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소소한 미덕

출장 여행의 추억

by 김정민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 다운타운.

한가로운 카페 창가에 앉아 4샷 커피를 마신다.

출장 일정 내내, 어쩌면 이 순간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표정마저 읽어내는

낯익은 검은 머리의 얼굴들도,

그 후에 따라오는 냉소도 없다.


적어도,

서로를 읽지도, 읽히지도 못하는 — 난독의 공간.

내가 출장 온 곳이다.


물론, 낯선 서로의 언어와 표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일 뿐.

하지만 그 사실이,

지금 이 순간에는 모국어가 통하는 세계보다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여기서는 침묵이 오해가 아니다.

무관심은 거절이 아니고,

눈빛은 질문이 아니다.


떠나온 자리에서는 늘 ‘해석’ 해야 했다.

누구의 말뜻을, 표정을, 뉘앙스를 —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내 말 뒤에 붙은 ‘속마음’을 해석하느라 지쳐 있었다.


그 피로가 몸 깊이 남아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그렇게 오늘,

나는 이국의 창가에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완벽한 이방인으로서,

충분한 침묵과 함께.


때론 호기심 많은 누군가의 시선과 마주치지만,

가벼운 선입견은 휘발되고,

찰나의 관심은 잊힌다.


200여 년 전,

금을 좇아 사람들이 몰려든 이방의 땅에서

나는 사막 같은 뜻밖의 고요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