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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크나인 Apr 02. 2021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세상을 향한 둘만의 첫 발걸음

한 쌍의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바로 이종사촌동생이다.


멀리 대구에서 식을 올렸지만 축하 메시지를 직접 전하기 위해 부모님을 모시고 기쁜 마음으로 내달렸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많은 하객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마주한 선남선녀를 축하하기 위한 장내 분위기는 열기로 가득했다.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는 여동생을 만나 함께 사진도 찍고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명절 때 만나면 항상 해맑은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던 꼬맹이가 어느새 훌쩍 자라 결혼을 한다니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 이모, 삼촌도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겠지만 나도 나보다 어린 동생들의 성장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자각하곤 한다.


총각 때 다른 이의 결혼을 축하하러 가면 가장 먼저 피로연장을 찾기도 하고 신부 측 친구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등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유부남이 되어서는 결혼식에 대한 시각이 상당 바뀌었다.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행사 예산이 얼마 정도 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보게 되고, 신랑 신부의 표정과 몸짓을 보며 공감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기도 한다. 조금 더 결혼식 분위기에 녹아들게 되고 진심으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하해주게 된다.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순서에서는 항상 눈물이 난다. 내 결혼식도 아니고 내 부모도 아닌데 어느 결혼식에서든 그 모습을 보면 흐르는 눈물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가족의 구성원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자식들이 부모 눈에는 걱정과 기대가 공존했을 것이고, 자식 입장에서도 그동안 금이야 옥이야 키워 살핀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 그 짧은 인사와 포옹에 함축되어 있으리라.


이날 신랑, 신부의 설레는 표정과 풋풋함이 참으로 귀엽고 예뻤다. 특히 듬직한 신랑이 열심히 연습하고 정성껏 준비한 축가를 신부에게 들려줄 때는 마치 내가 그 무대에 선 양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신랑이 축가를 부르면서 살며시 떨리는 음색을 듣고 있으면 덩달아 조마조마한 마음을 움켜잡게 됐다.


2016년 8월.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그 여름, 새신랑이 된 나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태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아내를 위해 직접 축가를 불렀다. 변진섭의 '숙녀에게'를 선곡해 수많은 연습을 했음에도 결혼식 당일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진땀이 났던 기억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신랑 신부가 행진을 한다.

많은 이들 앞에서 '잘 살겠습니다'를 외치며 세상을 향해 힘찬 첫 시작의 발걸음을 뗐다.


처음이라는 말, 시작이라는 말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나도 그랬고 앞으로 경험할 모든 이들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처음 가졌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것도 몰랐던 초짜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경험이 축적돼 익숙해져 가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생각도 점차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작하는 연인들이 애초에 가졌던 초심도 흔들리게 된다.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초심이 흔들린다고 당황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이기에 각자 맞닥뜨린 환경에 따라 생각과 마음가짐이 흔들리고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세상을 보는 시각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현재 상황에 맞는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무엇이 올바른 태도와 결정인지 설정해 나갔으면 한다.


앞으로 다양한 일들이 둘 사이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하고, 사소한 오해로 가슴 치는 날도 올 수 있다.


사람 관계 특히 부부 사이는 명확한 답이 없다. 각 상황에 따라 이성과 감성을 넘나들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궂은살이 생기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리라.


둘 사이는 둘이 가장 잘 안다. 울고 웃는 값진 경험을 통해 둘만의 이해 공식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그러면서 함께 성장하고 둘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서로에게 더없이 완벽한 인생 파트너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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