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이 밥 먹여 주나요?

배우는 사람들 11

by 함께걷는제제

평생교육을 홍보하면서 만나는 어떤 사람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평생교육이 밥 먹여 주나요?


처음에 이 소리를 들었을 때는 얼굴이 붉어지고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평생교육사가 평생교육 6진 분류표에 입각하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맞습니다.


그 표에 3번은 직업능력교육입니다. 소분류로는 직업준비프로그램과 자격인증 프로그램이 포함되기에 물론 직업능력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기별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은 시민들의 요구조사를 토대로 하되 동 평생학습관계자와 소통하며 마을에 맞는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하게 됩니다. 사람과 공간에 맞추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업비에 맞추어서 강사를 찾습니다.


자격증반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지만 낮시간에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니 전업주부나 파트타임 일을 하시는 여성이 많이 참석합니다. 문화예술, 인문교양부문 등 주민자치 교육과 겹치지 않는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합니다. 초고령사회로 가는 현실에 맞추어 디지털교육 등 기초문해교육, 생활문해교육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은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프로그램들이 돈이 되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놀랍지만 가능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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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글쓰기반을 운영하던 때의 일입니다.


연세들이 있어 뵈는 학습자들 사이에서 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매 시간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글쓰기 수업은 세대별 입장도 다를 수 있어서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어머니 같은 어르신 앞에서 며느리가 과연 속 얘기를 편하게 다할 수 있을까 하고요.


그날의 주제는 '잊을 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녀는 '된장라면'을 제목으로 써온 글을 담담히 읽어나갔습니다.



양옥집 옥상에서 시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된장을 풀어서 끓인 라면은 군침이 돌기에 충분했습니다.

평상에 앉아서 여름밤 저녁에 먹는 라면이라면 더위마저 날릴 것 같습니다.

더구나 시어머님께서 일하는 며느리도 아닌데 저녁을 해주셨다잖아요?

몇몇 학습자는 못마땅한지 눈빛을 살짝 교환합니다.

그녀는 부러워하는 우리에게 충격적인 마무리를 쏟아냅니다.


바로 남편을 잃은 불우한 며느리가 자주 아파서 아이들의 끼니를 대신 챙겨주던 시어머니께서 손주들 소원하는 라면을 끓여 주시되 건강을 생각해서 수프대신 된장으로 끓여주신 위로가 담긴 특별음식이었던 것입니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았지만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가졌던 학습자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교양 있고 행복한 기억만 글 속에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담겼기에 에누리 없는 글은 깔끔했지만 감동은 덜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 글쓰기반의 학습자들은 달라졌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하나둘 조심스럽게 담기 시작했습니다. 때론 날것 그대로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매시간을 서로가 눈물콧물 빼며 위로하고 위로를 받으며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맨 처음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던 그녀는 마지막 수업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수업을 통해 세상에 나갈 용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도전했고, 저 일하게 되었습니다!
.

소식을 전하자 학습자들은 자기의 일인 양 박수를 치며 응원했습니다.


우리에게 용기를 준 그녀는 오히려 우리 글쓰기반에서 용기를 얻어간다는 후기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평생교육이 돈이 되는 수업이냐고 학습상담 오신 시민이 물어보시면 저희도 이제는 주춤하지 않습니다.


바로 돈을 드리지는 못해도 돈 버는 용기는 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녀의 된장라면이 우리에게 알려준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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