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사람들 13
평생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서 제일 힘든 학습자는 누구일까요?
연세가 많으신 분일까요?
귀도 살짝 어두우시고, 거동도 힘드시니까요.
처음 학습 현장에 나오신 퇴임하신 남자분일까요?
당신은 배울 게 없다고 팔짱 끼고 앉아서 어디 가르쳐보시오 하는 태도로 앉아계실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저기서 많이 배우신 분일까요?
강사에 대해서도 운영자에 대해서도 아는 게 많으셔서 지적질을 하실 테니까요.
다 맞습니다. 평생교육 현장에서는 다양한 학습자만큼이나 힘든 학습자의 유형도 다양합니다.
오늘은 평생교육 현장에서 만난 힘든 학습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녀의 첫인상은 단정하고 공손했습니다,
교양 있는 말투와 웃음 띤 얼굴로 아침 일찍 제게 걸어오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수업의 학습자가 아니셨습니다, 다른 곳의 수업과 착각을 하고 오셨기에 성의껏
그곳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저를 어떻게 아시나요?"
당신이 이곳 수업의 학습자가 아니면 그만이지 어떻게 당신을 알고 안내를 하느냐는 어깃장이셨습니다.
우리의 사업은 동마다 평생학습사를 배치해서 수업을 운영하다 보니 다른 동 프로그램도 공유하고, 학습상담으로 안내도 하며, 동시에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드렸습니다. 그러니 그녀의 수강 프로그램을 당연히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가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우리 수업에 접수하시고 나타나셨습니다. 살짝 조심스러웠습니다.
글쓰기 수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 이야기를 드러내며 글을 쓰게 될 거라고 강사님은 학습자들에게 수업시간에 합평은 하지만 교실을 나가면 절대 기억하지도, 거론하지도 말기를 첫 시간에 부탁하셨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뒷정리를 하는데 그분이 강사님께 다가오더니 말했습니다.
"저는 강사님께 글은 제출하지만 수업시간에 읽지는 않겠어요."
강사님은 혼자만의 글쓰기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글을 듣고 응원하거나 공감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분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분들은 서로 공감하고 응원하면서 진지하게 수업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그분만 자신의 글을 강사에게 보내고 개인적인 첨삭지도를 요청하셨습니다.
운영자로서 원래 수업 계획안에 없던 내용인지라 반대하였지만 강사님께서는 그러라고 허락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수업 권한은 강사의 몫이라 일단 물러서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강사님께서 점점 얼굴이 어두워지셨습니다.
"글을 밤늦게나 수업 오기 직전에 보내주시고는 빠른 첨삭을 요구하시네요."
그분의 글 내용이 아주 비밀을 요구하는 정도도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한 명의 학습자가 개인교습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더는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강사님의 허락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나서서 수정하는 것도 경우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분이 칭찬만 원시더라고요."
강사님께 말씀을 듣고 힌트를 얻었습니다. 강사님께 작은 아이디어를 드렸습니다.
다음 수업에서 강사님께서는 과장된 칭찬을 하며 그분께 발표를 권하셨습니다.
다른 학습자들도 기대에 찬 눈길로 듣기를 청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이 그렇게 쉽게 글을 읽으실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첫 시간에 워낙 완강히 말했으니까요.
그녀는 살짝 쑥스럽다고는 하시지만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그녀의 글은 한마디로 자랑의 연속이었습니다.
학력과 직책이 계속 수식어로 언급되는 글이었습니다. 발표를 듣고 나자 제일 연장자인 학습자께서 한마디를 시작했습니다.
"OO님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신 분이셨네요.
그래서 그렇게 구김살이 없으시고 예쁘게 웃으셨군요."
강사께서 아무리 평가는 하지 말고 공감과 응원을 하라고는 했지만 이건 너무 아부 같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그녀는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설마 이 정도 이야기에도....'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기가 겁나서 포장을 엄청하는 글을 썼는데 제일 연장자께서 그렇게 좋게 말씀해 주시니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수업시간에 읽지도 않고 강사님을 곤란하게 해서 죄송하셨다고 했습니다.
강사와 서로 마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남은 수업동안 그녀의 글에 허세는 간간히 배어 나왔지만 이제는 강사를 괴롭히는 개인첨삭 요구는 없었습니다. 당신 차례가 되면 자연스럽게 발표에 동참했습니다.공감과 응원에도 감사를 전했습니다.
가장 힘든 학습자가 될 뻔했던 그녀의 변화가 너무나 고마웠던 수업이었습니다.
평생교육의 현장에 힘든 학습자는 분명히 있습니다.그러나 각각의 사정을 풀어가기에 더욱 보람있는 배움의 시간을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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