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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피 Dec 07. 2023

신혼부부의 토요일


결혼 후 두 달 만에 찾아온 여유로운 토요일이다.

오늘 해야 할 건 저번 주말에 집에서 해 먹으려던 부추 삼겹살을 해 먹으려고 사놨던 부추를 처리해야 한다.

부추는 삼겹살 기름에 지져먹는 게 제일이다. 그래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책을 하고 집 앞 이마트에서 삼겹살을 사기로 했다. 요즘 같이 추운 날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햇살을 쬐면 캠핑장의 아침 느낌이 나서 너무

좋다.

오늘은 와이프에게 그 느낌을 전수해 주려 마음먹었는데, 얼굴에 햇볕을 직방으로 쬐는 게 싫다 해서 전수해주지 못했다 ㅎㅎ

집 앞 은행나무가 일렬로 있는데 무슨 일인지 다른 나무는 다 단풍이 드는데도 노랗게 되지 않더니

오늘 노래지려다 만 연두빛깔 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한번 더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연둣빛의 잎들이 떨어지니 싱싱한 풀내음새가 나는 낙엽길이 만들어졌다.

낙엽도 양손 한 움큼 집어 머리 위로 던져 보고 소복이 쌓인 낙엽도 밟아보고 햇살도 만끽하고 추운 날씨라

꽁꽁 싸매고 나와서인지 여행지에 가서 즐기는 느낌이었다.

여행을 가면 추운 날이어도 밖에 나가 즐기니, 추운 날엔 그런 느낌이 자연스레 드는 것 같다.


토요일 오전 시간에 이마트는 처음 가봤는데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원래 토요일은 낮이고 밤이고 많은가 보다 했는데 요 근래 며칠간 SSG데이라 할인을 많이 해 사람이 많은 거였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사려고 했던 삼겹살만 빠르게 사고 나오려 했건만, 골뱅이 통조림이 1+1이어서 같이 사버렸다. 한 달 뒤 집들이 할 때 쓰려고 이마트 들어가기 직전에 말한 재료였는데, 쓱데이 골뱅이 1+1이라는 소리에 당장에 사버렸다. 아다리가 맞고 싸게 샀다는 생각에 둘은 기분이 좋았다.

한식만 먹다 보면 가끔 꾸덕한 까르보나라가 당기는데 까르보나라소스도 1+1으로 구매했다. 개이득!

 생각지 못한 할인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제 정신 챙겨서 사려던 삼겹살을 짚어 셀프계산대에서 호로록 계산을 하고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빠져나왔다.


집에 와 방 한편에 묵혀두었던 짐들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잠깐 외출했다고 금세 배가 고파져 먹으려고 했던

부추 삼겹살을 먼저 먹는 거에 둘 다 동의했다

창가 테이블에서 칼집이 나있는 삼겹살을 굽고, 간장 고춧가루 식초 설탕 양념에 무친 부추를 삼겹살 기름에 올려 지져내 이 둘을 한 번에 먹으면 맛이 아주 그만이다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호로록 해치우고, 한낮의 햇살을 받은 방바닥에 널브러져 우리 때 추억의 노래를 크게 틀어 불러댔다. 동시대에 살았다는 건 그때의 노래를 함께 기억하고 언제든 같이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이

그렇게 한 바탕 방구석 노래방을 즐긴 아드레날린으로 묵혀 있던 방의 짐들을 정리했다.

조만간 쓸 짐들은 집 안쪽의 수납장으로 오래 안 쓸 것 같은 건 베란다 수납장으로 그렇게 2시간을 정리하고

말끔하게 정리된 방 한편을 보니 뿌듯했다. 혼자 할 땐 하나부터 열 까지 혼자 했어야 했는데, 두 사람이 분산해서 하니 힘이 반으로 준 게 아닌 그 이상 준 느낌이다.


혼자 할 때의 쓸쓸함도 잊게 해 줘서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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