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장애는 무엇인가를 해낼 능력이 없다는 뜻일까?
"왜 결정장애란 말을 쓰셨어요?"
짧은 한마디였다. 그건 질문이 아니었다. 나의 잘못을, 더 정확하게는 혐오표현을 하지 말자던 사람이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하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참석해서 듣고 있던 자리에서 나는 내가 '장애'라는 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의식조차 못하고 있었다.
(중략)
결정장애라는 말이 왜 문제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습관적으로 장애라는 말을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무언가에 '장애'를 붙이는 건 '부족함' '열등감'을 의미하고, 그런 관념 속에서 '장애인'은 늘 부족하고 열등한 존재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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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중에서-
'결정장애'라는 말은
위트 있는 표현이 아닌
명백히 차별적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