근도 멈춘 시기,

결혼도 장례도 참석할 수 없는 엄중한 시기였죠.


더구나 배움에 특별했던 대한민국 국민이 공교육을 멈춘 시절이 바로 그때였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았고 졸업도 입학도 없는 빈 진공의 시기였습니다.

사교육 시장은 비명을 지르고 함께 셔터를 내렸습니다.


모든 교육이 멈춘 가정에서는 코로나블루라고 우울의 그림자가 짙어져 갔습니다.




우리 평생교육은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비대면 줌이라는 장치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하면서 먼저 우리가 줌을 배워서 학습자들에게 전화든 문자든 비대면 영상통화로라도 활용법을 가르쳐 드렸습니다. 아직 낯설어하는 강사들에게도 줌 활용 강의를 알려 드렸습니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하게 각각의 집이나 편안한 장소에서 화면을 켜고라도 만나시도록 도와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준비가 되었습니다.


바로~~

비대면이지만 강사와 학습자가 화상으로 만나서 수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미술관도 전시회도 갈 수 없는 형편이지만 우리가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학습자들은 미술관에 갈 수 있었습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었고 미술관 에티켓도 하나둘 익힐 수 있었습니다.


미술교육은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거라고 알아서 가정 형편상 차마 도전도 못해 봤다는 학습자, 미술 배워서 화가 되어 뭐 먹고 살 거냐고 해서 진로를 꿈도 못 꾸었다는 학습자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미술교육도 대중화가 되었고 간단한 미술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는 수업이라 호응이 남달랐습니다. 비록 각 가정에 혼자 있지만 그림을 그리며 위안 삼고, 외롭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없이 높게만 보이던 미술관 문턱이 편해졌어요.
하나도 모르겠던 그림이 조금 보여요!



미술 재료부터 유명 화가까지 우리의 줌세상에서는 못 배울 것도, 못 가볼 곳은 없었지요.

고흐를 만나고, 오르세 미술관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줌 세상에서는요.




그리고 마침내 날이 가고 해가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규정을 지키며 만날 수 있는 시절이 되었고 줌에서 만났던 학습자들은 마스크는 끼었지만 대면교육으로 실물영접하며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연필을 들어 스케치도 자유자재로 그리고 강사님께 지도도 수월하게 받습니다.

수채화 물감으로 농도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셋 미술관 다녀왔습니다.


일일 도슨트가 되어 그림 설명까지 서슴없이 발표해 주시던 학습자가 발표 말미에 상기된 얼굴로 말씀해 주십니다. 마음 맞는 분들이 삼삼오오 현대 미술관에도 가시고, 옥션 경매 전시회도 다녀오셨다고 했습니다.

이미 줌으로도 배워서 미술 좀 아는 티를 냈다고 하시네요.

이에 다른 학습자가 한마디 하십니다.



미술 좀 아는 여자들이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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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동아리 '미술 좀 아는 여자들'이 결성되었습니다. 다섯 명의 학습자들은 지역 미술관부터 예술의 전당까지 정기적으로 미술관에 가십니다.


전주 여행에서도 도립미술관에서 아는 그림을 만나셨다고 했습니다. 제주 여행에서도 물방울의 화가 김창열 작가의 그림을 사진 찍어 보내오십니다.


이제는 '미술 좀 아는 여자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평생교육은 각 가정에 행복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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