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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기있는쫄보 Mar 28. 2022

정열의 남미

아직 남미 초보인 나에겐 약간의 무서움


어제도 새벽까지 수다를 떨고 아침에 매니저님의 밥 먹으라는 말이 겨우 일어났다. 오늘은 일주일에 딱 한 번만 열리는 산텔모 시장에 가는 날이다. 일주일 채 안 되는 부에노 일정을 일부러 일요일을 포함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층 부엌으로 갔는데 북적북적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주말을 맞이해서 모인 친척들과 아침을 먹는 기분이다. 오랜만에 모인 대가족이라 어색한 사촌지간들 같은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꽤 많은 인원들과 함께 했던 것 같다. 다섯여섯 명 정도? 오늘 우리가 갈 곳은 라보카 지구와 산텔모 시장이다. 라 보카 지역은 그리 안전한 곳은 아니라며 조심하라는 매니저님의 걱정을 뒤로하고 우리는 나왔다. 날씨가 참 좋다. 일요일이다 보니 거리도 한산하고 차도 많이 없다. 한국 같았으면 어딜 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을 텐데! 버스를 타고 우리는 라보카 지역에서 내렸다.


사람들은 다 여기 있었다!! 허허

이리저리 사진 찍어도 역시 관광지는 관광지였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땅고 음악이 흘러나오니 흥이 점점 올랐다. 라보카는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 만든 항구 마을인데 이민자들이 집이나 조선소에서 쓰다 남은 페인트로 벽을 알록달록 칠했다는 얘기를 듣고 갔는데 정말 알록달록 그 자체였다. 또한 땅고의 발생지이기도 한데 이민자들이 힘들었던 하루를 끝내고 고된 하루를 조금이나마 잊기 위해 정열적인 춤을 췄는데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땅고가 되었다. 고됨을 잊으려고 췄던 춤이 아름답게 보이는 아이러니.

정말 모든 레스토랑 안에서 한쌍의 커플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건물 안쪽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딱히 사고 싶지 않았던 터라 나는 알록달록 건물들만 구경했다. 그리고 우리는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산텔모 시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조심하라고 하는 이유를 걸어다니면서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달랐던 휑한 분위기.


산텔모 시장에는 온갖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골동품부터 시작해서 돌(?), 접시, 식탁보 등등 없는 게 없다는 말이 어울렸던 산텔모 시장.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움직이는 것도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구경할 것도 정말 많았었다.

그리고 핸드메이드 지갑이나 멋진 그림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었던 할아버지 예술가들도 많았다. 장신구나 악세사리를 직접 만들어 파는 히피들도 많았는데 여행 초반이었던 나는 돈을 최대한 아껴야 했고, 무엇보다 짐 싸는 게 익숙지 않아서 배낭에 추가로 넣을 무언가를 살 생각도 못했다ㅎㅎㅎ

우리들은 열심히 걸어 다니고, 구경하다 산텔모에서 집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오늘 밤은 땅고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미리 Porteño를 예매했다. 포르테뇨 땅고를 보면서 코스요리로 저녁과 와인까지 마실 수 있다고 하길래 내가 갖고 있는 옷들 중 가장 멀끔한 옷을 입고, 화장도 해보았다.

다 준비하고 집 앞에서 사진 찍으려 까불다가 한 아주머니가 핸드폰 얼른 가방 안에 넣으라며, 여기서 핸드폰 꺼내면 위험하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다시 쫄보 모드로,,ㅠㅠ 아니나 다를까 이 날 저녁 유명한 축구팀 경기가 있었는데, 각 팀의 팬들이 너무 흥분을 하다 보면 폭력이 난무해서 결국 경기는 스페인에서 한다고 했었나,, 그래서 사람들이 경기장은 못 가고 길거리에서 응원을 하느라 모든 지역에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길을 따라 쭉 서있었다. 무서워서 후딱 공연장에 들어갔다.


땅고 쇼를 보기 전에 먹고 싶은 메뉴 코스를 고르고, 쇼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시작! 지난 반 바수르 공연도 너무 좋았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역시, 기대한 만큼 너무 재미있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고, 뭔가 뮤지컬 같기도 했다.

공연 중 따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진 않았고 눈에 담았다. 정말 부에노에 온다면 다시 한번 보고 싶었던 공연이다. 부에노에서 유명한 땅고 쇼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Porteño, 하나는 Piazzolla인데 다음번에는 두 공연 모두 보고 싶다.

Tango Porteño

눈에 한가득 정열의 남미, 정열의 땅고를 담아내고 나왔는데 밖은 축구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 폭죽을 터뜨리고, 흥분한 사람들은 차 위에 올라가서 노래를 불러댔고, 경찰들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본인들이 응원하는 팀이 이겼나 보다. 허겁지겁 동행들 뒤에 딱 달라붙어 집까지 걸어갔는데 이렇게 축구에 흥분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광기 어린 모습이 무섭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축구,,!! 잘하는 이유가 있었어,,!!

아직은 다소 무섭지만 어쨌거나 이곳은 정열로 가득 차 있다. 땅고에도 정열, 응원이도 정열, 축구에도 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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