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이기고 싶다. 참말로

by 블루 스카이

화분에 심어둔 부추에 꽃이 만발하다.

친구가 이사 간다고 부추를 뽑아가라는 말에 언능가서 화분채 들고 왔다.

화분엔 부추, 깻잎, 미나리, 어성초 그리고 아욱까지 많은 먹거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옆엔 잡초 잡초… 가 엄청시리 자라고 있다. 도대체 잡초와 먹거리엔 뭐가 다를까? 먹거리도 모르는 이가 보면 다 잡초고 잡초도 아는 이가 보면 먹거리가 될 수도 있을터.

하지만 나는 화분에 심은 건 먹거리요 그 옆 땅에 자라는 건 잡초라 칭한다.

그런 잡초와 전쟁 중이다 오늘도 역시나.

잡초와 전쟁을 끝맺기 위해선 이것밖에 없다 싶다.

다시 살아나고 자라는 끈질긴 너희들에게 이별을 고하며 이 전쟁을 마치려 한다.

그래서 드디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오늘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이 무기를 꺼내 든 것만으로도 승리는 가히 예감할 수 있다. 일단 이것을 사용하기 전에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Driveway에 깔려 있는 돌들. 이 돌들을 긁어내는 일. 하루 이틀…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외로운 이 싸움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반드시 보리라 너희들의 패배를.

긁어낸 자리에 비장의 무기를 깔고 다시 긁어낸 돌을 그 위에 다시 깔기.

이제 모든 계획은 끝났다. 완벽한 이 계획을 오늘부터 시작하려 한다.

외롭고 긴 싸움임을 알지만 이 길 밖에 승산이 없음을 긴 시간 겪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너무 아프고 힘든 싸움이었기에.

다른 이가 보면 “ 뭐, 이리도 비장해.” 하겠지만 나에겐 꿈에서도 나를 힘들게 하는 잡초라 비장 안 할 도리가 없다. 긴 시간 이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으니.

전쟁 전 무기로는

1. 비장의 무기- 두꺼운 검은 비닐

2. 돌 긁어낼 호미 그리고 긴 손잡이 호미 비스무리한 거

3. 손보호용 장갑

4. 눈 보호용 보안경

5. 피부보호용 큰 챙 모자 그리고 긴바지, 긴 티

- 어느 한날 햇빛을 이기며 이들과 싸움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짧은 바지를 입고 짧은 티를 입고 있었던 터라 다리와 팔은 화상을 입었고 화끈거림과 껍질 벗김을 경험하곤 반드시 마당 작업 시엔 챙겨 입는다. 이렇게 입고 일하다 보면 햇빛에 땀에 옷이 삭는다. 내 생에 이런 경험을 할 줄이야. 내 진정 몰랐었네~~

자~~ 일단 오늘 목표는 두 줄. 이렇게 하다 보면 끝이 보이겠지. 시작이 반이니 그럼 벌써 반은 한 거임?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반은 한 것 같다.

근데 너무 쉽게 봤다. 이 두 줄 하는데만 세 시간 남짓 걸렸다.

도저히 더 이상은 무리. 무리다.

오늘은 이만 철수하자.

철수 후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바라본 Driveway는 만족스럽다.

검은 비닐이 버텨주는 그 어느 시간까진 이 상태가 유지되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부디 그 시간이 영원하길 바라고 바래본다.


오늘 아침 화분에 심긴 부추에 꽃이 피었더라고. 그래서 그걸 보고 브런치를 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끝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진으로 나마 대신하려 한다. 부추에 만발하게 핀 꽃을 따서 컵에 물과 함께 담아보니 이쁘다. 꽃도 컵도 그걸 비추는 햇빛도.

꽃이 피고 그 꽃이 지면 씨가 맺히고 그 씨가 다시 떨어지면 그 이듬해 부추는 다시 자란다.

혼자도 열심이다. 나도 너도 ^^ 장하다 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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